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넬료 그 사람(행10:1~8)

몇 달 전에 멀리 뉴욕에 사는 제 딸이 전화를 걸어와 대뜸 물었습니다. “아빠, 아무개 교수 알아?” 이름을 듣고 기억이 나서 되물었습니다. “그래 알아. 우리 교회 새생명축제 강사로 오신 적 있지. 왜?” 그러자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구역원이 그 교수님의 동생이야. 그런데 그분이 아빠에 대해 좋게 이야기했대.” 그 말을 듣고 제 마음이 어땠을까요? 기분이 좋았을까요? 나쁠 건 없었지만 한편으로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좋게 말했기에 망정이지 반대로 “아, 그 사람? 형편없어.”라고 말했다면 어쩔 뻔했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딸에게 말했습니다. “세상 참 좁다. 그러니까 피차 잘 해야 돼. 잘못 하면 아빠 망신 딸 망신 공동 망신인 거야.” 함께 웃고 전화를 끊은 후 생각했습니다. ‘신앙생활 잘 해야겠구나! 인생 잘 살아야겠구나!’

우리가 인생을 살다보면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게 됩니다. 그런 가운데 누군가 나를 기억한다는 결코 사소한 일이 아닙니다. 요즘 같이 바쁜 세상에 나를 기억해 준다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어떻게 기억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좋은 기억을 갖고 있다면 다행인데 혹시라도 나쁜 기억을 갖고 있다면 정말 슬픈 일입니다. 우리가 흔히 어떤 사람의 이름을 들으면 “아, 그 사람?”하고 반응하죠. 그 다음이 문제입니다. 입을 열어 좋은 이야기를 꺼내면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그런데 입을 닫으면 둘 중의 하나입니다. 겨우 기억은 하지만 특별한 기억을 하지 못하는 경우이거나 혹은 나쁜 기억이 있지만 차마 말할 수 없어 참는 경우입니다. 최악은 입을 열어 나쁜 이야기들을 잔뜩 늘어놓는 경우입니다.

저와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다른 사람들에게 내 이름이 들려질 때 그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 것 같습니까? 누구에게나 부담스런 질문입니다. 좋은 이야기를 듣고 싶은 게 인지상정입니다. 그렇게 되려면 평소에 다른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럴 때 그들이 나에 대해 좋은 기억을 갖고 있다가 기회가 되면 좋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보다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내가 과연 하나님에게 어떻게 기억되느냐 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전지전능하시니까 우리에 대해 훤히 알고 계십니다. 하나님이 나에게 좋은 기억을 갖고 계시다면 정말 신나는 일입니다.

본문을 보면 사람들에게 하나님에게 감동을 줌으로 좋은 모습으로 기억되는 인물이 등장합니다. 누구죠? 네, 고넬료입니다. 아마도 사람들이 그의 이름을 들으면 “아, 고넬료 그 사람!”하고 칭찬을 늘어놓았을 겁니다. 하나님도 고넬료의 이름을 들을 때마다 “아, 고넬료 그 사람!”하고 기뻐하며 크게 칭찬하셨을 겁니다.

여러분, 어떻습니까? 한번 뿐인 인생 기왕에 신앙생활 하는 건데 고넬료 같이 살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면 나 자신이 복되고 이웃에게 유익을 끼치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멋진 삶을 살 수 있지 않겠습니까! 아무쪼록 ‘고넬료 그 사람’처럼 아름답고 복된 인생을 살아가는 저와 여러분 되시기 바랍니다.

