내가 너를 대신하여 죽었더라면

삼하18-31

서울 강남에 고속버스 터미널이 있습니다. 하루에도 수백대의 버스가 지방을 오가기 때문에 대합실이 무척 혼잡합니다. 그런데 이 대합실에 종종 나이 많은 노인들이 버려지곤 합니다. 버려진 어느 노인의 말씀이 자식들이 터미널에 모시고 와서는 노인들의 주민등록증을 가지고 자기들만 돌아가 버렸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낯간지러운 체면은 있어서 신원이 밝혀지는 것이 부끄러웠기 때문이었겠지요. 그런데 버려진 그 노인도 자식들에 관하여는 함구무언이었습니다. 자식이 어떤 사람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절대로 대답을 하지 아니합니다. "나를 버린 내 자식, 이렇게 패역한 자식이 누구누구요"라고 밝히려 하지 않습니다. 끝까지 자식들의 체면을 생각합니다. 버려지면서도 그 못난 자식을 감싸시려는 부모님의 심정을 헤아릴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렇게 버려지는 노인들은 고속버스 터미널 뿐 아니라 제주도에서도 많이 발생합니다. 효도관광의 명목으로 노인들을 제주도로 모시고 와서는 낯선 곳에 버려두고 자기들만 집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현대판 고려장 얘기입니다. 우리는 이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그런 일을 행한 못된 사람들에 대해 비난과 욕을 합니다. 그러나 우리 자신을 한 번 돌이켜 봅시다. 우리는 우리의 부모님들에게 진정으로 효도하고 있습니까?
오늘은 어버이 주일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십계명 중 제5계명은 우리에게 '네 부모를 공경하라'라고 말씀합니다. 그리고 엡 6:1은 "자녀들아 너희 부모를 주안에서 순종하라 이것이 옳으니라"라고 말씀합니다. 성경은 우리에게 마땅히 부모님께 효성을 다해야 할 것을 말씀합니다. 따라서 저는 오늘 이 아침 성도님들과 함께 부모님에 대한 효도에 대하여 한번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우리가 어떻게 해야 부모님께 효도를 잘 할 수 있을까요?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우리에게 베푸신 부모님의 사랑이 어떠한지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이 세상에 부모 없이 존재한 사람은 한 사람도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는 부모님의 사랑으로 이만큼 성숙한 사회인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그 분들의 사랑이 어떤지를 아는 사람은 그 은혜를 잊을 수 없을 것이고 그 부모님을 잘 모시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본문의 말씀을 통해 우리를 향한 부모님의 사랑을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본문의 배경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이스라엘의 유명한 왕인 다윗에게는 여러명의 아들이 있었는데 그 중에 제일 잘 생기고 영리한 아들이 압살롬이었습니다. 그는 지략도 뛰어나고 용기도 있고 또 꿈도 있어서 많은 사람으로부터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이 시대의 용어로 표현하자면 차기 대권 주자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아들이 아버지의 왕좌를 자연히 물려받는 것이 아니라 강제로 빼앗으려는 야심을 갖고 4년동안 몰래 군대를 훈련시키고 백성들의 마음을 도적질하고 나름대로 정치적인 계획을 세우며 준비했습니다. 드디어 그는 반란을 일으켜 아버지 다윗을 예루살렘에서 쫓아내고 왕좌에 앉았습니다. 그러고도 안심이 안되어 군대를 총동원하여 아버지를 죽이기 위해 도망가는 아버지의 뒤를 쫓았습니다. 다윗도 마냥 쫓길 수만 없어 자기를 중심으로 모인 백성들을 전부 모아 군대를 조직해서 전투에 임했습니다. 그 전투는 하루종일 계속 되었고, 이 싸움에서 압살롬은 다윗의 군대장관 요압에게 비참한 죽임을 당합니다. 결국 전쟁은 다윗의 승리로 끝납니다. 하지만 다윗은 승리의 반가운 소식보다는 아들 압살롬이 죽었다는 소식에 왕의 체면도 생각지 않고 성곽에 올라가 얼굴을 가리우고 대성통곡합니다. "내 아들 압살롬아! 내 아들 압살롬아? 내가 너를 대신하여 죽었더면, 압살롬 내 아들아!" 이것이 본문의 배경이자 내용입니다.

