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 맺는 삶 4 - 회개에 합당한 열매"

텔아비브 욥바교회 샤밧예배 설교 이익환 목사
본문: 눅 3:1-9


“디베료 황제가 통치한 지 열다섯 해 곧 본디오 빌라도가 유대의 총독으로, 헤롯이 갈릴리의 분봉 왕으로, 그 동생 빌립이 이두래와 드라고닛 지방의 분봉 왕으로, 루사니아가 아빌레네의 분봉 왕으로, [2] 안나스와 가야바가 대제사장으로 있을 때에 하나님의 말씀이 빈 들에서 사가랴의 아들 요한에게 임한지라 [3] 요한이 요단 강 부근 각처에 와서 죄 사함을 받게 하는 회개의 세례를 전파하니 [4] 선지자 이사야의 책에 쓴 바 광야에서 외치는 자의 소리가 있어 이르되 너희는 주의 길을 준비하라 그의 오실 길을 곧게 하라 [5] 모든 골짜기가 메워지고 모든 산과 작은 산이 낮아지고 굽은 것이 곧아지고 험한 길이 평탄하여질 것이요 [6] 모든 육체가 하나님의 구원하심을 보리라 함과 같으니라 [7] 요한이 세례 받으러 나아오는 무리에게 이르되 독사의 자식들아 누가 너희에게 일러 장차 올 진노를 피하라 하더냐 [8] 그러므로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고 속으로 아브라함이 우리 조상이라 말하지 말라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하나님이 능히 이 돌들로도 아브라함의 자손이 되게 하시리라 [9] 이미 도끼가 나무 뿌리에 놓였으니 좋은 열매 맺지 아니하는 나무마다 찍혀 불에 던져지리라” (눅 3:1-9)


남으로부터 듣는 ‘회개하라’는 소리처럼 듣기 싫은 말이 없을 것이다. 아내가, 남편이 아무리 사랑을 담아 “당신 회개해”라고 했을 때 순순히 자기의 삶의 태도와 행동을 바꾸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일단은 뻐팅기고 본다. “내가 뭘~”하면서 자기를 방어하게 된다. 자신의 삶을 흔들려는 적군의 세력 앞에 총력을 다해 저항하는 것이다.

그런데 바실리아 슐링크는 이렇게 말했다. “회개야말로 우리를 기쁘게 하고 환희에 넘치게 하는 것이다. 회개야말로 아버지의 품으로 직행하는 길이요, 우리 모두를 천국으로 인도하는 길이다.” 오늘 열매 맺는 삶을 위해 왜 회개가 필요한 것인지 살펴보며 은혜를 나누고자 한다.

‘회개’는 세례 요한의 삶의 메시지였다. 그는 이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태어났고, 이 메시지를 전하다가 죽었다. 그의 등장에 앞서 누가복음은 그 당시 이 지역을 통치했던 세상 지도자들을 소개한다.

먼저 로마의 황제 디베료(티베리우스)다. 디베료는 AD 14년에 로마의 두 번째 황제가 되었다. 그의 통치 열다섯 해는 AD 28년을 말하고, 세례 요한이 30세가 된 해였다. 그는 통치 초기에는 선정을 베풀었는데, 후에 자신을 위한 신전을 세우고 황제숭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자기를 비방하는 자들은 모조리 극형에 처했던 그를 역사는 잔인한 불법의 폭군으로 기록한다.

우리가 잘 아는 본디오 빌라도는 유대에 파견된 로마 총독이었다. 예수님의 십자가형을 수락했던 장본인이다.  총독 통치는 곧 유대 민족이 로마의 식민 지배하에 있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역사는 그가 사악하고 양심이 없는 자였다고 말한다. 그는 학정을 했고 그로 인해 마침내 총독의 자리에서 쫓겨나 로마로 되돌아 가게 된다.

누가는 또 이 지역을 다스리던 세 명의 분봉 왕들을 소개한다. 헤롯대왕의 아들 헤롯 안티파스, 그의 배 다른 동생 빌립, 루사니아이다. 이들은 윤리적으로 타락하여 실정한 사람들이었다. 이것은 성지 이스라엘 땅이 부패한 이방 통치자들의 손에 넘겨져 제멋대로 분할, 통치된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다음으로 누가는 시대배경을 “안나스와 가야바가 대제사장으로 있을 때에” 라고 소개한다. 안나스는 AD 6년에서부터 15년까지의 대제사장이었는데 빌라도 이전의 총독 그라투스에 의해 파직된다. 그러나 그의 사위 가야바가 대제사장으로 있을 때에도 그는 실제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 로마에 의해 임명된 대제사장들이 하나님의 뜻을 대변하는 자들로 서 있을 리 만무했다.

