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한 믿음에서 확실한 믿음으로

요 20:1-10

   예수님의 동생 가운데 야고보가 있습니다. 마리아가 동정녀로 예수님을 낳은 후, 요셉과의 사이에서 처음 낳은 아들이 야고보입니다. 그러니까 야고보는 예수님의 바로 밑의 동생입니다.

   그런데 이 야고보는 원래 자기 형 예수님을 메시아로 믿지 못했습니다. 막 3:21을 보면, 야고보는 심지어 예수님을 미친 사람 취급을 하기도 했습니다. 아마도 어려서부터 함께 자라온 형이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점과 메시아로 우리 죄를 대속하기 위해 죽으실 것이라는 점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러나 사도행전을 보면, 이 야고보가 예수를 믿을 뿐 아니라 초대교회의 지도자로 활약을 합니다. 그리고 초대교회 문헌인 요세푸스의 기록을 보면, 이 야고보가 주후 62년경에 유대인들에게 돌에 맞아 순교를 합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요? 믿지 못하던 사람이 믿을 뿐 아니라, 죽도록 충성하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요?

   저명한 기독교변증가인 윌리엄 레인 크레이그(William Lane Craig)는 이렇게 묻고 답합니다. “무엇이 친형을 주님으로 확신하게 만들 수 있을까? 그것을 설명할 길은 하나뿐이다. 십자가에 달려 죽은 예수께서 부활하신 모습으로 야고보에게 나타난 것이다.” 실제로 사도 바울은 고전 15:7-8에 이렇게 기록해 놓았다. “그 후에 야고보에게 보이셨으며, 그 후에 모든 사도에게와 맨 나중에 만삭되지 못하여 난 자 같은 내게도 보이셨느니라.”

   그렇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를 만난 사람들은 변화되었습니다. 비록 그가 믿지 않는 사람이었더라도 예수를 믿게 되었습니다. 아니 믿는 정도가 아니고, 주를 위해 살고 주님 때문에 죽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야고보가 그랬고, 바울이 그랬습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을 보면, 예수님의 부활은 이미 예수를 믿는 사람들에게도 변화를 일으킵니다. 바로 막연한 믿음에서 확실한 믿음으로의 변화입니다.

막연한 믿음

   오늘 본문은 이런 이야기입니다. 안식일이 지난 다음날 새벽녘에 막달라 마리아가 예수님의 무덤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무덤을 막고 있던 돌이 옮겨지고 무덤이 비어있었습니다. 마리아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에 놀라서 당황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베드로와 요한에게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누군가가 예수님의 시신을 가져가버렸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두 사람이 놀라서 무덤으로 달려갔습니다. 가서보니 막달라 마리아의 말대로 예수님의 무덤이 비어있었고, 예수님의 시신이 없었습니다.

   안타깝게 이런 상황인데도 말씀에 기록된 대로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는 것을 아직 몰랐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시신을 잃어버렸다는 슬픈 마음으로 자기들이 머무르고 있던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사도 요한이 이 말씀을 통해서 우리에게 확인해 주고자 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막달라 마리아, 베드로, 그리고 요한 자신이 예수님의 빈 무덤을 보고도 아직 예수님의 부활을 믿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성경을 통해서 아는 대로 이 세 사람은 당시 그 누구보다도 예수님을 가까이에서 따랐던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을 주님으로 믿었던 사람들입니다. 그런데도 예수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고 이렇게 빈 무덤까지 보고서도, 아직 주님의 부활을 믿지 못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들의 믿음이 아직 막연한 믿음의 수준에 머물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사람들의 막연한 믿음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베드로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마 16장을 보면, 베드로는 남다른 신앙고백으로 주님께 칭찬을 받았습니다. “주는 그리스도시오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니이다.” 이것은 최초로 예수님을 그리스도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고백한 말입니다. 예수님께서 너무 기쁘셔서 이 고백 위에 교회를 세우시겠다고 까지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니까 베드로는 예수님에 대한 남다른 지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베드로는 무려 세 번이나 예수님께 십자가와 부활에 관한 말씀을 들었습니다. 특히 마 20:18을 보면,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보라 우리가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노니 인자가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에게 넘겨지매 그들이 죽이기로 결의하고 이방인들에게 넘겨주어 그를 조롱하며 채찍질하며 십자가에 못 박게 할 것이나 제 삼일에 살아나리라”

   이 말씀은 베드로가 불과 며칠 전에 들은 말씀입니다. 그러니까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려 죽으시고 제 삼일에 살아날 것이라는 것을 들은 지 며칠도 안 됐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베드로는 누구보다도 예수님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려 죽으시고 제 삼일에 부활하실 것을 여러 차례 들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부활하실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시자 예수님께서 부활하실 것을 믿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예수님의 무덤이 비어있었는데도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는 사실을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당시 베드로는 막연한 신앙에 머물러있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알고 있었지만 그리고 믿는 줄 알았지만 막상 일을 겪고 보니 믿지 못하는 것입니다.

