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의 새바람 이 땅 위에 (에스겔 37:1~10)

홍문수 목사

새해가 되면 너나 할 것 없이 누구에게나 이런 저런 소망이 있습니다. 지난 해 혹은 지금까지 살아온 내 모습이나 내 주위의 현실이 불만족스럽거나 아쉬울 수도 있을 겁니다. 심지어 암담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 가운데 갖는 이런 저런 소망은 한 마디로 바꾸면 ‘변화’입니다. 좀 달라지면 좋겠다는 변화에 대한 소망입니다.

그런데 새해에 소망을 갖고 힘차게 출발해 보지만 시간이 흘러가면서 현실의 벽이 너무 큰 것을 느끼고 낙심하기 쉽습니다. 낙심은 금물입니다. 낙심은 사탄에 속한 것입니다. 낙심하고 절망하면 이미 실패한 것입니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 스페로 스페라(spero spera)! 라틴어로 직역하면 “나는 희망한다. 당신도 희망하라”는 말인데 보통 “숨이 붙어 있는 한 희망은 있다”는 뜻으로 사용됩니다. 우리는 ‘희망’보다 ‘소망’이란 말을 주로 사용하는데 그 말이 그 말이죠.

세상 사람들도 이런 말을 하면서 마음을 다지는데 적어도 살아계신 전능자 하나님을 믿노라 하는 성도라면 당연히 소망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어떤 분입니까? 예레미야 선지자 당시 유다 왕국은 절망 가운데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소망을 노래합니다. 애3:21~22 “21 이것을 내가 내 마음에 담아 두었더니 그것이 오히려 나의 소망이 되었사옴은 22 여호와의 인자와 긍휼이 무궁하시므로 우리가 진멸되지 아니함이니이다” 이처럼 하나님이 전능하시고 자비로우시고 긍휼이 풍성하신 분일진대 아무리 현실이 어렵다기로서니 우리가 어찌 낙심하고 절망하겠습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어떤 처지에 있든지 항상 소망을 주십니다. 그런데 성경을 잘 보면 구체적으로 성령을 통해 소망을 주십니다. 그리고 성령의 능력으로 그 소망을 성취해 주십니다. 바울이 증거합니다. 롬15:13 “소망의 하나님이 모든 기쁨과 평강을 믿음 안에서 너희에게 충만하게 하사 성령의 능력으로 소망이 넘치게 하시기를 원하노라”

그러므로 새해를 맞이해서 쉽사리 낙심하지 말고 소망을 품고 출발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성령 충만함으로 그 소망을 넉넉히 성취하는 저와 여러분 되시기 바랍니다.

성령은 삼위일체 하나님 가운데 삼위이신 하나님의 영입니다. 성경을 연구해 보면 성령의 특성과 사역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여러 가지 상징적 비유를 사용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물, 기름, 비둘기 등. 그 중에 하나가 바람입니다. 뒤에 가서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만, 본문에 보면 성령을 바람으로 비유해서 표현합니다.

바람은 잘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합니다. 성령도 마찬가지입니다. 영국의 여류시인 크리스티나 로세티(Christina Rossetti 1830∼1894)의 시 가운데「바람을 본 사람이 있나요?」(Who Has Seen the Wind?)가 생각납니다. “바람을 본 사람이 있나요? 나도 당신도 못 봤습니다. 하지만 이파리가 파르르 떨릴 때 바로 그때 바람이 지나는 거랍니다. 바람을 본 사람이 있나요? 당신도 나도 못 봤습니다. 그러나 나무들이 고개를 숙이는 그때, 바람이 지나가는 거랍니다.” 성령도 바람과 같습니다. 육안으로 식별할 수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하나님의 영입니다. 그로 인해 나타나는 놀라운 역사를 통해 우리는 성령의 존재를 체험하게 됩니다.

