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게으름 ‘태만’(怠慢)을 이기는 능력

소명을 회복하면 게으름을 극복하게 될 것입니다.

[역대하 29: 6-11]

6. 우리 조상들이 범죄하여 우리 하나님 여호와 보시기에 악을 행하여 하나님을 버리고 얼굴을 돌려 여호와의 성소를 등지고

7. 또 낭실 문을 닫으며 등불을 끄고 성소에서 분향하지 아니하며 이스라엘의 하나님께 번제를 드리지 아니하므로

8. 여호와께서 유다와 예루살렘에 진노하시고 내버리사 두려움과 놀람과 비웃음거리가 되게 하신 것을 너희가 똑똑히 보는 바라

9. 이로 말미암아 우리의 조상들이 칼에 엎드러지며 우리의 자녀와 아내들이 사로잡혔느니라

10. 이제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와 더불어 언약을 세워 그 맹렬한 노로 우리에게서 떠나게 할 마음이 내게 있노니

11. 내 아들들아 이제는 게으르지 말라 여호와께서 이미 너희를 택하사 그 앞에 서서 수종들어 그를 섬기며 분향하게 하셨느니라

게으름의 문제

오늘 능력 있는 삶을 살기 위해 ‘게으름’을 극복하는 것은 아주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의 목적은 단순히 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죄의 문제를 해결하여 하나님이 우리를 지으시고 부르신 이유에 합당한 삶을 살기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먼저 기억해야 할 것은 ‘게으름’의 문제는 ‘소명’과 관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게으름이란 단어의 뜻을 희랍어에서 찾아보겠습니다. ‘아케디아’라고 부르는 이 말은 ‘아’라는 부정사와 ‘돌보다’라는 뜻이 있는 ‘키도스’와 결합한 것입니다. 그래서 원어로는 ‘돌보지 않는다’, ‘무책임하다’라는 의미입니다.

오늘 본문과 연결해 봅시다. 오늘 본문은 히스기야 왕이 이스라엘의 고통의 원인을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찾고 있으며, 그 핵심을 백성들의 ‘게으름’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6~7절을 보세요.

6. 우리 조상들이 범죄하여 우리 하나님 여호와 보시기에 악을 행하여 하나님을 버리고 얼굴을 돌려 여호와의 성소를 등지고

7. 또 낭실 문을 닫으며 등불을 끄고 성소에서 분향하지 아니하며 이스라엘의 하나님께 번제를 드리지 아니하므로

‘관계가 깨어졌다는 것’입니다. 게으름으로 인하여 하나님께 나아가지 아니하므로 하나님께 버림을 받은 결과입니다. 하나님이 먼저 버리신 것이 아니라, 이들이 하나님을 떠난 것입니다.

아주 중요한 것은 ‘죄’가 무엇을 행하므로 온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하지 않으므로’ 찾아왔다는 것입니다. 흔히 우리가 ‘게으름’을 죄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은 아주 참혹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 게으름입니다.

게으른 자의 특징은 늘 인생에서 ‘비법’을 찾는다는 것입니다. 비법을 찾는 것과 반대되는 사람은 우직하게 성실한 사람입니다.

우리가 종종 영화에서 보는 것이 있습니다. 위대한 스승에게서 무술을 배우는 사람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이 기초를 배우는 과정입니다. 위대한 스승에게서 위대한 비법을 찾으러 왔는데 스승은 비법보다는 기본에 충실해지길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기본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어떤 비법도 없습니다. 그냥 한발 한발 걸어가야 합니다.

미국 켄터키 대학의 전설적인 감독 ‘릭 파티노’는 한 이름 없는 고등학교 여자농구팀을 훈련해 위대한 성공을 이루었습니다. 그가 개발한 압박 수비 전술로 많은 승리를 거둔 것이죠. 많은 팀의 감독이 이 전술을 배우러 왔습니다.

파티노 감독은 그 전술을 아낌없이 알려주었지만, 그 비법을 쓸 수 있는 팀들이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그 비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체력과 뼈를 깎는 훈련이 필요한데 그런 노력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죠.

문제는 비법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최고가 되는 방법을 모르는 것도 아닙니다. 힘든 길을 가기 싫어하는 것이죠. 비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그 비법을 배우고 활용하기 전에 치러야 하는 무서운 대가를 내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가를 내지 않으려는 것이 ‘게으름’이라는 사실을 아시나요?

