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바돌로매 - 순전한 마음을 지닌 사람

[요한복음 1장 43-51절]

43. 이튿날 예수께서 갈릴리로 나가려 하시다가 빌립을 만나 이르시되 나를 따르라 하시니

44. 빌립은 안드레와 베드로와 한 동네 벳새다 사람이라

45. 빌립이 나다나엘을 찾아 이르되 모세가 율법에 기록하였고 여러 선지자가 기록한 그이를 우리가 만났으니 요셉의 아들 나사렛 예수라

46. 나다나엘이 이르되 나사렛에서 무슨 선한 것이 날 수 있느냐 빌립이 이르되 와서 보라 하니라

47. 예수께서 나다나엘이 자기에게 오는 것을 보시고 그를 가리켜 이르시되 보라 이는 참으로 이스라엘 사람이라 그 속에 간사한 것이 없도다

48. 나다나엘이 이르되 어떻게 나를 아시나이까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빌립이 너를 부르기 전에 네가 무화과나무 아래에 있을 때에 보았노라

49. 나다나엘이 대답하되 랍비여 당신은 하나님의 아들이시요 당신은 이스라엘의 임금이로소이다

50.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내가 너를 무화과나무 아래에서 보았다 하므로 믿느냐 이보다 더 큰 일을 보리라

51. 또 이르시되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하늘이 열리고 하나님의 사자들이 인자 위에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을 보리라 하시니라

한기채가 쓴 [예수가 선택한 열두제자 이야기]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나다나엘은 공관복음서에 나오는 바돌로매와 동일 인물로, 늘 빌립과 함께 나옵니다. 열두 제자의 이름을 언급할 때 공관 복음에는 바돌로매로 나오고 나다나엘이라는 이름은 없는 반면에, 요한복음에는 바돌로매라는 이름은 없고 나다나엘이라고 나옵니다.

예수님의 제자가 열세 명이 아니라면 이 두 이름은 동일을 지칭한다고 쉽게 추정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모든 복음서에 나다나엘 또는 바돌로매가 빌립과 짝을 이루며 함께 나오는 것도 나다나엘과 바돌로매가 동일인이라는 좋은 증거가 됩니다.

그러면 여기서 나다나엘은 그의 진짜 이름이었던 것 같고, 바돌로매(‘돌마이의 아들’이라는 뜻)는 그의 가족관계를 지칭하는 별칭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니면 바돌로매가 원래 이름이고 나다나엘이 예수님께서 주신 이름인지도 모릅니다.

말씀을 준비하면서 계속 느끼는 것이지만 이름이 참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름값’을 하는 사람, 이름에 책임지는 사람이 되는 것이 어쩌면 부르심을 입은 사람들이 아니냐는 생각을 해봅니다. 예수님께서 가장 잘하신 일이 있다면 이름을 지어 주신 일이 아닐까요?

올해 초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어령 씨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자신이 문화부 장관으로 있을 때 가장 잘한 일이 있다면 이름을 지어준 일이라고 말이죠. 예를 들어 ‘노변’이라는 말을 ‘갓길’이라는 말로 바꾼 것.

요즘 저를 당황하게 하는 일 중의 하나가 총선을 준비하면서 생긴 ‘기독자유당’에서 무단으로 제 이름을 사용한 것입니다. 기독자유당이 좋은 의미로 일을 도모할지 모르지만, 제가 허락하지 않은 곳에 이름을 사용하는 것은 잘못된 일임을 지적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의 이름이 쓰이는 곳에는 우리의 삶이 쓰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다나엘은…

나다나엘은 예수님을 만나기 전 예수님에 대한 잘못된 지식이 있었습니다. 나다나엘은 훌륭한 인격을 가졌지만, 진리에 대하여는 무지했다는 것이 주님과의 만남에서 드러납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나다나엘을 보시고 참 놀라운 칭찬을 하십니다. 오늘 본문 47절은 나다나엘에 대한 주님의 칭찬을 말씀합니다.

“예수께서 나다나엘이 자기에게 오는 것을 보시고 그를 가리켜 이르시되 보라 이는 참으로 이스라엘 사람이라 그 속에 간사한 것이 없도다.”