[1] 마른 뼈가 가득한 해골 골짜기 : 암담한 현실

오늘 본문을 보면 하나님이 성령을 보내주심으로 놀라운 역사를 이루실 것을 예언합니다. 역사적 배경은 B.C. 6세기로 남 유다 왕국이 바벨론에게 멸망한(B.C. 586)후 백성들 다수가 포로로 끌려갔던 시대입니다. 현실적으로 암담했습니다. 바벨론에서 해방되어 가나안 땅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절대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약속하십니다. 반드시 가나안 땅으로 귀환하게 될 것이다! 그 일이 바로 성령의 역사로 이루어질 것이며, 심지어 신약시대를 바라보면 백성의 마음속에 성령이 임재하게 될 것임을 예언합니다. 겔37:14 “내가 또 내 영을 너희 속에 두어(I will put my Spirit in you-NIV) 너희가 살아나게 하고 내가 또 너희를 너희 고국 땅에 두리니 나 여호와가 이 일을 말하고 이룬 줄을 너희가 알리라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여기서 ‘내 영’(my Spirit)은 하나님의 영 즉 성령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영’이란 단어가 특이합니다. 히브리어로 ‘루아흐’인데 ‘바람’(wind)이란 뜻입니다. 영(spirit) 혹은 호흡(breath)이란 뜻도 있지만 1차적으로 바람(wind)이란 뜻입니다.

먼저 본문에 에스겔 선지자가 본 환상이 나오는데 살펴봅니다. 하나님이 성령으로 에스겔 선지자를 이끌고 골짜기로 갑니다. 그곳에는 마른 뼈들이 가득했습니다. 해골 골짜기였습니다. 겔37:2 “나를 그 뼈 사방으로 지나가게 하시기로 본즉 그 골짜기 지면에 뼈가 심히 많고 아주 말랐더라” 그때 하나님이 물으셨습니다. 이 뼈들이 살아날 수 있겠냐? 말라버린 마른 뼈들이 어떻게 살아날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에스겔이 뭐라고 대답합니까? 겔37:3 “그가 내게 이르시되 인자야 이 뼈들이 능히 살 수 있겠느냐 하시기로 내가 대답하되 주 여호와여 주께서 아시나이다” 인간적으로 불가능하지만 하나님은 전능자이므로 원하시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뜻입니다.

여기서 마른 뼈들은 이스라엘 백성을 가리킵니다. 그들은 지금 절망 상태에 있습니다. 하나님이 과연 살아 계신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입니다. 설사 살아 계시다고 해도 이젠 도와주실 것 같지 않습니다. 완전한 절망 상태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이 에스겔에게 말씀하셨고 그는 그 말씀에 순종합니다. 겔37:7~8 “7 이에 내가 명령을 따라 대언하니 대언할 때에 소리가 나고 움직이며 이 뼈, 저 뼈가 들어 맞아 뼈들이 서로 연결되더라 8 내가 또 보니 그 뼈에 힘줄이 생기고 살이 오르며 그 위에 가죽이 덮이나 그 속에 생기는 없더라” 하나님의 말씀을 대언하자 뼈들 척척 들어맞습니다. 힘줄이 생기고 살이 붙고 가죽이 덮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한 가지가 ‘생기’가 아직 없습니다.

다시 하나님의 말씀을 대언합니다. 생기야 사방에서부터 불어와서 살아나게 하라! 겔37:10 “이에 내가 그 명령대로 대언하였더니 생기가 그들에게 들어가매 그들이 곧 살아나서 일어나 서는데 극히 큰 군대더라” 생기가 들어가자 살아 움직이는 군대가 됩니다. 여기서 ‘군대’는 많은 사람들을 가리킵니다. ‘생기’는 앞서 말씀드린 성령의 바람을 가리킵니다. 히브리어로 ‘루아흐’라고 했죠. 영, 호흡이란 뜻도 있지만 여기서는 ‘바람’이란 뜻입니다.

