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울의 교훈

삼상 15:17-23

   인생을 살아본 사람들이 남긴 지혜의 말들 가운데 기회에 관한 것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 “누구나에게 평생에 세 번의 기회가 찾아온다.”는 말이 있습니다. 누구나에게 공평하게 꼭 세 번 찾아온다는 말은 아닐 것입니다. 누구나에게 몇 차례 기회는 찾아온다는 말일 것입니다.

   그리고 또 이런 말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회가 찾아왔을 때 그것이 기회인 줄 모르고 그 기회를 놓쳐버린다” 인생을 살면서 찾아온 기회를 잡고 성공한 사람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생긴 말일 것입니다.

   토마스 에디슨이 기회에 대해 이렇게 말한 일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대개 기회를 놓치는 이유는 직업복 차림의 일꾼 같아 일로보이기 때문이다.” 기회가 자기가 생각하는 모습으로 찾아오지 않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기회를 놓치게 된다는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기회가 찾아왔을 때 그것이 기회인 줄 모릅니다. 자기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대개는 그 기회가 지나간 뒤에서야 그것이 자기에게 찾아온 참 좋은 기회였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늘 후회하게 됩니다.

   성경에 찾아온 기회를 놓쳐버린 사람들이 여럿 나옵니다. 그 중에 가장 대표적인 사람가운데 하나가 가룟 유다입니다. 그는 예수님께 특별히 택함을 받았습니다. 12제자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3년간 주님께 특별한 지도를 받았습니다. 베드로나 요한처럼 예수님이후 영적 지도자로 높이 쓰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가룟 유다는 이 기회를 놓쳐버렸습니다. 예수님을 배반하고, 제자의 자리를 걷어차 버렸습니다. 그리고 자살하여 비참한 최후를 맞았습니다. 남다른 기회가 찾아왔는데 그 기회를 놓치고 저주스럽게 생을 마감했던 것입니다. 너무도 안타까운 사람입니다.

   찾아온 기회를 놓친 사람으로 신약에 가룟 유다가 있다면, 구약에는 사울이 있습니다. 사울은 하나님께 이스라엘의 초대 왕으로 특별한 택함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선지자 사무엘을 통해 기름 부음을 받아서 왕으로 등극했습니다. 이제 그에게 초대 왕으로 남다른 영예를 누릴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자손 대대로 왕조를 이룰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 것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는 이 기회를 놓쳐버렸습니다. 삼상 13:14를 보면 이렇게 기록되어있습니다. “지금은 왕의 나라가 길지 못할 것이라 여호와께서 왕에게 명령하신 바를 왕이 지키지 아니하였으므로 여호와께서 그의 마음에 맞는 사람을 구하여 여호와께서 그를 그의 백성의 지도자로 삼으셨느니라”

   그리고 삼상 15:11을 보면 또 이렇게 기록되어있습니다. “내가 사울을 왕으로 세운 것을 후회하노니 그가 돌이켜서 나를 따르지 아니하며 내 명령을 행하지 아니하였음이니라 하신지라”

   이 말씀들은 하나님께서 사울을 폐하시고 다른 사람을 새로운 왕으로 세우시겠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하나님께서 사울에게 주신 기회를 박탈하시겠다는 것입니다. 이 말씀대로 사울은 하나님께서 주신 기회를 놓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 사울은 왜 하나님께서 주신 기회를 놓치게 된 것일까요? 우리는 성경에 기록된 두 가지 사건에 나타난 사울의 실수에서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제 이 두 가지 사건을 살펴보겠습니다. 그리고 사울이 하나님께서 주신 기회를 놓치게 된 구체적인 원인을 찾아보겠습니다.

블레셋과의 전쟁

   사울이 왕이 된지 2년이 되던 때입니다. 사울은 군사적인 모험을 감행합니다. 당시 블레셋이 이스라엘 땅 여러 곳에 군대를 파견하여 이스라엘을 통제하고 있었습니다. 사울은 블레셋과의 일전을 각오하고 게바 지역에 주둔하고 있던 블레셋 수비대를 기습했습니다.