‘참으로 이스라엘 사람’이라는 말은 무슨 의미일까요? 오늘 말씀은 ‘그 속에 간사한 것이 없다’고 표현하는데 NIV 성경에서는 ‘nothing false’라고 피터슨의 메시지 성경에서는 ‘not a false bone in his body’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천성적으로 타고난 선한 사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닐까요? 우리가 보는 개역개정 성경에는 ‘간사한 것이 없다’고 표현합니다. 다시 표현한다면 ‘신실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죠.

요즘 우리 정치에서는 이익과 자기 소신에 따라 ‘배신’이 자주 일어나다 보니, 진박, 친박, 진진박, 비박, 친노, 비노와 같은 말들이 난무합니다. 하지만 이런 잣대가 잘못된 것은 ‘진실함’을 잘못 이해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진실함’이란 누구의 편에 서서 변함이 없는 것이 아니라, ‘옳음’의 편에 서는 것인데 말입니다. 자신의 주장을 지키는 것이 진리의 편에 서는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이 문제 아닐까요?

우리는 어떤 사람을 신실하다고 표현합니까?

자신이 아는 대로, 말하는 대로 행동하는 사람이 아닌가요?

적어도 나다나엘은 예수님을 몰랐지만, 자신이 이스라엘 사람으로 살아가는데 부끄러움 없이 살았다는 말입니다. 자신이 알고 배운 대로 행하는 사람이었다는 말이죠.

우리는 흔히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들을 봅니다. 그런 사람들이 아무리 많은 것을 이루었다고 해도 ‘성공한 사람’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그는 단지 비열한 사람일 뿐입니다.

신실한 인격의 사람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는’ 사람입니다.

불행하게도 이 신실함이 사라져 버린 교회 때문에 하나님께서 욕을 먹는다는 것을 아십니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신앙인들이 하나님의 일을 해서 하나님의 영광이 드러나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역사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행하는 저돌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일을 하는데, 어떻게 해서든지 하나님의 방법과 수단대로 살아가겠다는 믿음의 방식에서 드러납니다.

그동안 우리는 참 잘못된 간증을 많이 들어왔습니다. 우리의 죄를 가리기 위해 하나님께 도와달라는 기도 말이죠. 불의한 방법인 줄 알면서도 하나님께 눈감아 달라고 애원한 기도 말이죠. ‘이번 일만 잘되게 해주시면….’ 과연 이번 일이 잘되면 하나님이 기뻐하실까요?

우리는 그런 기도가 이루어질 때 감사하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사단이 웃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시나요?

“삶의 방식”이 참 중요한 것 같습니다.

나다나엘에게서 주님이 보셨던 것은 바로 그런 삶의 방식이었습니다. 그의 마음에 ‘간사’한 것이 없는 순전함 말입니다. 그리고 그에게는 이런 천성적인 성품과 더불어 진리에 대한 갈급함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 본문 45~46절입니다.

45. 빌립이 나다나엘을 찾아 이르되 모세가 율법에 기록하였고 여러 선지자가 기록한 그이를 우리가 만났으니 요셉의 아들 나사렛 예수라

46. 나다나엘이 이르되 나사렛에서 무슨 선한 것이 날 수 있느냐 빌립이 이르되 와서 보라 하니라

빌립이 예수님을 만난 후에 나다나엘을 찾아가 예수님에 대하여 말합니다. 문제는 빌립이 전하는 예수가 나다나엘이 기다리던 메시아가 아니었다는 것이죠. 그는 진정한 이스라엘 사람이었기에 구약의 예언을 믿고 메시아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생각에 어떻게 메시아가 나사렛에서 날 수 있는지 믿을 수 없었습니다.

빌립이 예수님을 먼저 만나고 흥분하며 말합니다. “모세가 율법에 기록하였고 여러 선지자가 기록한 그이를 우리가 만났으니 요셉의 아들 나사렛 예수라”(45절)

빌립이 나다나엘에게 아주 간결하고 직설적으로 이야기한 것으로 보아, 두 사람이 평소에 영적 진리에 관한 관심을 가지고 많은 이야기를 나눈 사이라는 것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저는 성경을 보면서 ‘호기심’과 ‘열정’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자신의 상식을 뛰어넘는, 아니 자신의 지식으로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진리에 대한 열정과 호기심이 그분을 만나게 한다는 사실 말입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삶을 자기 지식의 한계에 가두지 않는 것입니다. 그가 빌립과 함께 가서 예수님을 보았을 때 발견한 것이 있습니다.