우리는 오늘 다윗이 통곡하는 모습에서 자식들을 향한 부모님의 사랑의 특성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어떤 특성입니까?
1. 사랑할 가치조차 없는 자식에게도 사랑을 베푸는 것이 부모의 사랑입니다.
다윗은 사랑할 가치조차 없는 악한 아들 압살롬을 변함없이 사랑하며 전쟁을 하러 나가는 자기 부하들에게 그를 너그럽게 대하라고 명령했습니다. 마치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사랑을 보는 것 같습니다. 이런 사랑이 우리를 낳으시고 기르신 부모님의 사랑입니다. 서두에서 잠시 말씀드렸지만 옛날 우리나라의 못된 법 중에 고려장이라고 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이 법은 부모가 나이 많아지면 깊은 산 속에 내다 버리고 오는 것입니다. 어느 날 한 사람이 고려장을 지내려고 어머니를 지게에 걸머지고 산 속으로 올라가는데 어머니는 굵은 실타래를 쥐고 계시더니 그것을 가는 길에 계속 풀어놓으시는 것입니다. 아들은 하도 궁금하여 어머니에게 물었습니다 "어머니 왜 그 실타래는 자꾸 풀어놓습니까?" 어머니는 "산이 너무 깊어서 네가 돌아갈 길을 잃어 버릴까봐 돌아갈 때는 이것을 좇아 찾아가라고 그러는 것입니다" 그 아들은 당장 돌이켜 뉘우치고 어머니를 다시 업고 내려왔다는 것입니다. 자! 보십시요. 이미 서두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자신을 버리는 그 자식이 혹시 잘못될까 싶어 오히려 그 자식을 걱정하는 그 사랑이 어버이의 사랑인 것입니다.

2. 자식의 불행을 자기의 탓이라고 돌리며 괴로워하는 것이 부모의 사랑입니다.
사실 엄격하게 따지자면 압살롬의 불행은 다윗이 뿌린 씨앗을 거두는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다윗이 범한 살인과 간음의 죄는 용서받았지만 이로 인해 그에게는 무서운 심판이 선고되었었습니다.(삼하12:10) 그래서 다윗이 압살롬을 생각하고 대성통곡한 이면에는 이런 양심의 가책이 크게 작용하였을 것입니다. 우리는 여기에서 또 한가지의 교훈을 배울 수가 있습니다. 그것은 부모가 하나님 앞에서 온전히 살지 못할 때 그 자녀들에게 잘못된 영향을 끼친다는 것입니다. 아무튼 우리의 부모님들은 다윗처럼 이런 끔찍한 죄악의 씨를 가정에 뿌리지는 아니하였습니다. 하지만 한가지 점에서는 다윗과 상통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자식이 잘 되는 것을 보면 그 공로를 자식에게 돌리지만 자식이 잘못되면 그 책임을 부모 자신이 지는 것입니다. 이것이 부모의 사랑입니다.

3. 자식을 자기 생명보다 더 앞세우는 것이 부모의 사랑입니다.
다윗은 차라리 자기가 죽고 압살롬이 살았으면 하고 자기 생명보다 압살롬을 더 앞세웠습니다. 이것이 부모의 사랑입니다. 95년 1월에 일본 고베지역에 큰 지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진에 대한 보도 가운데 무너진 집더미 속에서 36시간만에 구출된 4살짜리 재일교포 어린이의 기적적인 생존기사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17일 새벽 지진이 고베를 강타했을 때 재일교포 김형일씨 가족도 그만 엄청난 무게와 속도로 무너져 내리는 집더미에 깔려 참변을 당했습니다. 그러나 김형일씨와 그의 아내는 죽음의 순간에도 본능적으로 네살배기 아들을 온몸으로 감싸 안아 그 아들만은 살릴 수 있었습니다. 집더미 전체가 무너지는 공포의 순간에서도 부모는 온몸을 던져 아들을 살린 것입니다. 자식을 위해 목숨을 버리는 부모님의 경우는 오늘날 우리 주위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우리를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부모님들의 사랑이 바로 이렇습니다. 이러한 사랑을 마음에 조용히 담고 우리 부모님을 한번 생각해 보십시다.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자식을 낳아 보고 길러보아야 부모님의 마음을 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마땅히 부모님의 사랑을 마음에 되새기면서 감사해야 될 나이에 충분히 들어선 많은 사람들이 현대는 핵가족시대라 하여 늙으신 부모님들을 모시기 싫어하고 학대하는 모습을 우리는 가끔씩 봅니다. 얼마나 마음이 아픈지 모르겠습니다. 효는 백행의 근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자라나는 학생들에게서 이 말은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함을 봅니다. 갈수록 효행의 사상이 퇴색되고 식어지는 현실입니다. 문제는 우리 믿는 가정들에서조차도 이런 잘못된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요즘은 사회복지법이 발달하였다고 나이드신 어른들 모시기를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는데 우리 믿는 사람들은 절대로 이런 잘못된 영향을 받아서는 안됩니다. 우리는 우리를 향했던 부모의 사랑과 애정을 날마다 마음에 되새기며 효도를 다해야 합니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합니까?
1. 우리들이 믿음 가운데 살아야 합니다.
성경은 말씀을 따라 사는 사람이 복있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믿는 사람의 최대의 유산은 오직 믿음입니다. 자녀가 말씀을 따라 사는 것처럼 더 큰 축복이 어디 있겠습니까? 따라서 자녀가 믿음으로 산다는 것은 부모님께 최대로 효도하는 것입니다.