   당연히 블레셋이 쳐들어왔습니다. 이스라엘은 군사력 면에서 블레셋과 상대가 되지 못했습니다. 블레셋은 보병을 제외하고 병거가 삼 만에 마병이 육천 명이나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사울이 직접 이끌던 군사가 고작 육백 명이고, 병사들이 변변한 무기도 없이 전쟁에 나선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사울 왕이 벌인 이 무모한 전쟁 상황을 보고 두려워 떨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전쟁에서 질 수는 없었습니다. 진다면 모두가 죽고 나라가 사라질 판이기 때문입니다. 어쩔 수없이 하나님의 도움을 구하기로 합니다. 그래서 하나님께 전쟁의 승리를 기원하는 제사를 드리기로 했습니다.

   당시 제사장이었던 사무엘이 7일을 기다리라고 했습니다. 사울 왕과 백성들이 길갈에서 제사드릴 준비를 마치고 사무엘이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7일째 되는 날 백성들이 동요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하나 둘씩 떠나기 시작합니다. 사울 왕이 급한 마음에 자기가 제사장처럼 집례하여 제사를 드렸습니다.

   제사가 막 끝났을 때 사무엘이 당도했습니다. 삼상 13:13을 보면 상황을 살펴본 후 사무엘이 사울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왕이 망령되이 행하였도다 왕이 왕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왕에게 내리신 명령을 지키지 아니하였도다 그리하였더라면 여호와께서 이스라엘 위에 왕의 나라를 영원히 세우셨을 것이거늘” 한 마디로 사울이 하나님의 말씀을 어겼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울이 하나님께서 주신 기회를 놓치게 됐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여기서 한 가지 궁금증을 가지게 됩니다. 바로 사울이 왜 이토록 무모한 전쟁을 시작하게 됐는가 하는 점입니다. 답은 간단합니다. 열심 때문입니다.

   사울은 왕이 된 후 나라를 위하는 마음이 불같았습니다. 당시 이스라엘은 사사시대를 지나면서 나라가 엉망이 됐습니다. 특히 블레셋에게 지배를 받는 처지가 됐습니다. 사울은 왕이 된 후 무엇보다 먼저 이 문제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해서든지 이 문제를 해결해 보려했습니다. 한 마디로 사울은 왕으로서 나라를 위한 남다른 열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이 열심이 오히려 자신을 수렁으로 몰고 갔습니다. 나라를 더 큰 위기를 겪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하나님께 버림받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한 마디로 말하면 사울의 열심은 지나친 열심이었던 것입니다.

   갈 1:14을 보면 이렇게 기록되어있습니다. “내가 내 동족 중 여러 연갑자보다 유대교를 지나치게 믿어 내 조상의 전통에 대하여 더욱 열심이 있었으나” 사도 바울이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며 한 이야기입니다. 자신이 유대교를 믿던 시절에 그리스도인들을 박해했었는데 그것이 바로 유대교에 대해 지나친 열심이 때문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열심이 없는 것도 문제지만 열심이 과해도 문제입니다. 열심이 없는 것은 마땅히 자기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아서 문제가 됩니다. 그러나 열심이 과한 것은 분별력을 잃고, 일을 그르치게 만들어서 문제가 됩니다.

   그러면 사울의 지나친 열심이 일으킨 문제는 무엇일까요? 한 마디로 말하면 조급함입니다.

   우선 사울은 왕위에 오른 지 아직 2년이 채 되지 않았을 때 블레셋과 전쟁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이스라엘은 사사시대를 끝내고 왕정국가로 나라가 대대적인 개혁을 펼치고 있었습니다. 왕궁의 관료조직을 새로 세우고 전국단위 행정체계를 잡기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 군사조직을 막 세워가던 때입니다.

