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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밑의 여인

(요 12:1-8)

감리교의 창시자 요한 웨슬리가 설교를 하고 있을 때 한 술 주정꾼이
들어와서 소란을 부리면서 소리를 쳤습니다. "기독교가 과거 1,700년 동안 한
일이 뭐요? 세상은 더 악해지고만 있지 않소? 기독교가 필요 없단 말이요."
웨슬리는 설교를 잠깐 멈추고서 조용히 그 주정꾼에게 말했습니다. "나의 착
한 형제여, 이 지구상에 물이 존재한 것은 아주 오래되지 않았소? 그런데 아
직도 당신의 얼굴이 새까만 것을 보니 그 물을 당신은 사용하지 않은 것 같
소. 예수도 받아들이지 않으면 당신의 마음은 씻을 수 없소."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예수를 믿고서 사순절을 여러 번 맞이하지만 영
적으로 아직 미숙한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초신자들 뿐만
아니라 제법 열심이 있다는 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부흥회도, 성경공부도,
종교적 모임에도 여러 번 참석하여 은혜도 받고 깨달은 것도 많은데 믿음이
성숙하지 못한 경우가 참 많습니다. 그것은 예수를 믿으면서도 내 마음의 주
인 자리를 나 스스로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내 마음의 주인의
자리를 차지하는 한 주님은 아직도 내 마음 밖에 있을 뿐입니다. "볼지어다.
내가 문밖에 서서 두드리노니 누구든지 내 음성을 듣고 문을 열면 내가 그
에게로 들어가 그로 더불어 먹고 그는 나로 더불어 먹으리라"(계 3:20). 영적
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주님을 내 마음의 주인으로 모셔들여야 합니다. 그
때에 비로소 우리의 삶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때에는 지금까지 살아온 사
람이 아닌 새사람으로 변화되는 것입니다. 우리들 모두가 이 새사람이 되는
은혜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예수께서 공생애를 마치시기 위해 마지막으로 예루살렘에 올라가시면
서 베다니의 문둥이 시몬의 초청을 받고 그 집에 들어가셨습니다. 베다니는
갈릴리에서 상경하는 이들이 지나가는 마을입니다. 이 베다니 마을을 지나면
예루살렘이 한 눈에 보입니다. 문둥이 시몬도 예수로부터 병 고침을 받고 감
사해서 예수를 초청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동네에 예수께 언제나 위로
가 되는 가정이 있었습니다. 마르다, 마리아 자매와 나사로가 사는 집이었습
니다. 얼마 전에 나사로가 병들어 죽었을 때 예수께서 가셔서 살려준 바 있
기 때문에 예수는 그들의 생명의 은인이기도 했습니다. 그들은 예수께서 오
시면 최상으로 대접하는 이들이었기에 예수께서도 그들을 지극히 사랑하셨
습니다.

이날도 마리아는 자기의 전 재산으로 마련한 듯한 값비싼 향유를 예
수의 발에 부어드리므로 시몬의 집이 향기로 가득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을
본 가롯 유다는 "이 향유를 어찌하여 삼백 데나리온에 팔아 가난한 자들에
게 주지 아니하였는냐"고 책망하였습니다. 그러나 주님은 오히려 가롯 유다
를 꾸짖으시고 마리아를 극찬하셨습니다. 이 말씀은 우리가 아주 잘 아는 말
씀입니다만 오늘 우리에게는 색다른 말씀으로 도전해 옵니다.

1. 마리아는 주님께 값비싼 향유를 부어드렸습니다.

마리아는 예수를 자기들과 인간적으로 가까운 친구나 손님 정도로 알
지 않고 신앙의 대상으로 알았습니다. 그러기에 그녀는 당시 노동자의 1년
품삯에 해당되는 순전한 나드 한 근을 예수께 부어드렸습니다. 이 향유는 삼
백 데나리온이나 되는 지극히 비싼 것으로써 아마 자기 가정의 전 재산이었
을 것입니다. 그것을 예수께 부어드렸습니다. 어쩌면 낭비라고도 할 수 있었
습니다. 언제나 주님이 원하셨던 것처럼 차라리 그 돈을 가지고 가난하고 소
외되고 버림받은 사람을 위해서 썼다면 이는 매우 훌륭한 일로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 칭송을 받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마리아는 그 귀한 향유를 예수
의 발에 다 부어드렸습니다. 가롯 유다가 책망 할만도 합니다. 그의 말대로
이것을 팔아 가난한 사람에게 주면 많은 사람들을 구제할 수 있었을 것입니
다. 그런데 그 여인은 예수께 허비해버린 것입니다. 인간적으로 보면 무모한
짓입니다.

