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28장 10-19절 10 야곱이 브엘세바에서 떠나 하란으로 향하여 가더니 11 한 곳에 이르러는 해가 진지라 거기서 유숙하려고 그 곳의 한 돌을 취하여 베개하고 거기 누워 자더니 12 꿈에 본즉 사닥다리가 땅 위에 섰는데 그 꼭대기가 하늘에 닿았고 또 본즉 하나님의 사자가 그 위에서 오르락내리락하고 13 또 본즉 여호와께서 그 위에 서서 가라사대 나는 여호와니 너의 조부 아브라함의 하나님이요 이삭의 하나님이라 너 누운 땅을 내가 너와 네 자손에게 주리니 14 네 자손이 땅의 티끌같이 되어서 동서 남북에 편만할지며 땅의 모든 족속이 너와 네 자손을 인하여 복을 얻으리라 15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키며 너를 이끌어 이 땅으로 돌아오게 할지라 내가 네게 허락한 것을 다 이루기까지 너를 떠나지 아니하리라 하신지라 16 야곱이 잠이 깨어 가로되 여호와께서 과연 여기 계시거늘 내가 알지 못하였도다 17 이에 두려워하여 가로되 두렵도다 이 곳이여 다른 것이 아니라 이는 하나님의 전이요 이는 하늘의 문이로다 하고 18 야곱이 아침에 일찌기 일어나 베개하였던 돌을 가져 기둥으로 세우고 그 위에 기름을 붓고 19 그 곳 이름을 벧엘이라 하였더라 이 성의 본 이름은 루스더라 브엘세바에서 떠나 추석과 같은 명절이 되면 민족 대이동이 시작됩니다. 올 해도 이동 인구가 5천만 명에 이를 것이라 예상을 합니다. 지금은 그래도 도로와 교통수단이 다양하게 발달되어 있어 괜찮습니다. 70년대 80년대만 하더라도 기차역에 사람들로 정말 바글바글 했습니다. 대나무 장대로 줄을 맞추었고 완행 열차에 정말 설 자리가 없을 정도로 빼곡히 차서 고향으로 내려갔습니다. 버스 또한 입구로 탈 수 없어 창문으로 올라타기도 했습니다. 최근 기차역으로 몰려들고 기차가 연착되어 하루를 꼬박 새우며 고향을 찾는 중국의 명절 모습을 보니 우리 옛날 모습이 연상이 되기도 합니다. 정겨운 모습들이기도 하지만 한편 이만큼 고향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많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이런 모습은 최근 한 세기에 걸쳐 일어난 일입니다. 일제식민지와 전쟁, 도시화와 산업화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면서 이런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아마 한국역사에서 희귀했던 한 시대의 세태로 기록될 것입니다. 인간에게는 고향에 대한 향수가 있습니다. 연어가 그 일생의 마지막을 자신이 태어났던 곳으로 돌아와 산란하기 위해 수만 km의 거리를 헤엄치듯 인간에게도 회귀 본능이 있습니다. 고향에 대한 이미지는 ‘그리움’ ‘포근함’입니다. 마치 어머니의 품속같은 이미지입니다. 우리들이 좋아하는 가곡 정지용의 ‘향수’에서는 고향을 이렇게 노래하고 있습니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 얼룩빼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 짚 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 파아란 하늘빛이 그리워 /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정지용 시인은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하고 노래합니다. 고향은 꿈속에서도 잊을 수 없습니다. 현대인들은 고향을 잃어버린 사람들입니다. 현대인들의 불안함의 근원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마치 땅을 잃어버린 화병 속 꽃과 같고, 바다를 잃어버린 어항 속 금붕어와 같습니다. 도시라는 새로운 환경이 우리 고향이 될지 모르겠지만 이곳이 우리 고향이 되기까지는 한참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고향은 우리 영혼의 닻과 같은 곳입니다. 거친 파도에도 우리를 든든히 묶어 두는 곳입니다. 이 땅의 고향은 또한 하늘의 고향을 생각하게 합니다. 인간의 영혼이 나온 곳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곳을 하나님 품속이라고 합니다. 