크리스천들에게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무엇일까요? 혹시 우리는 하나님을 예배하는 일을 게을리하면서 어떤 특별한 비법을 찾고 있지 않나요?

저는 말씀을 준비하면서 이 부분에 대해서만은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굉장히 부지런하게 사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차를 타고 가다가 마음속에서 자책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부지런함이란 ‘무엇에 대한’ 부지런함이며, 게으름이란 무엇에 대한 게으름인가?

결국, 내가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은, 내 삶에서 내가 정해 놓은 우선순위에 따라 사는 것일 뿐 하나님 앞에서의 부지런함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자책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흔히 노름하는 사람들, 허송세월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자신을 위해 최선을 다해 밤을 새우고 있다는 것입니다. 얼마나 자신들에게는 절실한 일들인지 모릅니다.

어느 병원 응급실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어떤 환자가 심장마비로 병원에 실려 왔습니다. 이미 숨이 멈춘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의사가 그 사람을 보는데,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손을 꼭 쥐고 죽은 것입니다. 아무리 손을 펴려고 해도 펴지지 않습니다.

간신히 손을 펴서 보니까, 그 안에는 화투 2장이 들려있는데, 사쿠라 광과 팔공산 광이 들어 있었습니다. ‘삼팔 광 땡을 잡고’ 놀라서 죽은 것입니다.

아주 흥미롭죠? 놀음하는 사람도 자기 일에 죽을 만큼 열정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오늘 우리가 살펴보려고 하는 게으름은 ‘신앙적 게으름’ 즉,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게으름의 문제입니다.

게으름이 왜 문제가 될까요?

오늘 본문 역대하 29장 7절 말씀 가운데 ‘번제를 드리지 아니하므로’라는 말씀에 주목해 보겠습니다. 구약시대에 ‘번제’는 인간이 하나님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그런데 번제를 드리지 아니하므로 하나님과의 대화가 단절된 것입니다. 대화가 단절되면 가끔 소리가 들려도 이해하지 못합니다.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 소리의 의미를 깨닫지 못할 때가 많다는 것입니다.

성경에 나오는 좋은 예가 사무엘상 1~4장까지에 있습니다. 당시 엘리 제사장이 대제사장의 직분을 맡고 있었는데 성경은 “그때는 하나님의 말씀이 희귀한 때”였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대 제사장 엘리와 하나님 사이에 전혀 “의사소통”이 없습니다.

사무엘상 1장에 보면 한나가 엘리를 찾아왔을 때, 제사 드리는 제사장의 모습이 아니라 ‘문설주에 앉아 있는’ 나태한 모습으로 만납니다. 그리고 한나가 통곡하여 기도할 때, ‘네가 언제까지 취하여 있겠느냐 포도주를 끊으라’고 영적 분별을 상실한 모습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4장에 가면, 자식들이 전쟁에 나가서 싸우고,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에도 기도한 것이 아니라 ‘엘리가 길 곁 자기의 의자에 앉아 기다리며’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어디에서도 제사장다운 면도, 하나님과의 관계가 나오지 않습니다.

제사장의 직책을 가지고 자신의 소명을 다하지 못한 ‘게으름’이 그의 가정에 가장 큰 비극이었습니다. 히스기야가 자식들에게 게으르지 말라고 한 이유는, 그들의 게으름으로 민족에게 비극이 찾아왔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세월호 7시간’의 대통령 행적을 찾는데 많은 시간을 허비했습니다. 아니 청문회를 통해 큰 노력을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국민을 화나게 한 것은 대통령이 통치를 ‘잘못’한 것에 대한 것이 아니라, 그 시간에 무기력하게 대통령으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것’ 때문이었습니다.

게으름은 하나님을 분노하게 만드는 죄입니다.

계속해서 말씀드리는 것이지만, 문제는 ‘게으름’ 자체가 아니라, 그 게으름으로 인해 오는 결과가 참혹하다는 것입니다. 8~9절입니다.