그러나 이 여인에게 예수는 세상의 그 어떤 물질보다 더욱 소중하였
습니다. 자기 오빠를 살려준 것에 대한 보답으로 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물
론 그 보답도 생각은 했겠지만 예수를 그녀는 하나님의 아들로 알았습니다.
예수의 제자 시몬이 예수께 "주는 그리스도시오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이
시니이다"고 고백하므로 베드로가 된 것처럼 그녀가 기름을 부은 것도 예수
를 주로 고백한 행위였습니다. 이러한 믿음이 있었기에 그녀는 예수께 아까
운 것이 없었습니다. 사실 사람이 영생을 확신한다면 자기를 선택하시고 구
원해주신 그분께 그 무엇을 아낄 것이 있겠습니까? 마리아는 예수께 아낄
것이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기름을 붓고 머리털로 씻기는 것은 자기의 모든
것을 드리는 행위였습니다. 물질만 드리는 것이 아니라 여자로서의 체면과
자존심, 그의 모든 인격을 송두리째 예수의 발 앞에 드리는 신앙고백의 행위
였습니다.

실상 주님을 만난 사람이 우리 주님께 아낄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그냥 다 드리고 싶을 뿐입니다. 주님은 그녀의 행위를 보고 너무도 기뻐하셨
습니다. 우리 같은 목회자들이 가장 큰 기쁨을 느끼는 순간은 우리 교회에
와서 신앙생활을 하기 시작했는데 주의 제자로서 훌륭하게 성장해 가는 모
습을 보는 때입니다. 과거에 그렇게 교회에 가기를 싫어했던 사람이 아내의
이끌림을 받고 근근히 출석하다가 이제는 어엿한 집사가 되어 교회를 위해
열심히 봉사하는 것을 보면 목회자로서 얼마나 큰 보람을 느끼는지 모릅니
다.

지난번 미국에 갔을 때 LA에서 집회를 하면서 우리 교회에서 신앙생
활을 시작하였던 유정호, 김효숙 집사 내외가 주님의 신실한 제자로서 성장
한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제가 미국을 방문하였을 때는
그들이 출석하는 교회가 심한 분쟁이 생겨 교역자가 크게 상심하고 교회마
저 떠나는 등 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때 그들은 교역자를
끝까지 돕다가 마음에 상처를 입기도 하였는데 그들은 저를 만나고서 다시
금 큰 위로와 용기를 얻는 것을 보았습니다. 저는 이런 성도들을 보면서 보
람을 느낍니다. 물론 우리 교회 안에도 제가 감격하는 성도들이 많이 있습니
다.

주님은 마지막 예루살렘 여행을 하실 때, 즉 십자가에 달려 죽으시기
위해 예루살렘으로 올라오실 때 그 어떤 제자도 자기의 수난과 죽음을 이해
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시고는 외로움이 극에 달했습니다. 그러나 주님께 자
기의 모든 것을 드리는 마리아를 보시고서는 한없이 기뻐하셨습니다. 우리는
주님의 십자가의 고난으로 구원을 받았는데 주님께 아까울 것이 무엇이 있
겠습니까? 주님께 내 모든 것을 드려 영광을 돌리십시다. 주님을 기쁘시게
해드려야 합니다.

2. 마리아는 주님의 발에 향유를 부어드렸습니다.

보통 향유는 왕이나 제사장이 임직할 때 붓기도 하고 병든 사람에게
부어 기도하기도 했지만 발에 붓는 일은 없었습니다. 문둥이 시몬은 본래 바
리새인이었기 때문에 그 동네에서 가장 지체 높은 사람이었습니다. 따라서
그는 언제나 그 지역에서 영향력 있는 사람들과 교제하며 살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자기의 병을 고쳐주신 예수를 초청하자 예수를 따르던 제자들과 마
르다와 마리아도 함께 오게 되었습니다. 사실 그들은 그 집에 들어올 만한
사람들은 못되었습니다. 시몬은 예수를 통해서 문둥병이 나았기 때문에 그를
대접하지만 그 일행들까지 대접하며 함께 어울리고 싶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마리아가 값비싼 향유를 예수의 머리에 붓지도 않고 발에 부
어드렸습니다. 이것은 유대인의 전통도 잘 모르는 행위였습니다. 그러기에
집주인 시몬과 제자들에게 마땅히 밉게 보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다가
마리아는 그녀의 머리털로 예수의 발을 씻었습니다. 이것은 아주 기이한 행
동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이 행위는 인류 역사 가운데 주님께 대한 가장
아름다운 헌신의 표현이었습니다. 이것은 예수의 발이 닿는 곳마다 세계 그
어디나 향기가 퍼질 것을 미리 예시한 것입니다. 그후 예수의 복음이 전해지
는 곳마다 세계는 아름다운 예수의 향기가 퍼졌습니다. 어두움은 밝음으로,
불의는 정의로, 얽매임은 자유로, 전쟁은 평화로, 개혁으로, 거룩한 혁명으로
퍼져나갔습니다. 마리아의 기름부음은 이것을 상징하는 행위였습니다.