요즘은 화장을 많이 해서 실감이 나지 않지만 매장으로 장례를 할 때는 하관예식을 합니다. 시신을 땅에 묻고 흙을 덮기 전에 하는 예식입니다. 예식의 마지막은 흙을 관 위에 뿌리며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니라”(창3:19)는 선언입니다. 인간의 궁극적 안식은 하나님 품에서입니다. 하나님 품 안에 안식하기 전까지 우리 영혼은 결코 안식을 누리지 못합니다. 요한복음에서 영생을 설명하며 “영생은 곧 유일하신 참 하나님과 그의 보내신 자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것이니이다”(요17:3)라 말씀하는데, 이는 단순히 구원받고 안 받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아는 것은 사랑하는 것이고 거하는 것입니다. 하나님과 예수님을 참으로 사랑하는 자에게는 영원한 안식이 주어진다는 말씀입니다.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 무릇 살아서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 하리라”(요11:26) 말씀 또한 예수님을 진정으로 믿고 하나 된 자에게는 살아서부터 궁극적인 안식을 누릴 수 있다는 말씀입니다. 그들은 이미 영원한 고향을 찾은 사람들이라 할 것입니다. 그리스도를 알고 그 안에 거하는 일은 신앙인들이 평생 추구해야 될 목표입니다. 이 예수를 잃고 세상의 탐욕과 무지에 정신이 팔린 것이 우리들의 모습이고, 우리들의 불안의 주된 원인입니다. 히브리서 기자는 말씀합니다. “이미 그의 안식에 들어간 자는 하나님이 자기 일을 쉬심과 같이 자기 일을 쉬느니라 그러므로 우리가 저 안식에 들어가기를 힘쓸지니”(히4:10-11) 야곱이 고향을 떠납니다. 물론 처음부터 오래 떠나 있을 생각은 없었습니다. 잠깐일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 잠깐이 20년을 넘깁니다. 떠날 때는 분명한 목적이 있었습니다. 하란 땅에서 아내를 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아버지의 축복도 받았습니다. 27장에는 속여서 받았지만 28장에선 아버지 이삭이 진심으로 축복합니다. 3절입니다. “전능하신 하나님이 네게 복을 주어 너로 생육하고 번성케 하사 너로 여러 족속을 이루게 하시고 아브라함에게 허락하신 복을 네게 주시되 너와 너와 함께 네 자손에게 주사 너로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주신 땅 곧 너의 우거하는 땅을 유업으로 받게 하시기를 원하노라” 이삭도 하나님의 뜻을 알고 그 하나님의 뜻에 순복한 것입니다. 축복과 목표를 가지고 고향을 떠났지만 타향살이는 고단한 법입니다. 야곱이 브엘세바를 떠나 밧단아람을 향해 갑니다. 이곳까지는 근 천리 길입니다. 길이 멀기도 하지만 형 에서의 위협을 피해서 가는 길이기에 또한 편하게 여행하며 갈 수 없습니다. 한시라도 빨리 고향 땅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도중에 야곱은 벧엘이란 곳에서 유숙을 하게 되었습니다. 민가로 들어가지 못하고 그냥 노숙을 한 것입니다. 돌베개를 하고 누워 자다고 하는데 아마 바위 위에서 잤던 것 같습니다. 이슬을 맞으며 자야하는 매우 처량한 모습입니다. 그런데 이곳에서 야곱은 놀라운 일을 경험하게 됩니다. 12절입니다. “꿈에 본즉 사닥다리가 땅 위에 섰는데 그 꼭대기가 하늘에 닿았고 또 본즉 하나님의 사자가 그 위에서 오르락내리락하고” 꿈에 본 환상이 의미하는 바는 17절에 ‘하늘의 문’이라 하는 데서 알 수 있습니다. 하늘의 문은 곧 하늘과 땅이 통하는 문이라는 뜻입니다. 사닥다리는 아마 층계나 경사면을 의미할 것입니다. 이곳으로 하나님의 사자들이 오르락내리락 하며 하나님의 명령을 수행하고 있는 모습이라 할 것입니다. 이 환상 이후에 야곱은 하나님의 축복과 보호의 말씀을 듣습니다. 13절에서 15절입니다. “나는 여호와니 너의 조부 아브라함의 하나님이요 이삭의 하나님이라 너 누운 땅을 내가 너와 네 자손에게 주리니 네 자손이 땅의 티끌같이 되어서 동서 남북에 편만할지며 땅의 모든 족속이 너와 네 자손을 인하여 복을 얻으리라”(축복)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키며 너를 이끌어 이 땅으로 돌아오게 할지라 내가 네게 허락한 것을 다 이루기까지 너를 떠나지 아니하리라”(보호) 벧엘에서 야곱이 하나님을 만난 체험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자세히 묵상하려 합니다. 