   이렇게 아직 국가가 제대로 정비되지 못한 상황에서 전쟁을 치른다는 것은 무리입니다. 게다가 적은 자기들을 통제하고 지배하는 강대국입니다. 전쟁을 치르더라도 때를 기다리고 충분한 준비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승산이 있다고 판단된 후에 전쟁을 시작해야 합니다. 그러나 사울은 일을 저질렀습니다. 마음속에 불일 듯 일어난 그 지나친 열심이 기다리지 못하게 만든 것입니다. 조급함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다음으로 사울은 제사를 드리기 위해 기다리다 7일을 다 채우지 못하고 제사를 드리고 말았습니다. 제사장도 아닌 왕이 제사를 집례하였고, 제사를 강행하고 말았습니다. 조급함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사울의 첫 번째 문제는 조급함입니다. 너무 조급하여 때를 기다리지 못하고 전쟁을 벌여서 위기를 자초했습니다. 너무 조급하여 하나님께서 정해주신 날을 채우지 못하고 일을 저질렀습니다. 그래서 결국 하나님의 진노를 사게 됐습니다. 그러니까 사울이 하나님께서 주신 기회를 놓치게 만든 주범은 바로 이 조급함입니다.

   사울뿐이겠습니까? 오늘도 참 많은 사역자들이 조급함 때문에 일을 그르칩니다. 때를 기다리지 못하고 일을 저지릅니다. 하나님의 응답을 기다리지 못하고 자기가 먼저 나섭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주신 기회를 놓치고 맙니다.

  일전에 내셔널지오그래픽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본 일이 있습니다. 아프리카의 하이에나의 생태를 생생하게 화면에 담았습니다. 나중에 이 장면을 찍은 과정을 보여주었습니다.

  촬영 담당자가 하이에나에게 다가갔습니다. 처음에는 도망칩니다. 때로는 공격해오기도 합니다. 그래도 매일 다가갔습니다. 6개월 동안 매일 같은 옷을 입고 다가갔습니다. 긴 시간이 흐른 뒤에 리더인 암컷 하이에나가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자기 일행으로 받아들여주었습니다. 심지어 사냥한 먹이를 가져다주기도 해서 담당자가 그 먹이를 먹기까지 했습니다. 그리고서야 촬영을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저는 이 길지 않은 영상을 찍기 위해 스텝들이 얼마나 큰 수고를 했는지 알게 됐습니다. 조급함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기나긴 인내로 얻은 영상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사명을 감당할 때 이렇게 해야 합니다. 그 짧은 동물이나 식물의 사진이나 영상을 담기 위해 그토록 오랜 세월을 기다리고 견뎌낸 것처럼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고 견뎌내야 합니다. 조급함을 버려야 합니다.

아말렉과의 전쟁

   세월이 흘러서 사울이 왕위에 올라 나름대로 왕권을 강화하고 주변 여러 나라를 정벌했을 때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지난 번 블레셋과 전쟁에서 실수한 사울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셨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하나님께서 직접 아말렉을 치라고 명하셨습니다.

   사울이 그 말씀에 순종하여 아말렉을 공격했습니다. 이 때 이스라엘의 군사력은 지난날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했습니다. 보병만 이십만 명이나 되었습니다. 당시 아말렉은 이스라엘의 상대가 되지 못했습니다. 이스라엘이 아말렉에 대승을 거두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문제가 생겼습니다. 사울이 하나님의 말씀을 순종하되 온전하게 순종하지 못한 것입니다.

   삼상 15:3을 보면 하나님께 이렇게 명하셨습니다. “지금 가서 아말렉을 쳐서 그들의 모든 소유를 남기지 말고 진멸하되 남녀와 소와와 젖 먹는 아이와 우양과 낙타와 나귀를 죽이라 하였나이다.”

   그러나 삼상 15:9을 보면 이렇게 기록되어있습니다. “사울과 백성이 아각과 그의 양과 소의 가장 좋은 것 또는 기름진 것과 어린 양과 모든 좋은 것을 남기고 진멸하기를 즐겨 아니하고 가치 없고 하찮은 것은 진멸하니라”

   사울이 아말렉에 대승을 거둔 후 전리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하나님의 명을 따르지 않은 것입니다. 아말렉 왕을 죽이지 않고 포로로 잡아왔습니다. 그리고 가장 좋은 양과 소 그리고 좋은 물품들은 전리품으로 가져온 것입니다.