이스라엘은 이렇게 정치적으로도, 종교적으로도 어둡고 절망적인 때를 지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이 왔느니라”는 세례 요한의 외침이 유대 광야에서 울려 퍼진 것이다. 하나님의 역사는 당시 천하를 호령하던 정치인, 종교지도자들을 통해서가 아니라 광야 빈들에서 준비된 세례 요한을 통해 다시 진행되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여리고 근처 요단강으로 몰려들었다. 무리들, 세리들, 로마군인들이 찾아왔다. 바리새인들과 사두개인들도 찾아 왔다. 이들이 세례 요한 앞에서 들은 소리는 “이 독사의 자식들아, 천국이 가까웠으니 회개하라’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세례 요한의 포스에 사람들은 하나 둘씩 회개의 세례를 받기 시작했다. 천국이 가까웠다는 말이 그들에게 어떤 도전을 주었을까? 유대인들에게 천국은 죽어서 가는 하늘나라가 아니었다. 메시아를 통해 마침내 완성될 하나님의 통치를 의미했다. 그래서 세례 요한의 선포는 하나님께 다스리시는 나라가 임했는데 너희가 회개함으로 그 통치가 이루어지도록 준비하라는 것이었다. 따라서 그가 전한 회개의 세례는 천국, 곧 하나님 나라의 통치가 임하는 통로였던 것이다.

세례 요한은 8-9절에서 강도 높게 도전한다. “그러므로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고 속으로 아브라함이 우리 조상이라 말하지 말라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하나님이 능히 이 돌들로도 아브라함의 자손이 되게 하시리라 [9] 이미 도끼가 나무 뿌리에 놓였으니 좋은 열매 맺지 아니하는 나무마다 찍혀 불에 던져지리라” 이스라엘 대중 속에는 우리가 아브라함의 자손이기 때문에 구원받는다는 신념이 확고했다. 그러나 세례 요한은 그들의 민족적 자긍심에 도전했다. “너희가 유대인이기 때문에 더 이상 구원 받지 못한다. 너희의 삶에 반드시 회개에 합당한 열매가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성경을 보면 이 회개의 메시지에 반응한 그룹과 반응하지 않은 그룹이 있다.

먼저 반응한 그룹으로 10절에 보면 ‘무리’가 나온다.  10-11절, “무리가 물어 이르되 그러면 우리가 무엇을 하리이까 [11] 대답하여 이르되 옷 두 벌 있는 자는 옷 없는 자에게 나눠 줄 것이요 먹을 것이 있는 자도 그렇게 할 것이니라 하고” 다음으로 세리가 나온다.  12-13절, “세리들도 세례를 받고자 하여 와서 이르되 선생이여 우리는 무엇을 하리이까 하매 [13] 이르되 부과된 것 외에는 거두지 말라 하고” 다음으로 군인들이 나온다. 14절, “군인들도 물어 이르되 우리는 무엇을 하리이까 하매 이르되 사람에게서 강탈하지 말며 거짓으로 고발하지 말고 받는 급료를 족한 줄로 알라 하니라” 세례 요한이 이들에게 제시했던 것은 삶의 실제적인 변화였다. 세상의 물고 먹는 약육강식의 방식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배려하는 천국백성으로 살라는 것이었다. 나눠주는 삶, 정직, 강탈하지 않고, 거짓 고발하지 않고, 받은 것으로 자족하는 삶… 이것이 그들에게 요구되었던 회개에 합당한 열매였다.  

마태복음에는 요한의 회개의 메시지에 반응하지 않은 그룹이 나온다. 바리새인들과 사두개인들이다.  마 3:5-7절, “이 때에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요단 강 사방에서 다 그에게 나아와 [6] 자기들의 죄를 자복하고 요단 강에서 그에게 세례를 받더니 [7] 요한이 많은 바리새인들과 사두개인들이 세례 베푸는 데로 오는 것을 보고 이르되 독사의 자식들아 누가 너희를 가르쳐 임박한 진노를 피하라 하더냐” 이들은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하리이까’ 질문하지 않는다.

바리새인과 사두개인은 당시 유대교를 대표하는 사람들이다. 바리새파는 당시 한 6000명 정도의 사람이었는데, 그들은 율법의 수호자로 자처했다. 그들은 율법 613개 조항 외에 부가적인 명령을 추가하여 의식상 부정을 가져올 만한 것은 엄격하게 피했다. 이들은 율법을 지키는데 철저했기에, 자신들은 누구보다도 하나님의 뜻대로 산다고 자부했던 자들이었다. 누가복음 18장에서 그들이 한 기도를 들어보자. 11-12절, “바리새인은 서서 따로 기도하여 이르되 하나님이여 나는 다른 사람들 곧 토색, 불의, 간음을 하는 자들과 같지 아니하고 이 세리와도 같지 아니함을 감사하나이다 [12] 나는 이레에 두 번씩 금식하고 또 소득의 십일조를 드리나이다 하고” 이런 기도를 하면 세리들은 뭐가 되겠는가? 이들이 얼마나 종교적인 자기의로 가득했는지 알 수 있다.

