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 사마리아여인을 만나신 이야기

요 4:1-10

   요한복음은 다른 복음서들이 다루지 않는 아주 특별한 만남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3장에서는 예수님께서 니고데모를 만나시는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4장에서는 예수님께서 사마리아여인을 만나시는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5장에서는 예수님께서 베데스다 연못에 누워있는 38년 된 병자를 만나시는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들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우선 이 만남들은 당시 사람들이 상식적으로 생각하기 힘든 만남이었다는 점입니다. 다음으로 예수님께서는 이 만남을 통해서 특별한 메시지를 전하시고 계시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요한복음은 만남 그 자체보다도 예수님께서 만남을 통해서 전하시려는 이 특별한 메시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오늘 본문은 이런 아주 특별한 만남들 가운데 하나인 예수님께서 사마리아여인을 만나시는 이야기입니다. 먼저 만남 자체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예수님께서 공생애 초기 유대지역에서 사역을 마치시고 갈릴리지역으로 이동하고 계셨습니다. 주목할 것은 예수님께서 평소와 다른 길을 택하셨다는 점입니다. 평상시 유대인들이 가지 않는 사마리아 길로 가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사마리아를 지나시다가 수가라는 마을에서 쉬어가시기로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마을 밖 우물가에 계시는 동안 제자들은 먹을 것을 구하러 마을로 들어갔습니다. 예수님께서 혼자 우물가에 계시는 동안 한 여인이 물을 길로 우물가로 나왔습니다.

   예수님께서 일행 없이 혼자 계셨고, 이 여인도 여섯시, 우리 시간으로 정오 그러니까 낮 더위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우물을 찾지 않는 시간에 혼자서 물을 길러 왔습니다. 자연스럽게 두 사람이 오붓하게 대화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먼저 예수님께서 물을 달라고 말문을 여셨습니다. 그러시면서 이 여인이 남몰래 고민하던 문제를 지적하셨고, 그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결국 이 여인은 이 만남을 통해서 자신의 고민을 해결할 수가 있었고, 새롭게 변화되는 놀라운 체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 본문은 이 만남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있을까요? 다음 몇 가지 질문을 통해서 그 메시지를 찾아보겠습니다.

왜(Why)?

  우리가 이 이야기 속에서 먼저 던지게 되는 질문은 바로 이것입니다. 바로 “왜 예수님께서 구지 사마리아 길로 가셨는가?”라는 질문입니다.

   3-4절을 보면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유대를 떠나사 다시 갈릴리로 가실새 사마리아를 통과하여야 하겠는지라.” 예수님께서 일부러 사마리아를 통과하시려 했다는 것입니다.

   당시 유대인들은 사마리아인들을 멸시했습니다. 유대인들이 볼 때 사마리아인들은 이방인들과 혼혈된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혈통적으로나 종교적으로 자기들과는 다른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사마리아인들을 이방인 취급을 했고, 상종하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유대지역에서 갈릴리지역으로 왕래할 때 사마리아 지역을 우회해서 먼 길로 다녔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일부러 사마리아 길로 가신 것입니다. 예수님의 특별한 의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5-6절을 보면 예수님께서 사마리아 길로 가시다가 수가라는 마을에서 쉬어가시기로 하셨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구체적으로 장소와 시간을 밝히고 있다는 것입니다. 수가라는 마을 밖의 야곱의 우물이라는 구체적인 장소와 여섯시라는 구체적인 시간입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이곳에 그리고 이 시간에 홀로 계셨다는 것입니다.

   본문이 이렇게 구체적인 장소와 시간을 밝힌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리고 예수님께서 이 시간 홀로 그곳에 계셨다는 점을 강조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분명합니다. 예수님께서 이 여인을 만날 준비를 하셨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만남은 우연한 만남이 아니고 예수님께서 의도하신 만남입니다.