출애굽기 3장에는 모세가 하나님을 만나는 장면이 나옵니다.

불은 불인데 타지 않는 떨기나무 불꽃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끌려간 장소에서 하나님을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을 부르시는 하나님께, “당신은 누구십니까?”라는 물음을 통해 그는 하나님을 알게 됩니다.

신앙은 내가 그분을 알기 때문에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아는 그분 앞에 나와 무릎을 꿇고 그분이 어떤 분이신지를 알아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를 아는 그분을 믿는 믿음이 장성한 자의 분량으로 자라나는 것입니다. 그를 아시는 주님 앞에 무릎을 꿇게 된 것입니다. 자기 자신도 모르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꿰뚫고 계시는 분이야말로 의지할 수 있는 분, 믿을 수 있는 분이 아니겠습니까?

이제 나다나엘이 예수님을 만나고, 신앙을 고백하고 제자가 된 이 사건을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이 있습니다.

첫째는, 나다나엘이 마음을 열었다는 것입니다.

비록 그가 빌립의 전도를 듣고 마음속으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그가 살아온 삶의 방식과 상식으로는 나사렛에서 메시아가 날 수 없다고 믿었지만, 그래서 부정적인 말을 하기도 했지만 빌립과 함께 예수님을 만나러 갔다는 것입니다.

저는 목회하면서 아무 말도 안 하는 사람보다 부정적인 말이라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아예 말도 안 하고 상대도 안 하는 사람보다 마음속의 생각을 분명하게 이야기하는 사람과는 대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말씀이 있지요?

“너희 죄를 서로 고백하며 병이 낫기를 위하여 서로 기도하라”(약 5:16)

믿음의 공동체에 우리의 속마음을 여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거짓된 가면을 쓰는 것이 아니라, 솔직한 마음을 하나님께 아뢰고 기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마음을 닫고 묶어두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열고 문제를 풀어놓는 것입니다.

저는 종종 우리의 약점을 말할 수 있는 것은 위대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우리 입술의 고백을 통해 그 약점을 강점으로 바꾸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나다나엘에게는 진리에 대한 열정이 있었고, 자신이 발견한 것을 즉시로 받아들이는 ‘수용성’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복음을 전하기 참 힘든 사람의 유형이 있습니다. 어렸을 적 교회를 다녀본 경험, 가족들이 교회를 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가진 선입견, 특히 학창시절 기독교 학교에 다니며 들었던 성경의 지식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주로 이렇게 말하죠.

“잘 압니다!”

그런데 자신이 아는 지식이 정말 다일까요? 자신이 만났던 크리스천이 정말 다일까요?

많은 기독교 학교에서 채플을 합니다. 그리고 그 시간에 학생들을 가두어 놓고 말씀을 전합니다. 졸지 못하도록, 떠들지 못하도록 여기저기서 몽둥이를 들은 선생님이 눈을 부라리는 상황에서 예배를 경험합니다.

아이들이 복음을 들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숙제를 내줍니다. 동네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리고 주보에다 목사님의 사인을 받아서 오라고 말이죠. 그리고 그것이 점수에 반영됩니다.

그런 나쁜 기억 때문에 우리 마음을 닫아놓고 있다면 손해입니다. 진리는 수단과 방법의 문제가 아니라 ‘진리 자체’입니다. 그러므로 진리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주변적인 것으로 인해 침해받아서는 안 됩니다.

언젠가 신학생들에게 강의하는데 저에게 한 학생이 질문했습니다.

“목사님은 어떤 분에게 가장 큰 영향을 받으셨나요?”

제가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어떤 목사님의 집회를 통해 은혜를 받았습니다. 얼마나 기쁘고 감격스러웠는지 그분의 숙소에 찾아가 머리를 디밀고 안수를 부탁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분은 지금 제가 존경할 수 없는 분이 되어 버리셨습니다. 이 자리에서 이름을 댈 수도 없는 분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저와 같은 이유로 그분의 아들 목사님이 저를 찾아왔습니다. 그 순간 두려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저에게 깨닫게 하신 것은, 그분을 통해 은혜받은 것이 그분의 인격이 아니라, 그분을 통해 전해진 말씀의 진리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사람을 따르거나, 사람의 능력을 믿는 것이 아니라, 말씀 즉 ‘logos’를 믿고 따르는 것입니다. 복음을 전하는 사람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복음의 능력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제가 반응한 것은 말씀의 진리이지 그분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그 어떤 것도 진리와 하나님의 말씀에 방해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입니다. 흔히 우리가 ‘누구 때문에.’라는 것이 진리와 생명에 방해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종종 영화에서 보는 장면이 있습니다.

