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인생을 살아오며 종종 받는 질문중의 하나가 “목사님이 살아오면서 가장 힘든 시기가 언제였습니까?”라는 것입니다. 그때마다 즉각적으로 제 마음에 떠오르는 숫자가 9입니다(제 인생에서는 9라는 숫자가 마의 숫자처럼 느껴집니다. 제게는 9숫자 알레르기가 있습니다).

제가 인생에서 처음으로 절망과 죽음이라는 단어를 생각한 때가 19세였습니다. 비교적 순탄한 유년기를 지내온 제가 대학입시의 실패와 가정의 경제적 붕괴라는 충격을 동시에 경험하면서 제게는 미래가 없어 보였습니다. 자주 죽음을 떠올리며 이렇게 그만 인생을 끝낼 것인가 아니면 운명과 대결하며 버티어 볼 것인가를 고민하던 때가 19세였습니다. 가까스로 미국 유학이라는 인생의 탈출구를 만들어 미국에 와서 힘든 적응 끝에 괜찮은 성적으로 대학을 마치면서 대학원 진학을 앞둔 시점에서 한국의 가정과 사역을 위해서 일단 귀국하면 좋겠다는 연락을 받고 미국에 남아 계속 공부할 것인가, 아니면 일단 귀국하여 결혼하고 가정을 도울 것인가 밤잠을 설치며 고민한 때가 29세였습니다. 조국으로 귀국하여 서울에서 본격적으로 시작했던 교회의 담임 목회가 날마다 양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었지만 교회의 또 다른 비약을 위해 교회 장소를 이전해 볼 것을 제안했으나 교회 내 평신도 지도자들에 의해 수용되지 못하고 평신도 그룹들의 상호 갈등으로 목회의 꿈이 흔들리던 차에 미국 교회의 초청을 받고 한국 목회냐 미국 목회냐를 놓고 피 말리는 고통을 겪은 때가 39세였습니다.

미국 워싱톤에서의 목회가 조용한 행복감에 취한채로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가며 이민 목회 10년을 지나치던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이렇게 미국에서 편안히 목회하다가 죽을 것인가 아니면 고생스러워도 한 번 더 고국에 돌아가 기존 교회가 아닌 새 교회를 개척해 볼 것인가라는 물음이 탄생한 순간부터 거의 일년가 몸살을 앓아가며 고민하다가 한국에 나와 개척하기로 결단하고 이사 짐을 꾸려 돌아온 때가 제 나이 49세를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한국 지구촌교회 개척 10년을 지나 소위 만 60세를 앞둔 시점, 어떻게 아름답게 후회 없이 인생을 마무리 할 것인가의 물음을 붙들고 다시 잠을 이룰 수 없는 고민을 시작한 때가 제 나이 59세입니다. 그러니까 지금 제가 다시 날카로워지고 있다는 말입니다. 제발 저를 건드리지 마시고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제가 저의 인생이 끝나기 전에 이런 고비를 얼마나 더 겪어야 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을 보면 믿음의 조상 아브람이 99세가 되었습니다. 그 나이 되도록 아직 자식 하나 얻지 못하고 이제 99세 아마 이제 모든 인생의 꿈을 접어야 했던 그때 아브람에게 나타나신 하나님-그가 바로 엘 샤다이(EI Shadday) 하나님이셨습니다.

본문 1절을 읽어보십시오. “아브람이 구십구세 때에 여호와께서 아브람에게 나타나 그에게 이르시되 나는 전능한 하나님이라--” 여기 전능한 하나님이란 말이 히브리말로 “엘 샤다이” 입니다. 엘 샤댜이라는 이름으로 계시된 하나님-도대체 그는 어떤 분이실까요?

1. 그는 우리를 위기에서 건지시는 전능자이십니다.