   그렇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미 이 여인을 만날 계획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여정을 그렇게 잡으셨습니다. 그리고 계획하신 대로 실행하셨습니다. 그래서 이 여인과 단둘만의 만남을 가지셨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궁금증을 갖게 됩니다. “왜 이 여인인가?”하는 궁금증입니다. 왜 이 여인을 만나시려 구지 사마리아 길로 오셨고, 또 의도적으로 수가 마을 우물가를 찾으셨느냐는 것입니다.

   아무리 성경을 읽고 또 읽어봐도 예수님께서 이 여인을 만나야 할 이유를 알 수가 없습니다. 언젠가 이 여인과 약속을 하셨다든지, 이 여인의 요청을 받으셨다든지, 아니면 누군가로부터 이 여인을 만나달라는 부탁을 받으신 일이 없으셨습니다. 그러면 왜 일까요?

   우리말에 “마음이 쓰인다.”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이 말은 “마음을 쓴다.”는 표현하고는 또 뉘앙스가 다릅니다. 말 속에 “어쩔 수 없음”이 담겨 있습니다.

  일전에 혼자서 등산을 하고 있었습니다. 깊은 숲이어서 찾는 이가 없었습니다. 호젓이 오붓하게 묵상하면서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한쪽에서 툭하고 무엇인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나무 위 새 둥지에서 아직 날지 못하는 새끼 새 한 마리가 떨어진 것입니다.

  못 본 척하고 계속 묵상하던 것을 깊이 생각하며 길을 걸었습니다. 그런데 한참을 가도록 계속 마음이 쓰입니다. 다른 생각하며 잊어버리려고 해도 계속 마음이 쓰입니다. 할 수 없이 그 새를 찾으러 돌아섰습니다. 다쳐서 죽은 것은 아닌지, 그 사이에 고양이라도 와서 잡아가면 어떡하나 하는 마음에 걸음이 빨라졌습니다. 한참을 달려서 그 새를 찾았습니다. 다행히 아직 살아있었습니다. 따뜻하게 보듬어 주고, 나무 위를 기어올라서 둥지 위에 올려두었습니다.

  다시 산길을 걸을 때 마음이 얼마나 좋은지요? 찬송이 절로 나왔습니다.

   아마 예수님의 마음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이 여인이 마음이 쓰이셨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여인을 만나시기 위해 그렇게 사마리아 길을 가셔야 했고, 수가 마을 우물을 찾으셔야 했을 것입니다. 이것이 주님의 사랑입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주님께서 저와 여러분이 마음에 쓰이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를 만나주셨습니다. 그리고 우리를 믿음의 자리에 세워주셨고, 이렇게 귀한 교회에 자리매김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구원 받았고,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습니다.

   오늘도 주님의 마음이 우리에게 있습니다. 우리가 이점을 기억하며 살아야 합니다.

무엇(What)?

  우리가 이 이야기 속에서 던지게 되는 또 하나의 질문이 있습니다. 바로 “왜 이 여인은 뜬금없이 예수님께 예배에 대해 물었는가?”라는 질문입니다.

   본문 20절을 보면 이 여인이 예수님께 이렇게 묻고 있습니다. “우리 조상들은 이 산에서 예배하였는데, 당신들의 말은 예배할 곳이 예루살렘에 있다 하더이다.” 이 질문은 어떻게 보면 생뚱맞은 질문입니다.