2. 주안에서 순종하는 것입니다.
엡 6:1절의 말씀에 있는대로 성도는 믿음으로 부모를 순종해야 합니다. 여기에 "주안에서"라는 조건이 있습니다. 이것은 부모를 순종하는 문제에 있어서 성경에 위배되는 것은 순종할 수 없음으로 "주안에서"라는 조건이 붙어있습니다. 그러나 부모를 공경하는 일에 있어서는 무조건 공경해야 합니다. 부모가 불신자이거나 악한사람이라 해도 그 악한 일에는 동참하지 말고 마땅히 공경해야 합니다. 자식으로서 부모를 공경하지 않는다면 하나님 앞에 죄를 범하는 것입니다.

3. 살아 생전에 잘해드려야 됩니다.
돌아가시고 나서 아무리 잘한들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살아계실 때 거처가 불편하지 않은지, 음식에 불편은 없으신지 챙겨드리고 용돈을 드려 경제권 상실의 외로움이 없게 해드려야 합니다. 그래서 이제라도 남은 생애 평안히 모셔야 됩니다.

이렇게 부모에게 효도할 때 우리에게 주어질 축복이 큽니다. 어떤 복입니까?
첫째, 장수합니다. 이것은 제가 더 설명하지 않더라도 잘 아실 것입니다.
둘째, 우리 자손들이 땅에서 잘됩니다. 오늘날 유대인들이 세계 역사를 지배하는 위대한 민족이 된 것은 부모공경을 통하여 효도의 가문을 이루고 민족을 형성하고 역사를 형성하였기 때문입니다. 최대의 교육은 부모를 존경하는 것으로부터 시작이 됩니다. 오늘날 가정에서 부모의 권위가 상실되면서부터 아이들은 방탕아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듯이 부모님에게 효도하는 사람은 남에게 미움을 받지 아니하며 남에게 업신여김을 받지 않습니다. 효도하는 사람은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기에 직장에서나 사회에서나 성공하는 사람이요, 사회에서 잘되는 사람입니다.

가나안 농군학교를 창설하신 一家 김용기장로님 얘기입니다. 그 분은 어머님 생시에 자주 업어드렸답니다. "어머니 오늘은 어디로 나들이를 하시겠습니까?" 중년의 아들의 등에 업히신 노모의 손에는 사탕이나 옥수수 같은 간식거리가 늘 들려 있었답니다.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에 있어서 어두운 소식들이 연일 들려옵니다. 늙으신 어머니를 업고 나들이를 나온 그 중년의 아들을 다시 보고 싶은 오늘입니다.

바라기는 오늘 이 자리에 계신 모든 성도님들은 우리에게 베풀어주셨던 부모님의 사랑을 다시 한번 되새기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무너진 효의 정신을 다시 한번 일깨우고 우리를 낳아서 길러주신 부모님께 효성을 다하시는 삶을 살아 이 땅에서 잘되실 뿐 아니라 하나님의 약속하신 복을 자자손손 계속 이어 가시기를 높으신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