여러분, 인생을 살아오시면서 도저히 내 힘만으로 빠져 나올 수 없는 위기를 겪어 보셨습니까? 그때 필요한 하나님이 바로 엘 샤다이 하나님이십니다. 믿음의 조상 아브람의 인생 최대의 희망은 아들을 얻는 것이었습니다. 아브람의 하나님은 이런 희망을 꺽지 않으시고 사라를 통한 아들을 약속하신 하나님이셨습니다(창15장). 그리고 다시 많은 세월이 흘러 아브람은 99세, 사라는 89세가 된 것입니다. 이제 이 부부의 나이에 무슨 기대를 할 수 있단 말입니까? 자녀 생산에 관한 한 그들의 육체는 죽은 몸이었습니다. 이 시기의 아브람 부부에 대한 바울의 증언을 들어 보십시오. 롬 4:19 입니다. “그가 백세가 되어 자기 몸이 죽은 것 같고 사라의 태가 죽은 것 같음을 알고도 --” 이제 모든 희망을 접고 절망한 때였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때 아브람에게 나타나신 하나님이 엘 샤다이의 하나님이셨던 것입니다. 구약에서 엘 샤다이란 하나님의 이름이 처음으로 등장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나는 전능한 하나님이라(엘 샤다이) 너는 내 앞에서 행하여 완전하라” 아브람의 죽었던 희망이 되살아나는 순간이었을 것입니다.

엘 샤다이-하나님은 단순히 위대한 초월적인 능력의 하나님만 나타내는 이름만 아니라 그가 따뜻한 가슴으로 기적을 행하시는 전능자이심을 보여줍니다. 엘 샤다이는 엘과 샤다이란 단어의 결합입니다. 지난 시간에 살펴 본 것처럼 엘(EI)만으로도 능력의 하나님을 뜻합니다. 그런데 성경학자들에 의하면 결합어인 샤다이(Shadday)란 히브리어 단어의 어근인 “샤드”는 본래 어머니의 젖가슴이나 깊은 계곡이 있는 산을 뜻하는 말에서 온 단어라고 말합니다. 아마도 샤다이 혹은 샤드(shad)의 히브리어 알파벳 첫 자인 쉰이 형상적으로 그렇게 여인의 가슴이나 산을 연상케 하는데서 온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는 아브람과 사라의 좌절을 이해하시고 그들 곁에 따뜻하게 다가와 그들을 위기에서 건져내시는 어머니 같고 태산 같은 하나님이신 것입니다. 오늘 여러분이 처해 있는 위기가 무엇입니까? 가정의 위기입니까? 직장의 위기입니까? 관계의 위기입니까? 자녀의 위기입니까? 경제적인 위기입니까? 당신의 위기를 아무도 몰라준다고 생각되십니까? 그렇다며 아브람의 나이 99세- 모든 꿈을 버려야 했던 절망의 끝에서 찾아오신 엘 샤다이의 하나님, 그 따뜻하신 능력의 하나님의 품을 의지해 보시지 않겠습니까?

여러분, 혹시 엘 샤다이란 하나님의 이름이 제일 많이 등장하는 성경책이 어떤 책인지 아십니까? 욥기입니다. 엘 샤다이란 말이 구약에 모두 48회나 나오는데 그중에 무려 31회가 욥기에 나옵니다. 욥기 5:18에 보면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하나님은 아프게 하시다가 싸매시며 상하게 하시다가 고치시나니” 그가 바로 엘 샤다이 이십니다. 고통 받는 자녀들에게 다가오시어 싸매시고 고치시는 능력의 하나님 - 엘 사다이 ! 고통의 터널에서 그를 만나는 자마다 새 아침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 사랑스런 능력의 이름 - 엘 샤다이를 불러 보시지 않겠습니까?