8. 여호와께서 유다와 예루살렘에 진노하시고 내버리사 두려움과 놀람과 비웃음거리가 되게 하신 것을 너희가 똑똑히 보는 바라

9. 이로 말미암아 우리의 조상들이 칼에 엎드러지며 우리의 자녀와 아내들이 사로잡혔느니라

이스라엘이 이방 민족에게 비웃음거리가 된 이유가 ‘하나님과의 대화’를 게을리 한 결과라는 것입니다. 게으름의 무서움은 ‘민감성’을 상실한다는 것입니다.

엘리 제사장이 게으르므로 자녀들에 대한 심각한 문제를 깨닫지 못하고 가문이 멸망했고, 히스기야 시대의 백성들이 게으르므로 하나님을 떠나니, 하나님이 싫어하시는 일만 하다가 진노를 불러왔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이 ‘게으름’에 대하여 무섭게 질책하십니다. 마태복음 25장은 우리가 잘 아는 달란트의 비유가 있습니다. ‘달란트’는 ‘재능’을 의미하죠. 어떤 주인이 타국으로 떠나기 전에 한 사람에게는 다섯 달란트를, 어떤 이에게는 두 달란트를, 그리고 한 사람에게는 한 달란트를 주었습니다. 그리고 돌아와 그 달란트를 가지고 무엇을 했는지 계산합니다.

주인의 관심은 얼마를 남겼는지가 아니라, 그것을 가지고 무엇을 했는지 묻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일하게 한 달란트 가진 사람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묻어 두었습니다. 그러자 주인은 그 종을 가리켜 ‘게으르다’라고 질책하신 것이 아니라 ‘악하고 게으른 종아’라고 무섭게 질책하고 있습니다. ‘게으름’과 ‘악함’을 동일시해서 말씀하시죠.

이것은 오늘 본문에서도 나타납니다. 다시 본문 6절을 보겠습니다.

“우리 조상들이 범죄하여 우리 하나님 여호와 보시기에 악을 행하여 하나님을 버리고 얼굴을 돌려 여호와의 성소를 등지고”

‘여호와 보시기에 악을 행하여’라는 말의 서술이 계속해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과의 소통을 게을리 한 것이 ‘악을 행한 것’입니다.

저는 가끔 만나는 사람들에게 BTD를 권면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아주 심각한 대답을 접하게 됩니다.

“목사님 저는 은혜 받을까 봐 무서워서 못 가요!”

왜냐하면, 이분은 은혜받으면 자신이 무언가 하나님의 일에 쓰임 받아야 할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기 생활을 열심히 할지라도, 때로 우리가 하나님 앞에 게으른 종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 게으름의 문제는 습관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게으름이 죄인 것은 이 게으름이 반복되므로 인해, 우리가 해야 할 일, 즉 하나님께서 우리를 창조하신 사역에 동참하지 못하게 만드는 성질이 있기 때문입니다.

‘죄’란 하나님의 창조 목적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게으름의 습관은 우리로 창조의 목적을 상실하게 만들기에 죄가 됩니다.

하나님과의 소통이 단절되는 ‘게으름’의 문제는, 하나님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것입니다. 주변의 소리는 우리에게 늘 염려와 걱정을 가져다줍니다.

잠언 22장 13절에 보면 아주 재미있는 표현이 있습니다.

“게으른 자는 말하기를 사자가 밖에 있은 즉 내가 나가면 거리에서 찢기겠다 하느니라”

주변의 소리를 듣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모릅니다. 왜냐하면, 가장 많이 들은 소리로 인해 그렇게 되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음성을 들으면 우리가 ‘소명자’가 되지만 세상의 소리를 들으면 ‘원망’과 ‘불평’만 하다 게으른 사람이 됩니다.

아주 흥미로운 연구 결과인데요.

어느 심리학자가 미국에서 실험을 했습니다. 흑인과 백인을 동시에 방에 넣고는 ‘zy'로 끝나는 단어를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백인들은 ’easy' 'cozy'라는 단어들을 많이 썼는데, 흑인들의 대부분은 ‘lazy'라는 말을 썼다는 것입니다. 즉 자신들이 지금까지 들어온 말들이 그들을 이렇게 변화시키고 있다는 것입니다.