[1] 고넬료의 프로필 : 로마 군인 백부장

그러면 이제 고넬료가 어떤 인물이었는지, 그가 어떤 신앙으로 인생을 살았는지 본문을 중심으로 생각해 보겠습니다. 먼저 그의 프로필을 살펴보죠. 본문 1절을 보면 짤막하지만 그의 프로필이 잘 나와 있습니다. 행10:1 “가이사랴에 고넬료라 하는 사람이 있으니 이달리야 부대라 하는 군대의 백부장이라” 가이사랴는 지중해 해안에 위치한 도시입니다. 그 당시 로마제국은 각 지역의 대도시에 총독부를 두고 식민통치를 하고 있었습니다. 가이사랴에도 로마총독부가 있었는데 황제의 직할 부대가 주둔했습니다. 그 중의 하나가 이달리야 부대였습니다. 고넬료는 그 부대 소속 백부장이었습니다. 백부장은 100명의 군사를 거느리는 장교입니다. 우리 기준으로 보면 중대장(=대위)에 해당되지만 당시의 상황에서는 제법 높은 계급이었습니다. 식민지 주둔군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면 막강한 세도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옛날 일제강점기에 일개 순사도 세도를 부렸던 일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겁니다. 그 정도면 권세로 보거나 재산으로 보거나 얼마든지 거드름을 피우며 살만 했습니다. 물론 그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어쨌든 고넬료가 당시로서는 상당한 위치의 인물이었음을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반면에 유대인의 관점에서 보면 약점 한 가지가 있었습니다. 그게 무엇일까요? 이방인이라는 사실입니다. 한 가지라고 하지만 아주 치명적인 약점입니다. 왜냐하면 당시 유대인들이 보기에는 이방인은 인간 이하였기 때문입니다. 탈무드를 보면 그들이 이렇게 기도하곤 했다고 합니다. “오, 하나님! 제가 이방인으로 태어나지 않고 유대인으로 태어난 것을 감사하나이다. 노예로 태어나지 않은 것도 감사하나이다. 여자로 태어나지 않고 남자로 태어난 것도 감사하나이다.” 당시 유대인들은 민족우월주의와 남성우월주의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물론 하나님의 관점에서 보면 완전히 잘못된 생각입니다.

[2] 고넬료 그 사람 : 하나님이 기억하고 있는 사람

그런데 이와 같은 외적인 프로필은 중요한 게 아니었습니다. 그의 신앙과 삶이 얼마나 훌륭했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하나님 그를 기억하고 계셨습니다. 하루는 그가 기도하고 있는데 하나님의 사자 즉 천사가 나타납니다. 행10:3 “하루는 제 구 시쯤 되어 환상 중에 밝히 보매 하나님의 사자가 들어와 이르되 고넬료야 하니” 제9시는 기도 시간입니다. 고넬료는 이방인이지만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었는데 유대인들처럼 하루에 세 번 시간을 정해 놓고 기도했습니다. 제3시(오전9:00), 제6시(정오), 제9시(오후3:00) 등 세 번이었습니다. 그 날도 이미 두 번 기도했고 세 번째 기도 시간을 갖고 있었는데 천사가 나타난 겁니다. 그때 천사가 그에게 뭐라고 증거합니까? 행10:4 “ ... 천사가 이르되 네 기도와 구제가 하나님 앞에 상달되어 기억하신 바가 되었으니” ‘기억하신 바 가 되었으니’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여기서 기억했다는 것은 그저 단순히 알고 있었다는 뜻이 아닙니다. 특별한 칭찬과 축복을 의미합니다. 사실 하나님은 전지(全知)하시므로 누구인들, 그리고 무엇인들 모르시겠습니까? 참새 한 마리가 떨어지는 것도 하나님의 허락 하에 이루어진다고 했습니다(마10:29). 또 악인의 경우에도 죄악에 대해 꼭 기억해 두셨다가 심판하십니다(계18:5). 그렇다면 여기서 하나님이 기억하신다는 말은 단순히 아는 게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누구든지 예수님을 믿고 하나님의 자녀가 되면 일단 하나님은 그를 책임지고 구원해 주십니다. 천국에 들어갈 때까지 잊지 않으십니다. 그런 점에서 기본적으로 모든 성도들을 하나님이 기억해 주십니다. 그런데 본문에서 말하는 ‘기억’은 그런 일반적 의미 이상입니다. 성도들 중에서도 아주 특별히 기억하신다는 겁니다.

말3:16 보면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옵니다. 말3:16 “ ... 여호와를 경외하는 자와 그 이름을 존중히 여기는 자를 위하여 여호와 앞에 있는 기념책(a book of remembrance-KJV)에 기록하셨느니라” ‘기념책’은 하나님 보좌 앞에 있는 생명책과 행위책과 별도의 것입니다. 쉽게 생각해서 일종의 앨범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하나님이 상급을 주시기 위해 특별히 기억하는 성도들의 언행심사를 기록해 놓은 책입니다. 성경의 독자인 고대인들을 대상으로 증거한 말씀이라 책이라고 표현한 것일 뿐 정확하게 어떤 것인지 모르지만 하나님의 놀라운 기억 장치입니다.

고넬료는 성경에도 기록되었을 뿐 아니라 하나님의 기념책에도 기록된 사람입니다. 아마도 하나님이 그의 삶을 보시고 몹시 기뻐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싶으셨던 것 같습니다. 특별히 고넬료에게 놀라운 것은 그가 교회 역사상 기념비적인 일에 쓰임을 받았다는 사실입니다.