2. 그는 위기를 넘어서는 미래의 축복자이십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문제의 해결자로 제시할 경우 흔히 우리는 하나님을 위기의 상황에서의 탈출을 위해 필요한 하나님만으로 하나님에 대한 이해의 폭을 좁혀버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럴 경우 철학자 니체가 비판한 것처럼 기독교 신앙은 약자를 위한 지팡이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성경이 보여주는 하나님은 우리를 과거의 위기에서 건지시는 하나님이실 뿐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미래를 약속하시고 우리를 희망의 미래로 인도하시는 하나님이십니다. 오늘의 본문에 나타나신 엘 샤다이 하나님은 단순히 아브람의 평생의 숙제인 아들 한 사람을 얻게 하려고 찾아오신 것이 아님을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우선 엘 샤다이 하나님은 본문 2절에서 이 아브람의 위기의 상황에서 새로운 번영의 미래를 향한 언약을 제안하십니다. 2절입니다. “내가 내 언약을 나와 너 사이에 두어 너를 크게 번성하게 하리라 하시니” 그리고 5절에 보면 아브람에게 새 이름을 주십니다. 5절을 보십시오. “이제 후로는 네 이름을 아브람이라 하지 아니하고 아브라함이라 하리니 이는 내가 너를 여러 민족의 아버지가 되게 함이니라” 아브람이란 말은 본래 “높으신 아버지”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이제 주어진 새 이름 아브라함은 “많은 민족들(무리들)의 아버지”라는 뜻입니다. 그가 자신의 가족, 부족 심지어 민족의 경계를 뛰어넘어 많은 열방에 영향을 끼치는 자로 그를 쓰시겠다는 약속이 아닙니까?

그리고 이것은 문자 그대로 역사를 통해 실현된 약속이 아닙니까? 오늘날 저와 여러분도 이스라엘인이 아닌 이방인으로서 아브라함의 후손으로 오신 예수를 믿고 하나님의 자녀가 되어 아브라함을 믿음의 조상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습니까? 아브람의 본래 이름-“높으신 아버지” 혹은 “존경받는 아버지”의 뜻도 아주 좋은 것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존경 받을 만한 인생을 추구해야 옳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존경받는 이상으로 더 중요한 가치가 있습니다. 그것은 거룩한 영향력을 확산하는 것입니다. 17:15-16에 보면 하나님이 아브람의 아내 사래에게도 새 이름을 주십니다. 사래에서 사라가 되게 하십니다. 공주에서 많은 민족들의 어미가 되게 하십니다. 하나님의 딸들의 가장 고귀한 가치는 공주가 되는 것이 아니라, 역시 거룩한 영향력을 끼치는 것입니다. 신약적으로 말하면 그것이 바로 선교이고 전도인 것입니다. 전도하는 일이 존경받는 일보다 더 고귀한 것이고, 전도하는 일이 아름다운 공주가 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입니다. 새 이름 아브라함과 사라의 의미가 그것을 나타내고 있는 것입니다. 많은 무리들 혹은 많은 민족들에게까지 하나님의 이름을 드러내는 도구로 “많은 무리들의 아버지와 어머니”로 사는 것을 원하신 것입니다.

지구상에 사는 인류들을 바라보시는 하나님의 마지막 비전을 아십니까? 계시록 7:9-10을 기억하십니까? “이일 후에 내가 보니 각 나라와 족속과 백성과 방언에서 아무도 능히 셀 수 없는 큰 무리가 흰옷을 입고 손에 종려 가지를 들고 보좌 앞과 어린 양 앞에 서서 큰 소리로 외쳐 가로되 구원하심이 보좌에 앉으신 우리 하나님과 어린 양에게 있도다” 우리가 자주 부르는 비전송의 내용이지요. 이것을 위하여 엘 샤다이의 하나님이 아브람을 부르시고 또한 저와 여러분을 부르신 것입니다. 이달 말에 준비되는 이웃 사랑 축제도 이런 하나님의 비전과 목적을 다시 붙잡고 이웃들에게 복음의 거룩한 영향을 끼치고자 계획되는 축제인 것입니다. 엘 샤다이의 하나님의 도전은 이것입니다. 우리가 그날 다가오는 인생의 급박한 문제 해결만을 위해서 살 것인가? 아니면 거룩한 영향력을 위하여 살 것인가? 라는 것입니다.

3. 그는 우리의 온전한 믿음을 시험하는 분이십니다.