여호와께서 과연 여기 계시거늘 하나님을 만난 야곱의 첫번째 반응은 16절입니다. “야곱이 잠이 깨어 가로되 여호와께서 과연 여기 계시거늘 내가 알지 못하였도다” 야곱이 왜 이런 고백을 했겠습니까? 자신은 도무지 이런 곳에서 하나님을 만날 것이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곳은 성전이 아니었습니다. 그곳은 거룩하거나 화려한 곳도 아니었습니다. 이슬만 내리는 황량한 돌덩이 위였습니다. 형 에서의 눈을 피해 고향을 떠나던 외로운 인생길의 한 복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장면은 매우 익숙합니다. 성경에서 하나님을 만났던 사람들은 편안한 곳에서가 아니었습니다. 아브라함은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나면서부터 하나님을 만났습니다. 야곱의 아버지 이삭 또한 기근의 위기 가운데서 하나님을 만났습니다. 모세는 미디안 광야에서 하나님을 만났습니다. 그 때 모세는 양을 치고 있었습니다. 하나님은 떨기나무 위에 불붙는 형상으로 나타나 모세에게 그곳은 거룩한 땅이니 신을 벗으라고 하였습니다. 모세 인생에서 고단하고 쓸쓸한 그 순간에 하나님은 나타나셨습니다. 모세 또한 야곱처럼 “여호와께서 과연 여기 계시거늘 내가 알지 못하였도다” 하고 고백했을 것입니다. 예수님의 밭에 감추인 보화의 비유에 나오는 농부가 보화를 발견한 곳은 다름 아닌 그가 힘겹게 노동하던 현장이었습니다. 그 농부는 그 날도 ‘이 망할 놈의 돌멩이!’ 하며 밭을 갈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농부는 바로 그곳에서 엄청난 보물을 발견하였습니다. 우리 인생의 고단한 현실 바로 그곳에서 우리는 하나님을 만납니다. 어떤 면에서 풍요와 영성은 서로 반비례 하는 것 같습니다. 빌 하이벨스 목사의『인생의 폭풍우 속에서 하나님을 만나다』라는 책에서는 그 역설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습니다. “역경 때문에 병든 영혼보다 번영 때문에 병든 영혼이 더 많습니다.” 사람들은 풍요를 원하지만 풍요로울수록 우리 영혼은 병이 듭니다. 다윗의 실패는 그가 풍요로울 때 였습니다. 풍요로울 때 밧세바와 잘못을 저질렀고 인구조사 때문에 하나님의 분노를 샀습니다. 역설적으로 역경의 순간에 우리는 하나님을 더 깊이 만날 수 있습니다. 가장 많이 기도하는 때도, 가장 많은 찬양이 울려날 때도 고난의 때입니다. 현대인들의 모습이 그 실상을 잘 보여주고 있지 않습니까? 물질적으로 부요해졌지만 우리는 더 각박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옛날에는 가난했지만 마음은 순박했습니다. 곤고하고 부족한 그 때에 우리는 하나님과 가장 가까이 있습니다. 그것이 야곱이 체험했던 바입니다. 너를 떠나지 아니하리라 두 번째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님의 사랑입니다. 이스라엘 인들은 이 말씀에서 한 개인의 인생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자신 민족의 운명을 보고 있습니다. 그들은 바벨론 포로기 때 자기 고향에서 쫓겨나는 운명에 처했습니다. 이리저리 쫓겨 다니기도 했고 재산을 빼앗기기도 하였습니다. 그렇지만 그들은 하나님의 사랑이 자신들을 향하고 있음을 인하여 위로를 받았습니다. 어떤 랍비는 야곱이 보았던 하늘의 사닥다리 환상을 이렇게 해석합니다. 이런 해석을 미드라쉬라고 하는데 이해하기 쉽도록 말씀의 배후를 풀어서 해석합니다. 지상의 야곱과 그 원형이 되는 천상의 야곱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천상의 야곱이 얼마나 소중한지 하나님이 천사들에게도 보여주지 않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천사 하나가 땅에 내려갔다가 벧엘의 돌베개 위에 잠든 지상의 야곱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흥분한 천사가 하늘에 있는 동료들에게도 이 소식을 전합니다. 그러자 동료 천사들이 야곱의 얼굴을 보기 위해 줄지어서 사다리를 타고 오르락내리락 합니다. 