주인공은 늘 착하고 나쁜 놈은 늘 나쁜 놈이죠. 마지막에 목숨을 걸고 전투를 합니다. 그것도 빌딩 옥상에서, 위험한 고비를 넘기고 결국 주인공이 이깁니다. 빌딩에서 떨어져 죽을 순간에 주인공은 나쁜 놈에게 손을 내밉니다. 밉지만 죽일 수 없는 거죠.

목숨을 걸고 싸운 사이이지만, 그 손을 잡습니다. 미움과 원수라는 도식이 생명과 바꿀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나다나엘의 위대함은 그의 수용성과 더불어 진리를 깨달았을 때 그의 입을 통해 고백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마음의 감동을 잘 표현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입술의 고백을 통해 우리의 마음과 삶이 따라오게 됩니다.

그래서 로마서 10장 10절에 보면, “사람이 마음으로 믿어 의에 이르고 입으로 시인하여 구원에 이르느니라”라고 말씀합니다. 우리가 본받아야 할 것은 나다나엘이 비록 진리를 모르고 있었지만, 하나님께서 쓰실 만한 좋은 ‘마음의 밭’이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부르심의 사건은 누구에게나 찾아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부르심에 합당한 그릇과 마음을 가졌느냐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그럼 나다나엘을 만나주셨던 예수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오늘 본문 48~51절의 말씀입니다.

48. 나다나엘이 이르되 어떻게 나를 아시나이까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빌립이 너를 부르기 전에 네가 무화과나무 아래에 있을 때에 보았노라

49. 나다나엘이 대답하되 랍비여 당신은 하나님의 아들이시요 당신은 이스라엘의 임금이로소이다

50.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내가 너를 무화과나무 아래에서 보았다 하므로 믿느냐 이보다 더 큰일을 보리라

51. 또 이르시되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하늘이 열리고 하나님의 사자들이 인자 위에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을 보리라 하시니라

나다나엘에게 예수님과의 만남이 놀라운 것은 ‘자신을 아셨다’는 것입니다.

‘무화과나무 아래 있는 것’

당시 바리새인들은 사람들 눈에 잘 띄는 길 어귀에서 기도하기를 좋아했지만, 진정으로 경건한 사람은 누군가 보지 않는 장소에서 경건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당시 무화과나무 아래 있었다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요?

무화과나무는 보통 5m 높이에, 가지가 8m 정도 되었다고 합니다. 큰 그늘이 드리워져 있는 나무 아래서 하나님의 말씀을 묵상하고 기도하는 사람들이 있었죠. 나다나엘은 사람들이 보지 않는 무화과나무 아래서 말씀을 묵상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바로 그 모습을 주님이 보셨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그의 위치를 말씀하신 것이 아니라, 그의 영적 상태를 말씀하시는 주님 때문에 나다나엘은 놀랐을 것입니다.

참 무섭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합니다.

어떤 이에게는 자신의 치부가 드러나는 것 같아 부끄럽기도 하고, 어떤 이에게는 사람들이 인정하지 않아도 하나님은 아신다는 사실에 위로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 삶에서 드러나는 외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 중심이 늘 하나님께 드러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을 만났던 많은 사람은 자신의 잘난 것을 자랑하다가 예수님을 ‘주’로 고백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모든 것을 아시는 주님 앞에서 신앙을 고백합니다. 모든 것을 아시는 주님이라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신앙의 고백이 있기 때문입니다.

혹시 여러분은 ‘불꽃 같은 눈으로’라는 표현을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요한계시록 1장 14절에 보면 요한이 보았던 주님의 형상 중의 하나를 묘사한 말씀입니다.

요한계시록 2장 23절 하반절에는, “나는 사람의 뜻과 마음을 살피는 자인 줄 알지라 내가 너희 각 사람의 행위대로 갚아 주리라”라고 말씀합니다.

우리가 하나님 앞에 서면 두려운 것은 그분이 모든 것을 아시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드러나는 것과 자신이 아는 것으로 판단하지만, 주님은 우리의 깊은 것을 다 아십니다.