   사실 오늘도 이런 그리스도인들이 참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기도할 때 이런 모습이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기도하는 그리스도인들이 기도에 대한 주님의 가르침을 잘 압니다. “구하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주실 것이요. 찾으라, 그리하면 찾아낼 것이요. 문을 두드리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열릴 것이니. 구하는 이마다 받을 것이요, 찾는 이는 찾아낼 것이요, 두드리는 이에게는 열릴 것이니라.”(마 7:7-8)

   그러나 기도하면서 이 말씀을 그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혹시나 하고 기대하며 기도합니다. 그러나 기도하다가 당장 응답이 없으면 역시나 하고 믿음을 접습니다. 그리고 기도를 이어가지 못합니다.

   왜 그러는 것일까요? 믿음이 아직 막연한 믿음에 머물러 있기 때문입니다. 말씀을 알지만 그리고 믿는 줄 알았지만 막상 기도해 보니 믿지 못하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막달라 마리아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막달라 마리아는 일곱 귀신들린 채 힘든 나날을 보냈습니다. 그러던 중에 예수님께 고침을 받았습니다. 그리고는 예수님을 따르게 되었습니다. 자기 가진 재산으로 예수님을 섬겼습니다.

   성경을 보면, 막달라 마리아의 헌신에 대한 이야기들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한번은 예수님께서 바리새인의 집에 계실 때, 값비싼 향유를 담은 옥합을 가지고 와서 예수님의 발에 부은 일이 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고난당하실 때 끝까지 자리를 지켰습니다. 십자가에 달리실 때도, 무덤에 장사지내실 때도 예수님 곁에 자리를 지킨 사람은 막달라 마리아뿐입니다. 그리고 안식일 다음날 제일 먼저 예수님의 무덤을 찾은 사람도 막달라 마리아입니다.

   성경이 소개하고 있는 이런 이야기들은 막달라 마리아가 얼마나 예수님을 사랑했는지를 보여줍니다. 아마도 예수님에 대한 사랑은 그 누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컸을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에 대한 헌신 역시 그 누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막달라 마리아가 빈 무덤을 보고도 예수님의 부활을 믿지 못했습니다. 빈 무덤을 보고서는 두려운 마음에 베드로와 요한을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말하기를 누군가가 예수님의 시신을 가져갔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막달라 마리아가 아직 막연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그렇게도 예수님을 사랑했고, 그 누구보다도 예수님을 위해 헌신했지만 아직 막연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오래 전일입니다. 한 청년이 교회에 등록을 했습니다. 초신자인데 얼마나 열심인지 예배 때마다 빠지지 않았습니다. 교회 모임 때마다 앞장섰습니다. 교회학교 한 부서에서 신앙이 좋은 사람인 줄 알고 교사로 봉사하게 했습니다. 알고 보니 아직 세례를 받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세례교육을 받게 하고, 세례 받을 때까지 보조교사로 섬기게 했습니다.

  이 청년이 세례교육을 잘 받았습니다. 그래서 문답을 하게 됐습니다. 제가 물었습니다. 예수를 구주로 믿느냐? 죄사함을 받았느냐? 등 신앙의 기본적인 내용을 물었습니다. 대답을 잘했습니다. 마무리하면서 한 가지 더 물었습니다. “지금 죽으면 천국갈 수 있다고 믿으십니까?” 그런데 답을 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제가 당황이 됐습니다. 차근차근 그 의미를 설명하면서 믿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나 끝내 답을 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도하고 다음에 만나자고 하고서는 돌려보냈습니다.

   그렇습니다. 예수님을 뜨겁게 사랑한다고 확실한 믿음을 가진 것은 아닙니다. 교회를 헌신적으로 봉사한다고 확실한 믿음을 가진 것도 아닙니다.

확실한 믿음

   그러면 어떻게 하면 확실한 믿음을 가질 수 있을까요? 오늘 본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요 20:11 이하를 보면, 이런 이야기가 기록되어있습니다. 빈 무덤을 보고 실망한 베드로와 요한이 처소로 돌아갔습니다. 그러나 막달라 마리아는 여전히 빈 무덤 밖에서 울고 서있었습니다. 그 때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나타나셨습니다. 처음에 막달라 마리아가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예수님께서 마리아를 부르실 때 비로소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명을 받들고 제자들에게로 가서 말했습니다. “내가 주를 보았다.” 막달라 마리아가 부활하신 예수님을 직접 만나본 뒤에야 확실한 믿음을 가지게 되었던 것입니다.

   요 20:19 이하를 보면 또 이런 이야기가 기록되어있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이 모여 있는 곳에 나타나셨습니다. 그런데 그 자리에 도마가 없었습니다. 다른 제자들이 부활하신 주님을 만났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도마는 믿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8일이 지난 후 제자들이 다함께 모여 있는 곳에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다시 나타나셨습니다. 이번에는 도마도 있었습니다. 도마가 부활하신 주님을 만난 뒤에 비로소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나의 주님이시오 나의 하나님이시니이다.”