이것이 야곱, 곧 이스라엘로 상징되는 존재의 존귀함입니다. 현실에는 고단하고 볼품없어 보이지만 하늘나라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매우 유명한 존재들입니다. 이사야 선지자는 이렇게 말씀합니다. “지렁이 같은 너 야곱아, 너희 이스라엘 사람들아 두려워 말라 나 여호와가 말하노니 내가 너를 도울 것이라 네 구속자는 이스라엘의 거룩한 자니라”(사41:14) “내가 너를 내 손바닥에 새겼고 너의 성벽이 항상 내 앞에 있나니”(사49:16) 하나님은 이스라엘만 사랑한다는 말씀입니다. 그러므로 사도 바울은 신앙인의 실존에 대하여 이렇게 고백합니다. “무명한 자 같으나 유명한 자요 죽는 자 같으나 보라 우리가 살고 징계를 받는 자 같으나 죽임을 당하지 아니하고 근심하는 자 같으나 항상 기뻐하고 가난한 자 같으나 많은 사람을 부요하게 하고 아무것도 없는 자 같으나 모든 것을 가진 자로다”(고후6:9-10) 유명과 무명, 부요와 가난을 가르는 것은 바로 하나님과의 만남입니다. 하나님을 떠났을 때 우리는 무명하고 가난하고 근심하는 자가 됩니다. 그러나 하나님 안에서 우리는 매우 존귀한 자들입니다. 천사들도 흠모하는 존재들입니다. 세상은 하나님의 이런 모습을 보지 못하기에 처참한 돌베개 베고 자는 현실만 보고 결국 그 위에서 외롭게 울부짖거나 생을 허무하게 마치고 맙니다. 이 즈음이면 우리나라의 자살률 통계가 발표됩니다. 지난 2009년 한 해 동안 1만 5,413명이 자살을 했습니다. 하루 평균 43명, 34분 당 1명 꼴입니다. 지난 2008년보다 19.3%가 증가했습니다. 10대에서 30대까지 사망률 1위가 자살입니다. 이미 OECD 국가 중 1위가 된 지는 오래 되었고 아마 곧 세계 1위도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어떤 아버지와 아들이 다리에서 함께 뛰어내리는 모습이 TV에 비록 모자이크 처리되었지만 그대로 방영되기도 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은 주저하는데 아버지가 밀치고 자신도 뛰어내렸습니다. 이유는 경제적 어려움 때문이었습니다. 자살의 주요 동기가 아마 이 경제적 어려움 때문일 것입니다. 건강문제, 가정불화, 외로움, 성적이나 진학 문제 등도 그 주요 원인들입니다. 이는 현상적인 원인들이고 그 배후에는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지나친 경쟁과 성장 문화를 들 수 있습니다. 경쟁 문화는 개인에게 지나친 책임감을 지게하고, 또 탈락자들에게는 극심한 자존감의 상처를 가져다줍니다. 성장에만 신경 쓰다 이렇게 낙오되어 가고 있는 사람들을 보지 못합니다. 사회적으로 나눔과 배려, 친절과 관심의 문화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자살 행진은 좀처럼 멈출 것 같지 않습니다. 또 한 가지 사건이 있었습니다. 어떤 한 29살 청년이 용광로 작업을 하다가 실수로 그 용광로에 빠져 정말 뼈도 못 추리는 죽임을 당하였습니다. 이런 산업재해야 비일비재하여(2009년 2,181명 사망, 97,821명 재해, OECD 최고) 그냥 그런 한 사건으로 지나칠 수도 있었는데 어떤 네티즌이 트위터를 통해 조사를 올렸고 이것이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그 조시입니다. 광온(狂溫)에 청년이 사그라졌다. 그 쇳물은 쓰지 마라. 자동차를 만들지도 말 것이며 철근도 만들지 말 것이며 가로등도 만들지 말 것이며 못을 만들지도 말 것이며 바늘도 만들지 마라. 모두 한이고 눈물인데 어떻게 쓰나? 그 쇳물 쓰지 말고 맘씨 좋은 조각가 불러 살았을 적 얼굴 흙으로 빚고 쇳물 부어 빗물에 식거든 정성으로 다듬어 정문 앞에 세워 주게. 가끔 엄마 찾아와 내 새끼 얼굴 한번 만져 보자 하게. 청년 실업 문제와 청년이 살기에 각박한 이 시대에 일어난 참혹한 죽음이었기에 큰 반향을 일으킨 것 같습니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지만 우리 사회가 이 때문에 충분히 아파했으면 합니다. 저는 이것이 생명 운동이라 생각합니다. 한 젊은이의 죽음에 대하여 함께 아파하고 안타까워하면서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웁니다. 