그런데 생기를 물리적 바람과 구별해서 ‘새 바람’이라고 표현해 봅니다. 그 놀라운 능력으로 마른 뼈처럼 죽은 자들을 살려내고 불가능을 가능케 합니다. 그러니까 인간적으로 불가능한 포로 귀환도 분명히 이뤄질 것이라고 확언하신 겁니다. 그 당시 이스라엘은 나라가 완전히 망한 데다 백성들 중에서도 엘리트 그룹 다수가 멀리 바벨론 땅에 포로로 끌려와 있기 때문에 절망 그 자체였습니다. 하지만 성령의 능력으로 성취됩니다. 바벨론을 격파한 바사(페르시아) 제국의 초대 왕 고레스가 이스라엘 포로 귀환을 명령합니다(B.C. 538). 그 후에 이스라엘 포로들이 차례차례 귀환하는 꿈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렇습니다. 본문에 나타는 환상은 1차적으로 바벨론 포로 귀환의 역사적 사실을 언급한 것이지만 성령은 오늘날도 하나님의 거룩한 새 바람을 일으켜 놀라운 역사들을 나타냅니다.

[2] 성령의 새 바람 : 생명의 역사, 변화의 역사

여러분, 성령의 새 바람이 불면 어떤 일들이 나타날까요? 죽었던 자들이 살아나는 생명의 역사, 절망 가운데 실패했던 자들이 회복되는 변화의 역사가 나타납니다.

구약의 성령 강림의 예언이 성취된 사건이 사도행전 2장에 기록되어 있죠. 예수님의 승천 후 제자들이 다락방에 모여 기도하고 있었는데 오순절 날 성령이 강림하셨습니다. 역사상 유일무이한 사건이라 특별한 이적(sign)을 보여주셨는데 사람들 머리 위에 불꽃같은 게 보였고 바람 소리가 났습니다. 행2:2 “홀연히 하늘로부터 급하고 강한 바람 같은 소리가 있어 그들이 앉은 온 집에 가득하며” 여기서 바람이 불어와 소리를 낸 것은 단회적 사건입니다. 그 후에 성령이 임할 때마다 이런 바람 소리가 나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예수님이 십자가에 죽으셨다 부활하신 후 제자들에게 나타나서 이렇게 말씀하셨죠. 요20:22 “이 말씀을 하시고 그들을 향하사 숨을 내쉬며 이르시되 성령을 받으라” 성령은 헬라어로 ‘푸뉴마 하기온’인데 문자적으로는 ‘거룩한 바람’이란 뜻입니다. 성령을 바람으로 비유해서 말씀하신 겁니다. 이처럼 성령은 바람과 같이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며 놀라운 능력으로 역사하십니다.

① 생명의 역사 :

태초에 하나님이 우주만물을 창조하실 때 마지막 순서로 인간을 창조하시죠. 그때 어떻게 하셨죠? 창2:7 “여호와 하나님이 땅의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기를 그 코에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령이 되니라” 흙으로 사람의 모양 만드신 후 코에 생기를 불어넣으셨습니다. 생기는 바로 성령을 가리킵니다. 이게 바로 생명의 역사입니다. 안타깝게도 아담의 범죄 후에 계속 인간이 타락을 거듭하며 어떻게 됩니까? 노아 시대에 하나님이 홍수 심판을 하시기 직전 인간의 상태를 이렇게 증거했습니다. 창6:3 “여호와께서 이르시되 나의 영(My Spirit-NIV)이 영원히 사람과 함께 하지 아니하리니 이는 그들이 육신이 됨이라 ... ”(cf. 엡2:1) 죄로 인해 인간의 영혼이 죽었다, 그래서 인간은 육신이 되었다는 겁니다. 심하게 말하면 고깃덩어리처럼 비참하게 되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성령의 능력으로 새 생명을 얻게 됩니다. 그게 바로 거듭남 혹은 중생입니다. 니고데모가 예수님을 찾아왔을 때의 일입니다. 그는 유대인 랍비요 공회의원이었지만 자신의 영혼이 죽은 상태인 줄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때 예수님이 지적해 주십니다. 요3:5~6 “5 예수께서 대답하시되 진실로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사람이 물과 성령으로 나지 아니하면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느니라 6 육으로 난 것은 육이요 영으로 난 것은 영이니” 물과 성령으로 난다는 것은 말씀과 성령으로 거듭나는 것 즉 중생을 의미합니다. 육은 이미 태어났고 영은 죄로 죽어 있으니까 새 생명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니고데모는 이 말씀의 뜻을 몰라 어떻게 나이가 많은데 어머니 뱃속에 들어갔다가 다시 나오느냐고 반문합니다. 그러자 예수님이 부연 설명해 주셨습니다. 요3:8 “바람이 임의로 불매 네가 그 소리는 들어도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나니 성령으로 난 사람도 다 그러하니라” 성령을 바람으로 비유해서 설명하셨습니다. 바람처럼 성령도 육안으로 식별할 수 없지만 분명히 성령의 역사하심으로 거듭나게 된다는 말입니다.