세상은 우리에게 부정적인 것을 심어주기 때문에 위험합니다. 하나님은 된다고 말씀하시지만, 세상은 안 된다고 말하기 때문에 위험한 것입니다. 하나님의 생각은 감사와 축복을 말씀하시지만, 세상은 불평과 불만입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부지런한 사람은 시간과 거리가 별로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게으름이 엄습하면, 거리도 이유가 되고, 시간도 이유가 되고, 만나는 사람들도 이유가 됩니다.

누군가를 섬겨야 하는 일은 자신의 것을 내놓아야 하는 일입니다. 때로 건강의 문제, 경제적인 것을 희생해야 하죠. 그런데 능히 감당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으면 감사가 있고, 하다 보면 감당할 힘으로 인해 기쁨을 느끼게 됩니다.

신기한 것은 섬김과 봉사가 끊어지는 순간, 온갖 불평들이 난무하기 시작합니다. 교회의 일거리가 많은 것, 내가 지어야 하는 집안의 십자가가 부담으로만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것은 철저하게 하나님과의 관계가 단절되므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무서운 것은 불평과 근심으로 인해 ‘수평적 관계의 단절’이 온다는 것입니다. 하나님과의 소통이 끊어진 인간의 가장 극명한 특징은 ‘이기적 사고’를 한다는 것입니다. 깨어진 가정의 자녀와 부부의 문제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서로가 이기적인 사고를 하면서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고 사는 가정이 깨지는 것은, 더는 상대방을 사랑하기 때문에 행동하지 않고, 자신의 만족을 채우려고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가만히 보세요. 가정이 힘들어졌다면, 서로를 위한 부지런함이 사라지고, 자신의 만족을 채우려는 나태함이 자리를 잡고 있지 않은지 말입니다.

깨어진 가정의 문제 가운데 자신의 취미 생활에 열심을 내는 남편 때문일 경우도 있습니다.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는 아내 때문에 가정이 깨어지기도 합니다. 깊은 내면을 보면, 하나님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교회 활동을 신앙의 이름으로 포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입니다. 가정을 이끌어 가는 것도, 주어진 가정에 대한 ‘소명의식’이 아닐까요?

결국, 자기중심적 태만함이 관계를 깨뜨리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예배한다는 것은 철저하게 하나님의 관점에서 자신의 삶을 보는 것입니다. 가정에 충실하다는 것은 철저하게 가정의 관점에서 자신의 삶을 보는 것입니다. 소명에 충실하다는 것은 철저하게 부르심에 관점에서 인생을 보는 것입니다.

게으름을 극복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본문에서 히스기야는 게으르지 말라고 권면합니다.

“내 아들들아 이제는 게으르지 말라 여호와께서 이미 너희를 택하사 그 앞에 서서 수종들어 그를 섬기며 분향하게 하셨느니라”(11절)

게으르지 말아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요?

“이미 너희를 택하사”

하나님께서 필요해서 부르셨으니, 사용하심에 합당하도록 살라는 것입니다.

매튜 폭스라는 신학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게으름의 처방이 무엇인가? 게으름의 처방은 부지런해지자는 결심이 아니다. 게으름을 치료하려면 당신 안에 있는 불꽃을 다시 발견하라. 그리고 그 불을 태워라”

출애굽기 3장은 아주 유명한 모세의 ‘소명장’입니다. 그가 시내 산에서 불꽃같은 하나님을 만나기 전, 도망자의 인생을 살며 한가하게 양을 치며 삶을 연명하던 사람이었습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양을 치는 것’이 하찮다는 것이 아니라, 그 일이 그의 소명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그 일을 하면서 하나님이 자신에게 주신 많은 장점을 잃어버렸다는 것이지요. 양을 치는 데는 왕자 시절 받았던 지도자 교육이 그렇게 필요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가 소명을 받고 나자, 그의 삶 가운데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고, 그가 이전에 했던 모든 경험이 불꽃처럼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소명의 불꽃이 당겨지자, 그의 삶의 모든 부분이 집중력을 가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무언가 할 일에 대한 확실한 소명이 생기면 삶이 달라지고 생기를 가지게 되어 있습니다. 즉 삶이 전략적으로 바뀐다는 것이지요, 삶의 목표가 분명해지면 삶의 태도가 바뀌게 됩니다.

제 이야기를 조금 해 보겠습니다.