이것이 단순한 감정적 차원을 넘어서 전 사회적으로 확대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생명을 보호하고 생명을 소중히 하는 운동, 약자에 대한 배려와 나눔 운동, 사랑과 관심과 친절 운동으로 발전되어야 합니다. 우리 하나님은 돌베개 베고 자던 야곱에게 나타나셔서 하나님의 노숙자의 하나님이심을 보여주십니다. 도망하는 가난한 자의 하나님이요, 고향을 잃어버린 자의 하나님임을 보여주십니다. 야곱에게 나타나 내가 너와 함께 하겠다, 너를 지키고, 너를 고향으로 돌아오게 하겠다는 약속을 주시는 하나님이십니다. 이 시대에 야곱과 같이 쫓겨 가는 인생들이 누구입니까? 우리 자신은 아닙니까? 우리 이웃은 아닙니까? 하나님은 바로 그들의 하나님이십니다. 하나님의 전, 하늘의 문 이어서 야곱은 “두렵도다 이 곳이여 다른 것이 아니라 이는 하나님의 전이요 이는 하늘의 문이로다”(17)는 고백이었습니다. 그래서 야곱은 일어나자마자 자신이 베고 누워 자던 바윗돌을 일으켜 세워 기둥으로 만들고 그 위에 기름을 붓습니다. 그리고 그 이름을 ‘벧엘’이라 합니다. 그 뜻은 ‘하나님의 집’이란 의미입니다. 하나님의 집은 예루살렘이 아닙니다. 화려한 곳이나 소위 거룩한 곳이 아닙니다. 자기 삶의 현장입니다. 우리가 일하고 있는 작업장이며, 우리가 생활하고 있는 가정입니다. 이곳에 주님의 임재가 있고, 주님의 임재가 있는 곳이 성전입니다.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이 산에서도 말고 예루살렘에서도 말고 너희가 아버지께 예배할 때가 이르리라 ...... 하나님은 영이시니 예배하는 자가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할지니라”(요4:21, 24) 개역개정판으로 읽어보겠습니다. “하나님은 영이시니 예배하는 자가 영과 진리로 예배할지니라” 성령의 임재가 있는 예배, 진리되신 그리스도가 함께 하는 예배 하나님은 그런 예배를 받으시고, 또 그런 예배가 드려지는 현장이 곧 하나님의 집이요, 하나님의 성전입니다. 17세기 중세의 성자 중에 부엌의 성자라 불리는 로렌스 형제가 있습니다. 그가 부엌의 성자로 불리게 된 까닭은 40년 동안 부엌에서만 일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는 그 부엌일을 결코 사소한 일이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사소한 일을 주님께 하듯 하였고, 그 일을 통해서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였습니다. 『하나님의 임재 연습』이란 책에서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내게 노동시간은 기도시간과 다를 바 없다. 내가 일하는 주방은 시끄럽고 어수선하다. 여러 사람이 동시에 이것저것 찾느라 분주하다. 그 속에서도 나는 말할 수 없는 평온함 중에 하나님을 놓치지 않는다. 무릎 꿇고 성찬을 받을 때와 똑같다.” “꼭 큰 일만 해야 할 필요는 없다. 나는 후라이 팬의 작은 계란 하나라도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뒤집는다. 그 일도 다 끝나 더 할 일이 없으면 나는 바닥에 엎드려 하나님을 경배한다. 내가 그렇게 할 수 있는 것도 그 분이 주시는 은혜 때문이다. 그리고 나서 일어날 때면 나는 어느 왕보다도 더 만족감을 느낀다. 설사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하여도 나는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방바닥에서 티끌 하나를 주워 올리는 것만으로 족하다.” 우리 생활 속에서 이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야곱의 현실은 이스라엘의 현실입니다. 그들은 성전이 무너지는 것을 보았고, 성전이 무너지면서 하나님도 무너진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바벨론 땅에도, 자신이 일하는 작업장에도, 누추한 가정에도 함께 하는 것을 체험하였습니다. 우리 영의 눈을 연다면 그곳이 하나님의 집이요, 성전입니다. 우리는 모두 고향을 떠난 사람들이지만 하나님의 임재가 있다면 바로 그곳이 우리 고향입니다. 야곱이 타향살이 20년을 이겨낼 수 있었던 힘은 바로 이 하나님이 함께 하셨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