바람이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고 확인하는 것처럼 성령의 존재도 확인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갈4:6 “너희가 아들이므로 하나님이 그 아들의 영을 우리 마음 가운데 보내사 아빠 아버지라 부르게 하셨느니라” ‘아들의 영’은 성령을 의미합니다. 죽었던 영혼이 성령으로 거듭나면 새 생명을 얻어 하나님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하나님을 믿고 아빠 아버지라 부르게 됩니다. 그러니까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이미 성령으로 거듭난 결과임을 알 수 있습니다.

롬8:11에서는 또 이렇게 증거합니다. “예수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이의 영이 너희 안에 거하시면 그리스도 예수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이가 너희 안에 거하시는 그의 영으로 말미암아 너희 죽을 몸도 살리시리라” 성령은 부활의 영입니다. 예수님을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게 한 것처럼 장차 우리 성도들의 육체로 부활하게 해 줄 것입니다.

부디 저와 여러분이 성령을 모심으로 생명의 역사를 날마다 체험하시고 천국과 영생, 그리고 부활을 확신하시기 바랍니다.

② 변화의 역사 :

성령의 새바람은 더 나아가 개인의 인생, 가정, 사회, 국가, 세계에 변화의 역사를 이루어주십니다. 무엇보다 먼저 예수님의 제자들이 변화된 것은 성령의 능력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제자들은 3년 동안 예수님과 함께 다녔지만 결국은 배반하고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예수님은 십자가 지시기 전날 밤 최후의 만찬 석상에서 잠시 후 그들이 도망칠 것을 훤히 내다보시고 말씀하셨습니다. 요16:22 “지금은 너희가 근심하나 내가 다시 너희를 보리니 너희 마음이 기쁠 것이요 너희 기쁨을 빼앗을 자가 없으리라” 부활 승천 후 성령을 보내주신 후 제자들이 변화될 것을 예언하신 겁니다. 실제로 오순절에 제자들이 다락방에서 기도하다가 성령의 충만을 받게 됩니다. 원수들의 핍박이 두려워서 숨어 지내던 그들이 밖으로 뛰쳐나가 담대히 복음을 전파합니다. 베드로의 모습으로 보십시오. 행2:14 “베드로가 열한 사도와 함께 서서 소리를 높여 이르되 유대인들과 예루살렘에 사는 모든 사람들아 이 일을 너희로 알게 할 것이니 내 말에 귀를 기울이라” 담대하게 외치는 베드로의 설교를 듣고 많은 유대인들이 회개합니다. 그들은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박으라고 소리쳤던 자들입니다. 그런데 이제 예수님을 믿고 세례를 받습니다. 그들이 모인 공동체가 바로 초대 예루살렘교회입니다.