베드로가 그 당시 기독교회의 대표적인 지도자였지만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유대인의 고질적인 편견의 문제였습니다. 예수님이 부활 승천하실 때 행1:8에서 뭐라고 말씀하셨나요?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 하시니라” 예루살렘에서 땅 끝까지 다니며 유대인들에게만 복음을 전하지 말고 이방인들에게도 복음을 전하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럼에도 유대인 성도들 대다수가 심지어 사도들과 베드로조차 이방인에게 복음을 전하기를 주저하고 있었습니다. 이방인을 하나님의 백성으로 여기기 싫어하던 편견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다음 문단(행10:9~16)에 나옵니다만 베드로가 기도 중에 환상을 보고 이방인에 대한 편견을 깨기 시작합니다. 어떤 환상을 보죠? 구약성경에 식용이 금지된 짐승들의 환상을 본 겁니다(cf. 레위기 11장, 신14:3~20). 하늘에서 보자기가 내려오는데 부정한 짐승들이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주님의 음성이 들려옵니다. 깨끗하니 잡아 먹으라! 연거푸 세 번 그랬습니다. 바로 그 때 고넬료가 천사의 지시에 따라 보낸 사람들이 베드로에게 찾아옵니다. 사연을 듣고 고넬료의 집으로 갑니다. 그 전까지만 해도 이방인의 집에 들어가지 않았는데, 환상을 통해 이방인에게 복음을 전하라는 하나님의 뜻을 깨닫기 시작했던 겁니다. 고넬료가 친척과 친지들을 잔뜩 모아놓고 기다립니다. 고넬료는 그때까지 구약성경만 알고 있었는데 이제 십자가와 부활의 복음을 듣게 됩니다. 성령이 말씀을 듣는 사람들에게 임하니까 베드로가 부인할 수 없었습니다. 고넬료와 모인 사람들에게 세례를 베풉니다. 이 일을 계기로 베드로는 완전히 편견을 벗어버리고 이방인에게 복음을 전합니다. 예루살렘교회도 이방인들에게 복음을 전하게 되고 이방인 선교의 문이 활짝 열립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건대 고넬료가 선교 역사상 얼마나 중요한 일을 했는지 모릅니다. 하나님이 그를 기억하고 그를 얼마나 귀하게 여기셨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하나님이 고넬료를 특별히 기억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의 인간 조건 때문이 아닙니다. 그이 장점 때문에 기억하신 것도 아니고 단점 때문에 불쌍해서 기억해 주신 것도 아닙니다. 단지 그의 신앙과 삶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인간을 평가하실 때 사람들처럼 인간 조건으로 평가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중심을 보시고, 특별히 신앙을 보십니다(삼상16:7). 고넬료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은 그의 신앙을 보셨습니다. 행10:2 “그가 경건하여 온 집안과 더불어 하나님을 경외하며 백성을 많이 구제하고 하나님께 항상 기도하더니” 여기 보면 그의 경건한 신앙을 하나님이 높이 평가하시고 그를 기억하셨음을 알 수 있습니다. 경건(敬虔, piety/devotion)이란 ‘하나님 앞에 바른 태도’를 의미합니다. 신앙은 마음속의 상태입니다. 그런데 그 신앙이 자연스럽게 삶 가운데 배어 나온 게 경건인 셈입니다. 그 반대말이 바로 ‘외식’(=위선)이죠. 마음속에 참 신앙이 없이 경건을 가장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의 눈으로는 자칫 경건과 외식을 구별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사람의 중심을 꿰뚫어 보십니다. 경건한 신앙인지 외식인지 대번에 알아보십니다. 고넬료는 중심에서부터 침 신앙을 가진 사람입니다. 그래서 그 신앙이 삶 가운데 경건으로 나타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의 경건을 두 방향으로 나타났습니다. 하나는 수직적 경건이고 다른 하나는 수평적 경건입니다.

① 수직적 경건 :

수직적 경건은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경건입니다. 고넬료는 하나님을 경외했기에 그분의 말씀을 겸손히 경청합니다. 베드로가 방문했을 때 넙죽 엎드려 절을 합니다(행10:25). 외적인 신분으로 보면 고넬료가 훨씬 높습니다. 그러나 주의 종 즉 말씀을 전해 주는 사람이라서 그런 태도를 갖춘 것입니다. 물론 베드로가 사양했지만 말입니다. 그때 그가 베드로에게 뭐라고 말합니까? 행10:33(하) “ ... 이제 우리는 주께서 당신에게 명하신 모든 것을 듣고자 하여 다 하나님 앞에 있나이다” 얼마나 말씀을 사모하는지 역력히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늘 기도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하루에 세 번 기도 시간을 가졌습니다. 공무로 바쁜 그가 이렇게 꼬박꼬박 기도 시간을 지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겁니다. 게다가 그의 기도생할은 그 이상이었습니다. 행10:2(하) “(그가 경건하여) ... 하나님께 항상 기도하더니” ‘항상’ 기도했다는 것은 기도 시간의 공식적인 기도 외에 일상생활가운데 일을 할 때나 이동할 때조차 마음으로 하나님과 계속 소통했음을 의미합니다.