전에 나사렛에서 무슨 선한 것이 날 수 있느냐고 생각했던 나다나엘이, 이제는 ‘나사렛 예수’를 이렇게 고백합니다.

“나다나엘이 대답하되 랍비여 당신은 하나님의 아들이시요 당신은 이스라엘의 임금이로소이다”(49절)

이러한 고백은 요한복은 4장에 나오는 사마리아의 수가성에서 만난 한 여인의 고백과 아주 유사하죠. 자신의 모든 과거를 알고 계셨던 주님을 만난 여인의 고백 말입니다.

“주여 내가 보니 선지자로소이다.”(요 4:19)

사마리아를 지나가는 유대의 남자가 이제 ‘선지자’로 ‘메시아’로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자신의 과거를 알고 계신 그분 앞에서 말입니다.

‘랍비여’라는 말은 선생님이라는 의미입니다. 이제부터 예수님을 자신의 선생님으로 모시고 배우겠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아시는 분께 삶을 맡기겠다는 것입니다.

우리 인생의 비극은 잘못된 것에 삶을 투자한다는 것입니다. 의도적 오류가 아닌, ‘한계적 오류’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잘되지 않는 이유는 근본적 세팅이 잘못되었기 때문입니다.

마이크 어의 [하나님께 놀라다]에 나오는 글이 아주 의미가 있습니다.

“잘못된 것을 보물로 삼으면 염려가 온다.”

명심하자. 예수님의 관심은 그저 우리를 행복한 사람들로 만드는 데 있지 않다. 예수님은 우리를 그 나라의 백성, 하나님이 다스리시는 백성으로 만들고자 일하신다. 우리의 안락이나 안전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과업이 관건이다.

…

새와 꽃은 보살핌을 받지 못할까 염려하지 않는다. 자신의 죽음에 대해 안달하지 않기 때문에 순간을 충만하게 살아간다. 보살핌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없다. 새나 꽃과 달리, 우리는 이 세상의 것으로 염려하고 거기에 마음을 둘 능력을 갖고 있다. 우리가 염려하는 이유는 ‘결코 지속 될 수 없는’ 것을 보물로 삼기 때문이다.

이것이 예수님의 요점이다. 이것이 보물과 염려의 관계다. 예수님은 “너희가 잘못된 것을 보물로 삼으면, 불완전한 너희의 보물 때문에 염려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씀하신다.

…

젊음과 외모가 보물이라면, 나이 드는 것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돈이 보물이라면, 경제 걱정을 할 수밖에 없다. 가족이 보물이라면 그들에게 벌어질 수 있는 온갖 끔찍한 일들로 염려할 수밖에 없다.

예수님은 “염려하지 마라. 너희에게 나쁜 일은 전혀 없을 것이다”라고 말씀하시지 않았다. 대신 올바른 것을 보물로 삼고 하나님 나라를 먼저 구하며, 새와 꽃처럼 염려할 일이 없을 거라고 가르치셨다. 잘못된 것을 보물로 삼으면, 언젠가는 지나가고 사라질 그 보물 때문에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예수님은 들풀과 꽃을 가리키며 “들풀과 꽃에는 나쁜 일이 생기지 않는다. 너희는 그것들보다 나으니 너희에게도 나쁜 일이 결코 생기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

예수님은 하나님을 구하고 하나님 나라의 방식대로 살아갈 때 부산물로 얻는 것이 안전과 공급하심이라고 말씀하셨다. 하나님 나라에 참여하지 않고 자신의 보물을 지키기 위해 애쓴다면, 그 보물을 더 확실하게 잃게 될 것이다.

[경제학 콘서트]라는 책을 쓴 팀 하포드는 “실패를 배우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많이 듣던 말인데, 우리가 실패를 열심히 연구하면 쉽게 실패하지 않는 길을 배우게 될 것이라는 말입니다.

[Journal of marketing research]라는 잡지에서 100개 이상의 체인을 가진 편의점을 조사해 보았습니다. 약 10만 명이 넘는 고객을 연구한 결과 ‘실패를 사는 고객이 정해져 있다’고 합니다. 이들은 3년 안에 진열대에서 사라지는 40%의 상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입니다. 한 가지 종류가 아니라 복수로 말이죠. 흥미로운 것은 주식투자로 손해를 보는 사람들은 계속 손해 보는 주식에 투자한다는 것이죠.