   그렇습니다. 막연한 믿음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뒤 확실한 믿음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행 1:3을 보면, 누가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가 고난 받으신 후에 또한 그들에게 확실한 많은 증거로 친히 살아계심을 나타내사 사십 일 동안 그들에게 보이시며 하나님 나라의 일을 말씀하시니라” 예수님의 부활에 대한 확실한 많은 증거(many infallible proofs)가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 증거들은 예수님께서 친히 보여주신 것들입니다. 40일 동안 나타나셔서 눈으로 볼 수 있게 해 주셨고, 귀로 그 말씀을 듣게 해 주셨다는 것입니다.

   성경을 종합해 보면,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적어도 12차례 나타나셨습니다.

 첫째, 주님의 무덤에서 막달라 마리아에게,

  둘째, 빈 무덤에서 돌아가는 여인들에게

  셋째, 엠마오 도상에서 제자들에게

  넷째, 예루살렘에서 베드로에게

  다섯째, 마가의 다락방에서 11제자에게

  여섯째, 또 한 번 마가의 다락방에서 11제자에게

  일곱째, 디베랴 바다에서 일곱 제자에게

  여덟째, 12제자와 500여 성도들에게

  아홉째, 11제자와 동생 야고보에게

  열째, 감람산에서 11 제자에게

  열한째, 모든 사도들에게

  열둘째, 바울에게

   예수님은 왜 이렇게 부활하신 모습을 나타내 보여주셨을까요? 그 답은 요 20:27에서 말씀하셨습니다. “도마에게 이르시되 네 손가락을 이리 내밀어 내 손을 보고 네 손을 내밀어 내 옆구리에 넣어 보라 그리하여 믿음 없는 자가 되지 말고 믿는 자가 되라”

   그렇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막연한 믿음에 머물러 있지 말고 확실한 믿음의 자리로 나아오도록 초대하고 계십니다. 오늘도 우리를 확실한 믿음을 갖도록 하시기 위해 일하고 계십니다.

   그러면 오늘 우리는 어떻게 확실한 믿음을 가질 수 있을까요? 예수님께서 승천하신 후여서 부활하신 예수님의 모습을 직접 볼 수 없는데 우리는 어떻게 하면 될까요? 그 답 역시 요 20:29에서 말씀하셨습니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너는 나를 본고로 믿느냐 보지 못하고 믿는 자들은 복되도다 하시니라” 도마처럼 직접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보지 못하고서도 확실한 믿음을 가질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보지 못하고 믿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바로 성령입니다. 고전 12장을 보면 성령이 임하신 뒤 우리에게 일어나는 놀라운 변화를 설명합니다. 이것을 바울은 은사 곧 선물이라는 말로 설명합니다. 그 중에 9절을 보면 이렇게 기록되어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같은 성령으로 믿음을” 성령이 신자들에게 믿음을 선물로 주신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믿음은 우리가 노력해서 얻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믿음을 달라고 기도해야 하고, 믿음을 가지려고 성경도 읽고, 말씀도 듣고 해야 합니다. 이럴 때 결정적으로 성령께서 우리 안에 믿음을 갖게 해 주십니다.

  브레넌 매닝(Brennan Manning)이라는 분이 쓴 [부랑아복음]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에 이분의 간증이 기록되어있습니다.

  이분은 오랜 세월 노숙자로, 부랑아로 살았습니다. 그는 자기가 알고 있는 10계명의 모든 계명을 깨뜨리며 살았습니다. 하루는 술에 취해 길거리에서 잠을 자는데 한 어린 소녀와 함께 길을 가던 아이엄마가 아이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쳐다볼 필요도 없어. 더럽고, 쓰레기 같은 인간이잖아!” 매닝은 참담한 이야기를 듣고도 몸이 망가져서 저항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던 그의 마음속에 놀라운 음성이 들려옵니다. “너는 나를 버리고 떠났지만 나는 너를 사랑하기에 아버지의 곁을 떠나 네 곁으로 왔고, 십자가에 달려 너를 위해 죽었다.” 성령이 그 마음속에 들려주시는 음성이었습니다. 그 음성에 귀를 기울이는 중에 믿음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주님의 손을 붙잡고 일어섰습니다.

  후일에 자기를 찾아오신 조건 없는 이 큰 사랑을 ‘하나님의 맹렬한 사랑’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리고 자기를 이렇게 소개했습니다. “나는 브레넌입니다. 나는 하나님의 맹렬한 사랑과 은혜로 구원받은 죄인입니다.”

   그렇습니다. 오늘도 성령은 우리에게 부활하신 예수님을 영적으로 만나게 해 주십니다. 그 만남으로 우리의 믿음을 확실한 믿음으로 세워주십니다. 성령 안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시기를 바랍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아직도 막연한 믿음 가운데 머물러 계시지 않으십니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막연한 믿음의 자리로 내려가 계시지 않으십니까? “믿음 없는 자가 되지 말로 믿는 자가 되라”는 주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시기 바랍니다. 성령의 도우심으로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서 베드로처럼, 막달라 마리아처럼 확실한 믿음의 자리로 올라서시기 바랍니다. 능력 있는 신앙생활을 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