   지금 대화의 흐름을 살펴보겠습니다. 예수님께서 이 여인에게 네 남편을 불러오라고 명하셨습니다. 여인이 남편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너에게 남편이 다섯이 있었고, 지금 있는 자도 네 남편이 아니니, 네 말이 참되도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사실 이 여인에게는 가슴 아픈 사연이 있었습니다. 벌써 다섯 번이나 결혼에 실패한 과거가 있습니다. 그리고 감추고 사는 부끄러운 사연도 있습니다. 지금 정식으로 결혼하지 않은 남자와 살고 있습니다. 당시 도덕적으로나 율법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부끄러움과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여인은 지금 당면하고 있는 이 문제를 예수님께 물었어야 하지 않을까요? “지난날 제가 지은 죄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금 제가 이 남자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렇게 물으면서 이 문제를 해결했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왜 이 여인은 뜬금없이 예배 문제를 물었을까요? 본문이 말씀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어렵지 않게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이 여인은 우물가에서 예수님과 만나 대화하면서 지금 자기가 겪고 있는 이 문제를 해결했을 것입니다. 자기가 지금까지 다섯 번이나 이혼을 했고, 또 지금 남편이 아닌 남자와 동거하고 있는 것이 다 자신이 저지른 음란죄라는 것도 깨달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주 앞에서 회개했을 것이고, 아마도 주님께서 그 회개를 받으셔서 용서해 주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 여인에게 진정한 문제 해결은 이제부터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여인이 그동안 자신을 괴롭혀왔던 문제를 해결해서 홀가분할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습니다. 정말 자신 심령 저 깊은 곳에 더 본질적인 문제가 도사리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바로 영적인 문제였습니다.

   이 여인이 심령 깊은 곳에 담아두고 있었던 영적인 문제는 바로 예배였습니다. 그런데 이 문제는 이 여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마리아인 모두가 겪고 있는 문제였습니다.

   당시 사마리아인들은 유대인의 반대로 예루살렘 성전에서 예배하지 못하고, 자신들 나름대로 성전을 짓고 그곳에서 예배해왔습니다. 그러면서 자기들 안에 과연 예루살렘 성전이 아닌 곳에서 예배하는 것이 진정한 예배인지, 하나님께서 여기서 드리는 예배를 받으시는지 확신이 없었습니다.

   22절을 보면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는 알지 못하는 것을 예배하고 우리는 아는 것을 예배하노니, 이는 구원이 유대인에게서 남이라” 예수님께서 그동안 사마리아인들의 예배를 한 마디로 평가하신 것입니다. 자기들도 잘 알지 못하는 것을 예배했다는 것입니다. 하나님께 예배한다고 했지만 결국 하나님 아닌 자기들도 모르는 신에게 예배한 꼴이 됐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당시 사마리아인들의 영적 현주소입니다. 예배를 드린다고 힘썼지만 결국 그 예배가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하나님께 나가고자 힘써왔지만 하나님께 나갈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이 여인이 겪고 있었던 보다 근원적인 문제는 바로 이것입니다. 예배다운 예배를 드리지 못한 것입니다. 잘못된 예배를 드리면서 하나님과의 올바른 관계를 맺지 못한 채 살아온 것입니다. 이 여인은 이제야 자신의 근원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알게 됐고, 또한 그 문제를 풀 수 있는 길을 찾게 된 것입니다.

  20세기 가장 영향력이 있는 신학자 중 한 사람으로 폴 틸리히(Paul Tillich)를 꼽습니다. 이 분이 사용한 유명한 신학적 용어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궁극적 관심’(ultimate concern)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의 관심거리를 가지고 살아갑니다. 어떤 사람은 사랑이고, 또 어떤 사람은 성공이고, 또 어떤 사람은 국가나 공동체에 대한 충성이고, 또 어떤 사람은 지식탐구 같은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은 이런 것들 넘어 더 근원적인 관심거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궁극적 관심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이것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사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 궁극적 관심이 바로 하나님입니다.

   그렇습니다. 이 여인은 예수님을 만난 뒤에야 비로소 궁극적 관심을 찾았습니다. 그동안 자기를 괴롭혀온 갖가지 관심사와 씨름하면서 궁극적 관심이 있는 줄도 몰랐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것을 찾았고, 그 대상이 하나님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예배를 물었던 것입니다.