우리는 우리 삶의 실패를 통해 배워야 합니다. 우리가 염려하는 삶을 살며, 그 염려를 극복하지 못하는 이유를 말입니다. 우리의 삶의 방식이 계속 염려를 만들어냄에도 불구하고 그 방식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말입니다.

예수님께서 우리 삶을 분명하게 가르쳐주십니다. 우리 인생이 살아가야 할 길과 방식을 말입니다.

이제 나다나엘에게 예수님은 ‘하나님의 아들’이요 ‘이스라엘의 왕’이 되십니다. 이 둘의 호칭은 ‘랍비’를 설명하는 용어입니다. 단순한 선생님이 아니라 하나님의 아들로서 이스라엘의 왕으로서 고백합니다. 자신이 그렇게 기다리고 만나기를 원했던 ‘메시아’가 바로 나사렛 예수님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새로운 인생의 관계가 정립되고, 살아가야 할 인생의 목적이 세워집니다.

이제 예수님은 본문 50~51절에서 나다나엘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50.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내가 너를 무화과나무 아래에서 보았다 하므로 믿느냐 이보다 더 큰 일을 보리라

51. 또 이르시되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하늘이 열리고 하나님의 사자들이 인자 위에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을 보리라 하시니라

이 말씀을 묵상하며 이런 해석을 해보았습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만나고 은혜를 깨닫는 순간 얼마나 놀랍습니까? 그런데 진정한 은혜는 하나님을 만나고 나서 우리 삶에 일어날 일에 대한 ‘기대’입니다. 하나님은 단순히 우리의 과거의 문제와 죄, 그리고 근심과 걱정을 해결해 주시는 분이 아니라, 그분과 함께하며 놀라운 일을 보게 될 것이라는 말입니다.

‘하늘 문이 열리고’

무슨 의미입니까? 이 세상이 알지도 이해하지도 못하는 비밀스러운 일을 보게 될 것이라는 말입니다. 우리가 아는 그 비밀 때문에 지켜야 할 일도, 전해야 할 일도 있게 될 것이라는 말입니다.

J. D. 그리어의 [담장을 넘는 크리스천에]에 보면 이런 말이 있습니다.

“구원받은 모든 사람들은 구원받지 못한 모든 사람들에게 빚진 자이다.”

사도 바울은 로마서에서 자신을 ‘빚진 자’로 여기게 되었다고 고백합니다. 빚진 자는 자신이 버는 수익에 대하여 마음대로 할 수 없습니다. 갚아야 하는 것 때문에 채권자의 처분에 따라야 합니다. 자신의 삶, 자신이 가진 자원을 마음대로 할 수 없음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때 하늘과 땅 사이를 연결하는 ‘십자가’를 보게 될 것입니다. 죄로 인해 단절되었던 관계가 회복될 것입니다.

결국, 나다나엘은 주님과 함께하며 영광스런 일들을 목격하는 증인이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아들로서, 메시아로 행하시는 놀라운 기적들을 말입니다. 병자들을 고치시고, 물 위를 걸으시고, 오병이어의 기적을 일으키시고, 죽은 자를 살리시는 기적. 무엇보다도 하늘나라의 말씀을 가지고 인생을 변화시키는 놀라운 일들을 말입니다.

역사학자 유세비우스와 교부였던 제롬의 기록에 의하면 나다나엘은 아르메니아 알바노폴리스에서 A.D. 44년에 칼에 베여 죽임을 당하고 시체는 자루에 넣어 바다에 던져져 순교합니다.

무화과나무 아래 있었던 자신을 아셨던 주님을 만나는 순간, 그는 전 인생을 주님께 걸었습니다. 그분이 자신의 스승이 되었고, 왕이 되셨습니다. 그는 목숨을 바쳐 살아야 할 인생의 의미를 알았고 기쁨과 순전한 마음으로 살다가 삶을 마감했습니다.

인생의 가치는 어떻게 살다가 죽느냐에 가치가 달렸습니다.

오래 사는 인생이 아니라, 죽어도 좋을 인생을 사는 것이야말로 중요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오늘 바돌로매와 예수님의 만남을 묵상하며 물어야 하는 질문입니다.

“우리가 어떻게 살다 죽어야 하지?”

그리고 “어떻게 사는 것이 영광스러운 일인가?”

“과연 우리의 삶의 방식이 염려하지 않을 일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