자, 이 엘 샤다이의 하나님이 아브람에게 나타나서 요구하신 것이 무엇이었습니까? 하나 밖에 없었습니다. 다시 1절 말씀을 읽어 보십시오. “--너는 내 앞에서 행하여 완전하라”는 것입니다. 사실 아브람의 하나님의 약속과 부르심을 받고 갈대아를 떠났을 때가 75세였습니다. 그 후 창 15에서 하나님이 한번 더 나타나시어 하늘의 별과 같은 바닷가의 모래알 같은 자손들을 약속하시었습니다. 그런데 100살이 가까운 이 시점에 아직도 그에게는 직계 자손이 없었던 것입니다. 아브람은 자포자기 상태였고 믿음도 흔들리고 있었을 것입니다. 이 때 하나님이 엘 샤다이로 나타나신 것입니다. 그리고 너는 내 앞에서 행하라고 말씀하십니다. 나를 보고 나를 의식하고 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한 완전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사실 여기서 ‘완전하라’는 표현은 표준 새 번역이나 공동번역에서는 “흠없이(blameless) 살라”고 번역하고 있습니다. 성서교재사에서 발간한 현대어 성경에 보면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너는 언제나 내 앞에서 살아가도록 하여라. 내가 항상 너를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하며 살도록 하여라. 무엇이 올바른 것인지를 생각하며 살아라. 그리고 바른 길만 걷도록 하여라” 어둠속에서도 인생이 내 뜻대로 안된다고 좌절 할 수 밖에 없는 환경에서도 여전히 살아계신 하나님을 의식하며 참고 견디며 약속의 성취를 기다리는 것-이런 믿음을 하나님은 아브람에게 요구하고 계셨던 것입니다. 여기서 완전하라는 명령은 온전한 인내를 요구하신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인생의 연단을 통해 마침내 그는 인내하는 믿음을 배워 믿음의 조상이 된 것입니다.

또 하나의 유명한 아브라함을 이름을 가진 아브라함 링컨 대통령에게 그에게 믿음은 어떤 것이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그는 “하나님을 신뢰하고 인내하며 묵묵히 갈 길을 가는 것”이라는 대답을 했다고 합니다. 실로 그는 계속해서 꿈이 좌절되는 일생을 살았습니다. 1832년 주의회 진출에 실패, 1838년 국회 하원의장 선거에 패배, 1843년 하원의원 선거에 패배,1848년 다시 하원의원 진출에 패배, 1855년 상원의원 선거에 패배, 1856년 부통령 후보로 입후보해 패배, 1858년 다시 상원 진출에 패배 연이어 7번이나 실패한 끝에 그는 1860년 마침내 미합중국 대통령이 됩니다. 그야말로 7전 8기의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나는 실패를 경험할 때마다 내 꿈은 더 자라있었고 내 믿음은 더 온전해져 가고 있었다”고 고백하였습니다. 이런 에피소드도 있습니다. 그의 부인은 신경증을 앓았고 성질이 대단했다고 합니다. 한번은 아내가 건어물 가게에 가서 상점 주인과 대판 싸우고 무려 15분간이나 욕설을 퍼붓고 왔다고 합니다. 다음 날 가게 주인이 링컨을 만나 “당신 부인이 정치가의 부인으로서 내게 15분이나 욕을 해댔으니 도대체 그럴 수 있느냐”고 항의를 했더니 링컨은 정중하게 사과하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저는 15년간이나 인내하고 살았으니 제 아내에게 15분간 당하신 고통을 참고 잊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렇습니다. 링컨도 그렇고 오늘 본문의 아브라함도 그냥 믿음의 조상이 된 것이 아니라 마침내 인내하는 믿음으로 믿음의 사표가 된 것입니다. 우리가 오늘 어떤 어려운 상황에 처해 계시던 정녕 이런 온전한 믿음을 구한다면 엘 샤다이 - 능하시고 사랑 많으신 전능자가 우리를 도우실 것입니다. 인생이 힘드십니까? 인생의 길이 어두우십니까? 인생의 무게가 너무 무거우십니까? 미래가 안 보이십니까? 그러면 당신이 만나야 할 분 - 그분은 엘 샤다이 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