결혼 전에 저와 아내는 같은 학교에 다녔습니다. 학부 4년을 같이 다녔지만,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이 없었기에 한 번도 말을 해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학교에 다니며 활동하는 반경도 겹치는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함께 대학원을 다니던 어느 날, 갑자기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자 가장 큰 문제가 둘이만 같이 하는 시간이 없다는 것이었죠. 왜냐하면, 늘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다 보니 몰려다니며 식사하고, 몰려다니며 놀았기 때문입니다. 이제 ‘전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계획을 세웠습니다. 아내와 단둘이 시간을 가지기 위해 대학원을 함께 다니던 친구들의 수업시간을 다 체크하고, 아내와 제가 둘만 수업이 없는 시간을 택해서 연극표를 구한 것이죠. 그리고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말했습니다.

“나 연극표 있는데, 같이 갈 사람!”

그랬더니 모두가 수업 때문에 갈 수 없다고 하더군요. 그게 연애의 시작이었고, 지금 제 삶의 일부분이 된 것이죠.

무언가 해야 하겠다는 마음이 생기면, 달라집니다.

우리의 삶에 적용해 볼까요?

우리 삶의 게으름을 극복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하나님께서 여러분에게 주시는 소명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우리 인생의 꼬리를 잡고 늘어졌던 과거의 망령들이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때로 여러분이 하나님의 일을 하려고 하는데, 과거의 창피한 일이, 과거의 경험이, 과거의 관계가 자꾸 나를 잡고 방해하지 않습니까? 때로 이러한 것이 나를 나태하게 만들지 않습니까? 그러나 분명하게 알아야 하는 것은 ‘소명’을 발견한 자들에게서, 해야 할 일이 분명하게 보인다는 것입니다.

소명자의 특징은 ‘집중력’이 생긴다는 것이죠.

아주 좋은 예화가 있어 소개합니다.

젊은 재상이 왕에게 와서 어떻게 하면 시험에 들지 않고 일을 잘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습니다. 왕은 젊은 재상에게 기름이 가득한 잔을 주면서 ‘한 시간’ 안에 지시하는 곳까지 다녀오라고 합니다. 단 기름을 쏟거나 시간이 늦으면 엄하게 벌하겠다고 하고는, 군인들이 뒤를 쫓게 했습니다.

젊은 재상은 땀을 흘리며 기름을 쏟지 않고 제시간에 도착했습니다. 왕은 만족해하며 젊은 재상에게 물었습니다.

“모퉁이를 돌 때 가게를 보았는가? 쌀가게는 보았는가? 가구점은 보았는가?”

재상이 대답합니다.

“죄송합니다. 아무것도 보지 못했습니다. 기름을 쏟지 않으려고 집중하느라 아무것도 볼 수 없었습니다.”

그러자 왕이 대답합니다.

“그렇다! 맡은 일에 충성을 다하다 보면 시험에 들 겨를이 없을 것이다!”

게으름을 극복하는 것은 ‘소명’과 관계있는 일이 아닐까요?

혹, 우리가 살아가다 스스로 게으르다는 느낌이 든다면 소명을 점검해야 할 것입니다.

소명의 자리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한홍 목사님이 쓴 [아멘 다음이 중요하다]에 20세기 미국 교회의 가장 존경받는 설교자요 목회자였던 척 스윈돌 목사님의 목사님이 한 말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목회의 핵심은 계속 목양의 자리를 지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울 때가 있어도, 강단에 서서 설교하고, 회의를 주재하며, 성도들을 심방하는 일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수십 년을 해나가는 성실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자기 자리를 지키지 못하기 때문에 ‘일탈’이 시작됩니다. 그런데 자리를 지키지 못하는 마음이 게으름에서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한번 자리를 지키지 못하면 반복되는 것입니다. 그 반복이 습관이 됩니다. 게으름은 한 번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발목을 잡기 때문에 무서운 것입니다.

목회하면서 가장 고마운 교인이 있다면 그 자리를 묵묵히 지켜주는 사람입니다. 그런 마음이 하나님께도 같지 않을까요? 하나님의 마음에 흡족한 사람은 게으름에 떨어지지 않은 사람입니다.

흔히 그런 이야기를 하죠. 어떤 스포츠를 하든지 감독에게 가장 고마운 선수는 꾸준히 그 자리를 지켜주는 사람이라고 말입니다.