우리 한국도 향기 나는 복음의 빛이 들어오기 전에는 미신과 문맹이
뒤덮고 있었던 은둔의 땅이었습니다만 개화와 광명의 새로운 향기가 예수의
복음과 함께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예수의 복음이 이 나라를 살린 것입니
다. 그러나 지금도 예수의 향기 나는 빛이 우리 나라 곳곳마다 들어가야 합
니다. 가정마다, 회사마다, 학교, 공장, 시장, 정부, 국회, 병원에까지 들어가야
합니다. 그래야만 오늘의 이 어려운 현실을 극복하고 새로운 사회, 번영하는
나라를 이룩할 수 있는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시며 제자들에게 "너희도 서로 씻
기라"(요 13:14)고 봉사의 삶을 명령하셨습니다. 마리아가 예수를 주님으로
섬기는데 기름을 붓고 머리털로 그 발을 씻긴 것은 자기의 생명까지도 드리
겠다는 결단의 표시였습니다. 그런데 거기에서 가롯 유다는 그 향유를 팔아
가난한 자에게 나눠주지 않았다고 책망했습니다. 실상인즉 가롯 유다는 거기
서 얼마만큼의 돈을 도적질하고 싶었다고 성경은 기록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주님을 섬기는 것이 구제보다 훨씬 중요한 일임을 알아야 합
니다. 물론 우리 교회 성도들은 구제에 힘써야 합니다. 주변에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들에게 오른손을 내밀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
은 주님을 섬기는 일입니다. 이것은 곧 예배입니다. 예배는 우리 인간이 하
나님께 드릴 수 있는 최고의 아름다운 행위입니다. 우리는 예배를 통해서 하
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주님을 섬겨야 합니다.

3. 마리아는 주님의 장사를 위해서 향유를 부어드렸습니다.

마리아가 알고 이런 일을 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왕이 죽기 전에
는 향유를 몸에 바르는 법인데 마리아의 행위는 예수의 장사를 준비한 위대
한 의식이 되었습니다. 이 행위는 문둥이 시몬이나 가롯 유다에게는 어수룩
하고 낭비벽이 심한 일같이 보였지만 마리아는 예수의 수난을 준비하였습니
다. 그녀는 왕의 죽음을 준비한 것입니다. 실상 우리 주님은 만왕의 왕이셨
습니다. 하늘과 땅의 주인이셨습니다. 이분의 죽으심은 인류를 구원하는 위
대한 장도에 오르는 일이었습니다. 이것을 마리아가 예언자와 같이 성대하게
준비한 것이었습니다. 이런 마리아의 행위는 하늘과 땅을 연결시킨 위대한
행위였습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 살면서 땅의 것만 생각하고 그것에 매여 아귀다툼
을 하면서 살다가 떠나건만 이 여인은 땅에 살면서도 하늘과 연결된 거룩한
행위를 준비했습니다. 그 당시 많은 종교인들이 예수를 죽일 계획을 세우고
있었는데 마리아는 예수를 만왕의 왕으로 모시고 발에 향유를 부어 장사를
준비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예수의 원수가 되고 있는데 그녀는 주님의 마
음을 읽고 있었고 자기 전체를 드려 헌신하였습니다. 자기 재산과 시간과 인
격과 모든 것을 아낌없이 드렸습니다. 예수의 발 밑에 앉아 있는 것을 최고
의 행복으로 알았습니다. 우리도 예수의 발 밑에 있을 때에 감격과 기쁨이
있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예수를 떠나서는 결코 행복이 없습니다. 예수를 최
고로 아는 이들은 교회에서 반드시 있어야 할 사람이요 하늘나라에서 면류
관을 받을 사람입니다.

우리 나라에 와서 최초로 복음을 전파한 언더우드 목사는 미국의 좋
은 교회에서 청빙을 받아놓은 상태였지만 한국에 파견할 선교사를 모집한다
는 광고를 보고는 자기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한국에 와서 많은 핍박과 박
해를 받으면서도 자기의 일생을 바쳐 복음을 전했습니다. 그는 일생을 예수
의 발 밑에서 헌신 봉사를 하였습니다. 그래서 오늘의 한국의 교회가 있게
했습니다. 우리들도 오늘 종려주일날 우리 평생에 예수의 발 밑에 헌신과 충
성을 하는 사람들이 되겠다는 다짐을 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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