여러분, 한번 하나님 입장에서 생각해 보십시오. 하나님 앞에 엎드려 말씀을 경청하고 항상 기도하는 고넬료가 어떻게 보였겠습니까? 정말 기특하죠. 너무 예쁘죠. 그러니까 그를 특별히 기억하셨다는 겁니다.

② 수평적 경건 :

신앙은 하나님과의 1대 1의 수직적 관계에서 시작되지만 그 다음으로는 이웃과의 수평적 관계로 발전되어 가기 마련입니다. 그러므로 수평적 경건이 없으면 수직적 경건의 진정성을 의심받게 됩니다. 고넬료의 모습은 어땠습니까? 행10:2(상) “그가 경건하여 온 집안과 더불어 하나님을 경외하며 백성을 많이 구제하고 ... ” 그의 신앙은 ‘나 홀로 신앙’이 아니었습니다. 온 집안 식구들(하인들 포함)을 인도해서 다함께 하나님을 경외하는 신앙으로 살았습니다. 그리고 불우한 이웃을 살피며 사랑으로 섬기는 구제를 실천했습니다. ‘많이’라는 수식어가 돋보입니다. 그 당시 로마 군인들은 식민지 백성들에게 횡포를 일삼고 가렴주구(苛斂誅求) 하는 게 일상사였습니다. 그런데 그는 오히려 식민지 백성들을 섬기고 사랑을 베풀었으니 얼마나 귀합니까!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덕을 세워 칭찬이 자자했습니다.

고넬료가 보낸 사람들이 베드로를 만났을 때 그를 소개하는 말을 보십시오. 행10:22 “그들이 대답하되 백부장 고넬료는 의인이요 하나님을 경외하는 사람이라 유대 온 족속이 칭찬하더니 그가 거룩한 천사의 지시를 받아 당신을 그 집으로 청하여 말을 들으려 하느니라 한 대” 그가 주위 사람들에게 얼마나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었는지 능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고넬료가 이웃에게 전도하는 열정이 대단했다는 사실입니다. 베드로가 오기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십시오. 행10:24 “이튿날 가이사랴에 들어가니 고넬료가 그의 친척과 가까운 친구들을 모아 기다리더니” 그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친척들과 친지들에게 복음을 듣게 합니다. 자기만 하나님을 믿고 마는 게 아니라, 가족들만 그런 게 아니라, 자기 친척들, 친구들, 부하들, ... 자기와 관계를 맺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전도하려고 애를 씁니다. 더 나아가 앞서 말씀드린 대로 베드로를 감동시켜 이방인 선교의 문을 활짝 여는 데 쓰임을 받았습니다.

여러분, 어떻습니까! 우리가 봐도 고넬료가 너무 귀한데 하나님이 보실 때 얼마나 흐뭇하셨겠습니까! 습3:17 말씀이 생각납니다. “너의 하나님 여호와가 너의 가운데에 계시니 그는 구원을 베푸실 전능자이시라 그가 너로 말미암아 기쁨을 이기지 못하시며 너를 잠잠히 사랑하시며 너로 말미암아 즐거이 부르며 기뻐하시리라 하리라” 하나님이 성도들을 보고 기뻐하시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17절(하)를 공동번역으로 보면 감칠맛 나게 번역되어 있습니다. “ ... 너를 보고 기뻐 반색하시리니 사랑도 새삼스러워라. 명절이라도 된 듯 기쁘게 더덩실 춤을 추시리라”

그러니까 고넬료의 경건한 모습을 보면 하나님이 그를 잊으려고 해도 잊을 수가 없겠죠. “고넬료 그 사람? 너무 좋지. 너무 훌륭해.” 아마 그의 이름을 들을 때마다 그의 삶을 보실 때마다 너무 너무 기뻐하실 겁니다.