당시 바리새인들이 중류 계급이라면 사두개인은 부유한 귀족층과 제사장 계급을 포함한 상류층 사람들이었다. 사두개인은 바리새인들과 달리 현실주의자였다. 세속 권력과 타협하였고, 당시 유행했던 헬라 문화를 수용하고 지지했다. 이들은 부활이나 천사의 존재를 믿지 않았고, 하나님의 나라도 현세적인 것으로 보았다.

바리새인들은 자기의 때문에 하나님 나라가 임하는 회개를 거부했다. 사두개인은 자신들이 가진 기득권을 포기하지 못하고, 지극히 현실적인 사고방식 때문에 그들에게 가까이 임한 하나님나라를 보지 못하고 회개를 거부한 것이다.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웠느니라’는 말은 회개가 곧 천국을 여는, 하나님의 통치를 여는 통로라는 것이다. 회개하지 않는 사람에게 하나님 나라는 결코 임할 수 없는 것이다.

독일에 갔을 때 한 메시아닉 유대인을 만났다. 한 집회에서 그녀는 울면서 하나님의 마음을 나누었다. “God is looking for the undivided heart” 하나님께서는 지금 마음이 나뉘어지지 않은 자를 찾으신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더 이상 시기와 자기의, 자기 야망으로 인생을 낭비할 시간이 없다고 도전했다. 내 삶의 방식, 내 마음의 태도를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크게 잘못한 게 없고, 나는 나름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해왔기에 회개하는 기도를 잘 하지 않았다. 그런데 내 마음이 나뉘이는 것 그 자체가 하나님나라의 임재와 통치를 방해하는 것이기에 보다 더 철저히 회개해야겠다는 도전이 있었다.

우리는 ‘나는 옳다’라는 사고방식에 젖어 자신의 죄를 두고 울지 않는다. 우리의 마음이 하나님의 마음과 일치되지 않고 갈기갈기 나뉘어져 있는데도 통회하지 않는다. 내 옆에 있는 사람은 온통 회개해야 할 사람으로 여기면서 정작 나 자신은 회개의 무릎을 꿇을 줄 모른다.  바리새인처럼 종교적 열심과 ‘내가 옳다’라는 생각이 강할수록, 사두개인처럼 현실적이고 세속적인 삶의 방식에 길들여져 있을수록 우리는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기 위해 ‘내가 무엇을 하오리까’ 묻지 않는다.  신앙의 연차가 오래된 사람일수록, 사회적으로 누리고 잇는 것이 많은 사람일수록 ‘내가 무엇을 하오리까’ 묻게 되는 은혜가 있길 소원한다.

사 57:15절에서 주님은 말씀하신다. "지극히 존귀하며 영원히 거하시며 거룩하다 이름하는 이가 이와 같이 말씀하시되 내가 높고 거룩한 곳에 있으며 또한 통회하고 마음이 겸손한 자와 함께 있나니 이는 겸손한 자의 영을 소생시키며 통회하는 자의 마음을 소생시키려 함이라" 하나님께서는 겸손히 자기를 돌아보고 통회하며 회개하는 자를 돌아보시며 그의 영을 소생시키신다.  하나님이 주시는 기쁨은 회개를 통과했을 때 얻게 되는 것이다.

하나님과의 관계에서뿐만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회개가 필요하다. 아내 앞에서, 남편 앞에서 통회하는 마음으로 겸손히 있어보라.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일어나지 않겠는가? 회개가 일어날 때 나뉘어졌던 마음이 일치가 되며 가정 안에, 공동체 안에 사랑과 희락이 회복되는 것이다. 여러분에게 회개에 합당한 열매는 무엇인가? ‘내가 무엇을 하오리까’ 질문하시기 바란다. 그리하여 나의 회개가 단지 감정만 후련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공동체 안에서 반드시 정의가 회복되고, 샬롬이 회복되는 단계로 열매가 맺히게 해야 하는 것이다.  

회개의 세례를 전파했던 세례 요한의 삶은 결국 주의 길을 준비하며 그가 오실 길을 곧게 했던 삶이었다. 회개할 때 주님이 오신다. 회개를 통해 하나님의 통치가 임한다. 우리 교회 올해의 표어인 부흥과 회복의 대로를 여는 것은 회개를 통해 우리 마음이 준비될 때 가능한 것이다. 마음이 나뉘어지지 않은 세대, 전심으로 주님이 오심을 준비하는 세대가 일어나길 축원한다. 회개를 통해 우리의 연약함이 메워지고 우리의 교만이 낮아질 때 그 평탄해진 길을 통해 주님이 오시는 것이다. 왕이 오시는 삶에 샬롬이 임한다.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이 왔다. 회개하라. 주님이 다시 오실 날이 가까이 왔다’ 회개를 통해 왕 되신 주님이 오셔서 우리 삶에 기쁨과 평강의 열매가 맺어지게 되길 예수님의 이름으로 축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