   우리가 사는 것이 바빠서 궁극적 관심을 잊지는 않으셨습니까? 주 앞에 그동안 씨름하고 살던 관심사를 내려놓으십시오. 이제 고개를 들고 하늘을 우러러 보십시오. 영안을 열고 하나님을 바라보십시오. 무엇인지 모를 묵직하게 내 존재를 짓누르던 그 무거운 짐이 벗겨지고 심령에 평안이 임하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So What)?

  우리가 이 이야기 속에서 마지막으로 던지게 되는 질문이 있습니다. 바로 “그래서 이 여인은 어떻게 됐는가?”

   이 여인이 예수님을 만난 뒤 어떻게 됐을까요? 28절을 보면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여자가 물동이를 버려두고 동네로 들어가서, 사람들에게 이르되 내가 행한 모든 일을 내게 말한 사람을 와서 보라! 이는 그리스도가 아니야 하니”

   사도 요한은 이 여인이 예수님을 만난 뒤에 보인 태도 변화를 설명한 것입니다. 여기서 두 가지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하나는 “물동이를 버려두고”라는 말입니다. 이 여인이 우물로 나온 것은 물을 뜨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물동이를 버려두었다는 것은 물을 뜨는 일을 포기했다는 말입니다.

   다른 하나는 “사람들에게 이르되”라는 말입니다. 이 여인이 여섯 시에 우물로 나온 이유는 사람들을 피하려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에게 이르되 라는 말은 더 이상 사람들을 피하려 하지 않고 오히려 사람을 찾아갔다는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예수를 만난 뒤 이 여인은 변화되었습니다. 자기 힘으로 변해보려 그렇게 노력했지만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과거에 발목이 잡혀서 비참한 인생을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예수를 만났습니다. 그 만남이 이 여인을 변화시켰습니다.

  간하베 선교사님은 1960년에 미국장로교 파송선교사로 우리나라에 와서 선교에 힘썼던 분입니다. 특히 이분은 도시선교에 힘썼습니다. 이분은 도시선교를 하며 창녀들에게 복음을 전하는데 헌신했습니다.

  처음에 창녀들을 그 소굴에서 벗어나게 해 주기 위해 갖가지 사역을 펼쳤습니다. 직업도 소개해 주고 교육도 받게 하는 등 갖가지 노력을 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창녀출신들이 안타깝게도 얼마 안가서 다시 이전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그래서 과감하게 사역을 전환했습니다. 성경공부와 기도모임에 힘쓰기로 했습니다. 낮 한가한 시간에 그렇지 않아도 심심하던 차에 외국인과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니 창녀들이 모여들었습니다. 말씀을 공부하고 기도하면서 한 사람 두 사람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놀랍게도 이 사람들이 조용히 사라졌습니다. 예수님을 만난 뒤 변화되어 더 이상 창녀로 살아갈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공장에 취직도 하고 가정부 일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면 달라집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의 심령을 강권적으로 사로잡으십니다. 그래서 물동이를 벗어던질 수 있게 합니다. 부끄러워 피했던 사람들을 찾아가 외칠 수 있게 합니다. 창녀도 돌이키게 합니다. 그 소굴을 박차고 나갈 수 있게 합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저 앉아있는 그 자리를 박차고 일어설 수 있게 해 줍니다. 과거의 습관을 끊어낼 수 있게 해 줍니다. 새로운 변화가 가능하게 해 줍니다.

   변하고 싶은데 잘 안 돼서 좌절해보신 일이 있으십니까? 꼭 새로워져야 하는데 잘 안 돼서 힘들어하고 계시지 않으십니까? 주님께 기도하십시오. 나를 저 우물가의 여인처럼 만나달라고 기도하십시오. 나를 새롭게 해 달라고 기도하십시오. 나를 변화시켜달라고 기도하십시오.

   사랑하는 여러분! 오늘도 주님께서 우리가 마음이 쓰이십니다. 우리를 만나셔 도와주시려고 찾아오십니다. 그리고 우리 문제를 해결해 주시고 또 우리를 새롭게 변화시켜주십니다. 다시금 주님과 만나 새로운 힘과 변화를 체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