   삼상 15:11을 보면 하나님의 반응이 이렇게 소개되고 있습니다. “내가 사울을 왕으로 세운 것을 후회하노니 그가 돌이켜서 나를 따르지 아니하며 내 명령을 행하지 아니하였음이니라” 그리고 삼상 15:26을 보면 사무엘이 사울에게 하나님의 뜻을 이렇게 전했습니다. “왕이 여호와의 말씀을 버렸으므로 여호와께서 왕을 버려 이스라엘 왕이 되지 못하게 하셨음이니이다.”

   이렇게 하나님께서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셨지만 사울은 또 하나님께서 주신 기회를 놓치게 된 것입니다.

   그러면 사울은 왜 또 다시 찾아온 기회를 놓치게 된 것일까요? 한 마디로 성공에 도취되었기 때문입니다.

   삼상 14:47을 보면 이렇게 기록되어있습니다. “사울이 이스라엘 왕위에 오른 후에 사방에 있는 모든 대적 곧 모압과 암몬 자손과 에돔과 소바의 왕들과 블레셋 사람들을 쳤는데 향하는 곳마다 이겼고...” 당시 사울은 연전연승했다는 것입니다. 그런 중에 이번에는 하나님의 명을 따라서 아말렉과의 전쟁을 치렀습니다. 이번에도 또 대승입니다.

   사울은 계속되는 전쟁승리에 도취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는 중에 하나님의 말씀을 끝까지 순종하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다시 한 번 주신 기회마저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이솝우화 한토막입니다. 두 수탉이 암탉들을 놓고 치열하게 싸웠습니다. 한 녀석이 져서 피를 흘리며 숲속으로 도망쳤습니다. 이긴 녀석이 승리에 도취되어 “꼬끼오!”를 외쳐댔습니다. 날개를 파닥거리며 지붕 위로 뛰어올랐습니다. 마침 하늘을 날던 독수리가 이 광경을 보게 되어 잽싸게 날아와 이긴 수탉을 잡아갔습니다. 결국 숲에 숨어있던 수탉이 돌아와 암탉들을 차지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짧은 우화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줍니다. 본문에 나오는 사울이 바로 이 싸움에서 이긴 수탉과 같은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겼을 때 잘해야 합니다. 성공했을 때 매사가 잘 풀릴 때 더 조심하고 더 잘해야 합니다. 그래야 승리의 열매를 먹고, 성공의 열매를 누릴 수 있습니다.

   그러면 사울이 승리에 도취되어 저지른 실수가 무엇일까요? 한 마디로 자기가 하나님의 말씀을 판단하려 했다는 것입니다.

   삼상 15:15를 보면 사울이 이렇게 변명했습니다. “그것은 무리가 아말렉 사람에게서 끌어 온 것인데 백성이 당신의 하나님 여호와께 제사하려하여 양들과 소들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을 남김이요 그 외의 것은 우리가 진멸하였나이다 하는지라” 하나님께서 다 진멸하라 명하신 짐승들을 살린 것은 하나님께 제사드릴 제물로 남겨놓은 것이라는 말입니다.

   사울이 승리에 도취되자 하나님께서 명하신 말씀을 그대로 순종하지 않고 자기가 판단한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멸하라 하셨지만 좋은 것 남겨서 하나님께 제물로 드리는 편이 낫겠다고 판단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말씀을 철저하게 순종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오늘도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자기 뜻대로 해석하고, 자기 상황에 맞게 변경합니다. 그래서 순종하되 온전하게 순종하지 못하는 일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성수주일 문제를 들어보면, 바쁜 일이 생기거나 출장이나 여행을 가거나 휴가 때 제멋대로 해석하고 변경하여 지킵니다. 헌금문제도 살펴보면, 십일조도 제멋대로 해석하고 하나님께 약속한 헌금을 드리는 일도 형편 따라 변경합니다. 교회 봉사나 하나님께 서원한 봉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려 할 때 온전하게 순종해야 합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가 사울에게서 배울 것은 하나님 주신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조급함 때문에 하나님의 말씀을 지키지 못해서 기회를 놓치는 일이 없어야 하겠습니다. 승리에 도취되어 하나님의 말씀을 온전하게 지키지 못해서 기회를 놓치는 일이 없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