야구에서 매일 홈런을 치지 못해도, 매일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사람. 한해에 대기록을 세우는 선수보다 꾸준히 매해 10승 정도를 해 주는 투수와 같은 사람 말입니다.

‘신실함’이란, 바로 이 게으름을 극복한 사람들에게 붙여지는 별명과 같은 것이 아닐까요?

신실하다는 것은 자기가 한 말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 것입니다. 책임을 지기 위해서는 말한 것을 행동으로 옮겨야 합니다.

‘헌신(獻身)’이라는 한자는 마음 ‘심’자를 쓰지 않고 몸 ‘신’자를 씁니다. 헌신은 말이나 마음이 아니라 땀을 흘리는 수고가 있어야 합니다. 결코 게으른 자가 할 수 없는 것이 헌신입니다. 아니 몸으로 살아가다 보면 말이 줄어들 것입니다. 게으른 자의 특징이 말만 하는 것은 아닐까요?

한홍 목사님은 그의 책에서 신실하기 위한 방법으로 ‘하루에 한 걸음씩 나가자’를 제안합니다.

게으름을 극복하는 신실함이란 ‘한 걸음’입니다. 게으른 자의 특징이 커다란 목표를 세우고 지레 겁에 질리는 것이죠. 목표를 세우지만 시작하기가 참 힘이 듭니다.

평생 기도의 사람으로 살아가는 목표보다 오늘 새벽부터 기도를 여는 것입니다. 평생 남의 험담을 하지 않겠다는 거창한 목표보다 오늘 하루 입을 닫고 살아보는 것입니다. 평생 거룩하게 살겠다는 다짐보다, 오늘 하루를 유혹에서 이길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사는 것입니다.

유대 전승에 의하면 노아가 방주를 짓는 120년의 시작은 배를 지을 나무를 심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생각해보십시오. 그 커다란 방주를 세울 계획을 세우고 거대한 프로젝트에 함몰되는 것이 아니라, 그 일을 위해 나무를 심는 성실함이 방주를 만들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가장 확실한 미래는 오늘 서 있는 그 자리에서 우리가 얼마나 성실했느냐로 만들어집니다. 모든 신실함은 아주 작은 일에서 시작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작은 일에 충성하는 사람에게 큰일을 맡기시는 분이십니다. 큰일을 하기 위해 작은 일을 소홀히 하는 사람은 그 작은 일도 하지 못합니다.

다윗의 위대함은 그가 기름부음을 받은 후에도 여전히 자신에게 맡겨진 일에 게으르지 않고 성실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다 보면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오스왈드 챔버스의 [거룩과 성화]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사랑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고 다만 순수한 일상의 행동을 요구한다. 사랑은 우리가 하나님을 위해서 모든 것을 하도록 하며 그것을 실천하도록 이해시킨다. 필요한 것은 우리가 이미 행한 선한 행동들에 무엇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하나님을 향한 사랑으로 행하는 것뿐이다.”

베드로후서 1장 5절의 말씀에 보면 “그러므로 너희가 더욱 힘써 너희 믿음에 덕을 더하라”고 되어 있는데 ‘모펫 역본’에 보면 이 부분을 “너희 믿음에 결단을 더하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거듭난 우리는 로봇처럼 주의 뜻을 따라 행하게 된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결단하고 믿음에 덕을 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더한다’는 것은 어떤 것을 행하는 습관을 지닌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습관을 지니는 것이 처음에는 아주 중요합니다. 습관을 지니도록 노력하는 것은 우리의 몫입니다.

“많은 사람이 영적으로 패배하는데, 이는 마귀의 공격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우리를 어떻게 지으셨는지에 대한 어리석을 정도로 무지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몸은 마귀가 만든 것이 아님을 기억하라. 우리 몸은 우리가 구원을 받은 이후에도 이전과 똑같다. … 우리가 거듭날 때 하나님께서는 잘 다듬어진 거룩한 습관을 주지 않으신다. 우리 스스로가 하나님께서 우리 영혼 안에 이루어 놓으신 초자연적인 역사를 기초로 거룩한 습관을 만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이 이 일 하기를 거부한다. 그러한 게으름은 하나님의 은혜를 헛되게 만들어 버릴 뿐이다.”