그러니까 성령의 새바람이 임하면 그 사람의 마음속부터 변화됩니다. 소심하게 불안해하는 자가 담대해지고, 부정적인 자가 긍정적인 되고, 미움으로 가득했던 자가 사랑의 사람이 됩니다. 그 변화가 가정으로 확산됩니다.

어느 여 성도의 이야기입니다. 그녀는 교회에 오래 다녔지만 늘 불만불평으로 가득했습니다. 가정에서는 남편이나 가족들과 자주 다투곤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하루하루가 지겨웠고 밖으로 돕니다. 그런 상태가 얼굴 표정, 태도, 그리고 말투에 그대로 묻어났습니다. 당연히 사람들이 그녀를 보면 슬금슬금 피하기 시작했습니다. 한 마디로 악순환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친구가 길에서 그녀와 우연히 마주쳤습니다. 멀리서 봤으면 미리 피했을 텐데 그럴 여유가 없었던 겁니다. 그런데 미소로 가득 찬 얼굴을 보고 놀랐습니다. 차를 마시며 대화하다가 슬며시 물었습니다. “얘, 너 요즘 무슨 좋을 일 생겼니?” 그녀는 무슨 영문인지 몰라 이렇게 대답합니다. “아니, 늘 그렇지 뭐. 달라질 게 있나?” 친구가 다시 물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얼굴이 유난히 밝아서 말이야.” 그러자 그녀는 밝은 표정으로 대답했습니다. “아, 내가 변했지.” 자신의 마음이 변화되니까 가정이나 주위의 형편은 그대로였지만 마치 모든 게 변화된 것처럼 만족하고 행복해졌다는 것입니다.

성령의 새 바람이 개인에게 변화를 일으키면 자연스럽게 그것이 가정을 넘어 사회와 국가의 변화로 이어지며 계속 변화의 물결을 일으킵니다. 세계의 역사가 이를 증거합니다.