한국교회사에 이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사실은 이름도 빛도 없이 살다가 스러져간 분입니다. 하지만 당대의 사람들이 그를 기억했습니다. 후세의 사람들 중에도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습니다. 아마 하나님은 더욱 그를 기억하고 기뻐하실 겁니다. 천국에서 큰 상급을 주셔서 별처럼 빛나는 존재가 될 겁니다. 그의 이름은 이보한(李普漢, 1872~1931)!

그는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가였고 전주서문교회 집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본래 부유한 양반 집안 출신이었지만 서자로 괄시 당했습니다. 홍역을 앓다가 신열이 나는데 비싼 약을 쓸 수 없어서 왼쪽 눈에 된장을 붙였다가 곪아버려 실명하는 바람에 평생 고생했습니다. 다행히 선교사를 통해 복음을 받고 기독교에는 반상, 적서, 남녀 차별이 없고 자유와 인권, 평등과 사랑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나라를 구하는 심정으로 열심히 전도했습니다. 양반들에게, 그리고 걸인들에게도 복음을 전했습니다. 찬송가 496장(새벽부터 우리) 후렴 가사 “거두리로다 거두리로다 기쁨으로 단을 거두리로다”를 큰 소리로 부르며 노방 전도에 힘썼습니다. 그래서 본명보다 별명인 ‘거두리’로 불리게 됐습니다. 3.1 운동 당시 만세 운동을 이끌다 옥살이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가 60세에 소천하자 걸인 수백 명이 몰려와 한국 초유의 ‘걸인장’(乞人葬)으로 치렀는데 조문객이 유력 인사 집안보다 훨씬 더 많았다고 합니다. 걸인들이 돈을 추렴해서 세운 비석에는 한문으로 글귀가 새겨져 있습니다. “李公(이공) 거두리 愛人碑(애인비). 평생 성질이 온순하고 인자하였네(平生性質 溫厚且慈) 굶주리고 헐벗은 사람을 보면 옷을 벗어 주고 밥을 주었네(見人飢寒 解衣給食)” 이렇게 살다 천국에 간 ‘거두리’ 이보한 집사는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하나님에게 기억되는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제가 돌아보니까 전도사 시절부터 치면 38년간 목회를 했습니다. 그 동안 사람들을 얼마나 만났을까 대충 헤아려 보니까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그들 중에 기억나는 성도들이 제법 많이 있습니다. 그들 중에는 지금 여전히 함깨하는 분들도 있고, 이미 천국 간 분들도 상당수 있습니다. 멀리 이사나 이민을 간 분들도 있습니다. 예배의 자리를 지키시던 분들, 기도의 시간을 지키던 분들, 예수의 향기를 품고 있던 분들, 교회 일에 앞장섰던 분들, 전도에 힘쓰던 분들, 이웃에게 사랑을 베풀던 분들, 선교에 특별하게 헌신하던 분들, ... 그들을 떠올리며 “아, 아무개 그 사람!”하며 기뻐하곤 합니다. 이런 생각을 하며 반대로 그들은 과연 나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아, 그 사람?”하고 뭐라고 말할까? 좋은 기억일까? 나쁜 기억일까? 좋은 말일까? 나쁜 말일까? 궁금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합니다.

아무쪼록 저도 여러분도 주위 사람들에게 좋은 모습으로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하나님에게 좋은 모습으로 기억되는 것입니다.

미국의 유명한 가정사역자 제임스 돕슨(James Dobson, 1936~ ) 박사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대학 시절 유명한 테니스 선수였습니다. 그의 꿈은 테니스 챔피언 프로피를 받아 학교에 기증해서 자기 이름을 오래오래 보존하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그는 우승 프로피를 학교에 기증하게 됐고 너무 기뻤습니다. 그런데 졸업 후 어느 날 소포가 배달됐습니다. 풀어보니까 자기가 기증한 트로피였는데 동봉된 편지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 있었습니다. “내가 쓰레기장 옆을 지나가다 트로피를 발견했는데 당신의 이름이 적혀 있더군요. 학교에서 재건축을 하면서 쓰레기통에 집어넣었나 봅니다. 너무 아까워서 소포로 부칩니다.” 그는 그 편지를 읽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의 책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잠시 후 당신의 인생에서 얻은 모든 트로피도 누군가에 의해 버려지게 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하나님에게 기억되는 게 최고입니다. 사람들에게만 기억되면 언젠가 다 사라지고 맙니다. 하나님에게 기억되어야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사실 천국에 가면 그곳에 간 성도들이 기억해 주는 것만 유효합니다. 아무쪼록 ‘고넬료 그 사람’처럼 하나님 앞에, 그리고 성도들 앞에 오래오래 기억되는 모습으로 신앙과 삶을 이루어가는 저와 여러분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