게으름을 이기는 거룩한 습관을 만드는 첫 번째 방법입니다.

‘망설이지 않는 것’ 그리고 ‘결단했으면 그것을 되돌리지 않도록 순종해야 하는 것.’ ‘순종하는 자는 견뎌냅니다.’

견디는 것보다 싸우기가 훨씬 쉽습니다. 우리의 영적인 싸움은 공격이라기보다는 수비 상태로 서는 것입니다. 우리는 격분할 때 공격합니다. 그러나 강할 때는 견뎌서 이겨냅니다.

우리 성도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예수님을 믿는 것이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행하라’고 강요하지 않으십니다. 대신 ‘내가 너를 통해 일할 수 있는 상태가 되어라’고 말씀하십니다.

거룩한 습관을 지니고 게으름을 극복한 사람에게 주시는 특권이 있습니다.

거룩한 습관으로 성실하게 살다 보면, 어느 날 ‘리더’가 되어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폴 스톨츠 박사는 인간의 능력을 말하는 데 있어서 특이한 ‘역경지수’를 이야기한 사람입니다. 지성이나 체력, 감성지수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인간은 모든 인생에서 넘어야 하는 역경이 있다는 것이죠.

스톨츠 박사는 사람들이 역경에 부딪힐 때 보통 세 가지 유형이 있다고 합니다.

첫째는, 힘든 문제만 부딪치면 포기하고 도망가는 ‘퀴터’(quitter),

둘째는, 도망가지는 않지만 그 자리에 주저앉아 현상 유지만 하는 ‘캠퍼’(camper),

셋째는, 역경을 만나도 포기하지 않고 반드시 넘어가고야 마는 ‘클라이머’(climber)형입니다.

스톨츠 박사는 바로 이런 클라이머의 능력을 ‘역경지수’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클라이머 중에 뒤에 남아 있는 퀴터와 캠퍼를 기억하고 다시 돌아가서 그들을 데리고 함께 산을 넘는 사람을 ‘리더’라고 부르는 것이죠.

오늘 제가 조금 자랑을 하겠습니다.

저는 대학교나 대학원, 군대에 있을 때 소위 앞에 나서는 형이 아니었습니다. 리더로서의 자리를 맡아본 적이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요즘 많은 세월이 지난 그때 그 사람들을 만나보면 저에게 ‘김 목사님은 리더였지요’라고 기억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왜 일까 생각해 보니 저는 직책의 리더가 아니라, 공동체를 이끌고 갔던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한 가지만 예를 든다면, 군목 훈련을 받을 때의 일입니다.

유격훈련을 받기 위해 ‘화산 유격장’이라는 곳으로 50km를 행군해 갈 때였습니다. 밤새도록 걸어 새벽에 도착하는 여정인데, 마지막 코스에 다다르면 한참을 산을 올라야 합니다. 아마도 한참을 걷다 산에서 10분간 휴식을 할 때였습니다. 바닥이 울퉁불퉁했기 때문에 머리에 쓰고 있던 하이바를 깔고 앉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50분을 걸어야 하는데, 함께 걷던 동기 목사님이 갑자기 ‘내 하이바!’라고 외치는 겁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휴식할 때 깔고 앉았던 것을 그 자리에 놓고 온 것입니다.

자신의 철모를 놓고 올 정도니 그분이 제정신으로, 아니 체력이 얼마나 남아 있겠습니까?

그때 함께 50분을 함께 내려가 철모를 찾아온 사람이 누구일까요?

말씀을 준비하면서 생각해 보니, 인생의 역경 가운데 지쳐 있는 사람을 함께 데려가기 위해서는 자신을 희생하고 힘든 일을 자초해야 할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런 성실함이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 아닐까요?

저는 종종 부목사님들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목사로서의 헌신이 교인들 앞에서 증명될 때까지 성실하게 헌신하세요!”

우리는 흔히 하나님 앞에서 헌신한다고 말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하나님 앞에서 하는 헌신이 사람들 앞에서 증명되는 것이 아닐까요?

게으른 자는 성실하지 못하고, 절대로 헌신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인생에서 하나님께서 쓰시는 것처럼 복된 일이 있을까요?

게으름을 극복하면 하나님이 쓰시는 사람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