지금 전 세계 여러 나라 가운데 영국이나 미국 같은 나라가 선진국 중에서도 인권을 철저히 보장하는 모범적인 민주국가라는 것은 누구나 인정합니다. 하지만 불과 2~3백 년 전에는 잔인무도한 나라였습니다. 찬송가「나 같은 죄인 살리신」(Amazing Grace)의 작사자 존 뉴튼 목사(1725~1807)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노예무역선의 선장을 하면서 큰 죄악 가운데 살았습니다. 어렸을 적엔 경건한 어머니 슬하에서 신앙생활을 했었는데 어머니가 그만 일찍 돌아가시면서 그는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다 신앙의 길에서 멀어졌습니다. 그는 흑인 노예를 잡아다 파는 일을 하며 잔혹한 짓을 수도 없이 저질렀습니다. 그러던 중 배가 난파된 가운데 극적으로 회개하고 하나님께 돌아오게 됩니다. 마침 토마스 아 켐피스(1380~1471)의「그리스도를 본받아」를 읽다가 큰 변화를 경험합니다. 성령이 그에게 바람처럼 임한 것입니다. 그는 후일 목사가 되어 눈물을 흘리며 복음을 전했습니다. 그는 영국의 하원의원 월버포스(1759~1833)에게 영향을 끼칩니다. 그는 ‘영국의 양심’으로 불리는 정치인으로서 하나님으로부터 흑인노예제도 폐지의 소명을 받게 됩니다. 그 당시 영국의 국가 수입의 3분지 1에 해당되었는데 경제를 이유로 절대 다수의 의원들이 흑인노예제의 폐지를 반대했습니다. 그로 인해 숱한 핍박을 받았지만 마침내 승리합니다. 그가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려고 할 때 존 뉴튼 목사가 임종하던 순간 그의 56년 정치 인생 끝에 노예무역폐지를 넘어 노예해방법령이 통과되는 소식을 듣고 천국에 들어갔습니다. 그 후 A. 링컨(1809~1865)이 그 영향을 받아 미국에서 흑인노예해방을 이룹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흑백 차별이 유지되던 중 앨라바마 주 몽고메리에서 흑인 여자가 백인 자리에 앉았다는 이유로 핍박받는 일을 계기로 흑인들의 버스 타지 않기 운동이 전개됩니다. 그 일에 자극을 받은 마틴 루터 킹(1929~1968)이 흑인들과 비폭력평화운동을 전개합니다. 그 운동이 반대자들에 의해 지지부진해지자 흑인들이 과격해지는 가운데 그는 1963년 워싱턴의 링컨센터 앞에서 유명한 연설「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을 합니다. 이런 변화의 물결이 이어지면서 오늘날 영국이나 미국이 모든 사람이 자유로운 나라가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구한말을 일제의 흉계가 짙어지던 시절 1907년 평양 장대현교회에서 부흥사경회가 있었습니다. 몇날 며칠 냉랭한 가운데 길선주 장로(후일 목사)(吉善宙, 1869~1935)가 자신의 죄악을 자복하면서 회개의 물결이 퍼져나갔습니다. 전국적인 부흥운동으로 펴졌고 그 후 100만 구령운동이 전개됐습니다. 그 결과 일제 강점기에도 교회가 성장하면서 많은 사회적 변화가 이루어졌습니다. 이런 변화의 역사가 오늘날까지 이어져 온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 우리나라가 심히 어려운 상황 가운데 처해 있어 정말 답답합니다. 매년 연말「교수신문」이 그 해의 사회상을 반영하는 사자성어를 발표하는데 2019년에는 ‘공명지조’(共命之鳥)를 선정했습니다. 상상속의 새로 몸은 하나인데 머리가 둘입니다. 한쪽 머리가 항상 몸에 좋은 열매를 챙겨 먹자 다른 머리가 이에 분노한 나머지 독이 든 열매를 몰래 먹었는데 결국 죽고 말았다는 이야기입니다. 한 몸이니 당연히 공멸한 겁니다. 모든 사람이 대한민국 국민들인데 왜 그리 미워하고 싸우는지! 정치인들이 이를 부추기고 있어서 더욱 안타깝습니다. 교계 인사 중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럴 때 성도들과 교회들은 결코 휘말리지 말고 성령의 새바람으로 나 먼저 변화 받아야 합니다. 그러면 그 변화의 물결이 개인을 넘어, 가정, 사회, 국가에 퍼져 나아가리라 믿습니다.

그래서 금년 표어가 “성령의 새바람 이 땅 위에!”입니다. 혹자는 너무 소극적인 게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가장 확실한 변화의 방법입니다. 개인적으로 변화 받고 사회 각계각층에서 열심히 살아가면 변화의 역사가 퍼져 나아가게 됩니다. 교회와 목회자는 정치적인 중립을 지켜야 합니다. 이는 성경적, 헌법적, 선거법적, 상식적 원리입니다. 물론 성도들은 교회 밖에서 자신의 위치에서 자유롭게 정치적 의견도 표명하고 활동할 수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성령의 새바람이 이 땅의 모든 사람들에게 불도록 열심히 기도하면 되는 것입니다. 시 한 편이 생각납니다. 조동화 시인의「나 하나 꽃피어」라는 시입니다. “나 하나 꽃 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느냐고 말하지 말아라 / 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 나 하나 물들어 / 산이 달라지겠느냐고도 말하지 말아라 /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활활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이 시에 정답이 들어 있습니다.

이제 2020년이 시작됐습니다. 한 해 동안 말씀과 기도에 집중하면서 우리 각자 나부터 성령의 능력으로 변화 받기를 바랍니다. 사방팔방 마른 뼈같이 절망스런 모습이 가득해도 하나님이 함께해 주시면 얼마든지 마른 뼈가 군대가 되는 생명과 변화의 역사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부디 있는 자리에서 성령의 새바람으로 변화의 물결이 펴져 나아가도록 하는 데 쓰임 받는 저와 여러분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