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절 어린 양(출 12:1~14)

홍문수 목사

오늘은 종려주일(Palm Sunday)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기 위해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날을 기념하는 주일입니다. 백성들이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며 예수님을 환영한 데서 그 이름이 유래합니다. 그리고 공생애 마지막 고난주간이 시작되는 날이라 고난주일(Passion Sunday)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고난주일이라 당연히 십자가 이야기를 해야겠죠. 그런데 오늘 본문이 구약성경이라 이상하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구약에도 십자가에 관한 말씀이 많이 나옵니다. 구약은 예수님 탄생 이전에 기록된 말씀이고, 신약은 그 후에 기록된 말씀입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구약은 예수님에 대한 예언, 신약은 성취에 대한 기록입니다. 그러므로 구약에 십자가 자체는 없지만 십자가 예언의 말씀은 나옵니다. 이런 말씀을 가리켜 십자가에 대한 ‘예표’라고 부릅니다. 일반적인 용어로 말하면 ‘예고편’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십자가는 ‘본편’입니다. 예를 들면, 민수기 21장의 불뱀과 놋뱀 이야기, 여호수아 20장의 도피성 이야기 같은 것들입니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게 바로 오늘 본문에 기록된 출애굽과 유월절에 관한 말씀입니다.

요셉 당시 애굽으로 이민 갔던 이스라엘이 요셉 총리 사후 정권이 바뀌면서 노예로 전락합니다. 고생고생 하던 중 하나님께서 모세를 통해 애굽에서 구원해 주시려고 합니다. 그런데 바로 왕이 순순히 내보내주질 않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당시 이스라엘 백성들이 애굽 전역의 토목공사에 상당한 노동력을 제공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이 바로 왕의 고집을 꺾고자 재앙을 내립니다. 바로 왕이 얼마나 완고한지 재앙이 10번째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이른바 애굽의 10대 재앙(출7:14~12:42)입니다. 그 중에 마지막 10번째 재앙은 장자 죽음의 재앙입니다. 애굽의 바로 왕의 집에서부터 감옥에 갇힌 죄수의 장자까지, 그리고 가축의 첫 것까지 모두 죽임을 당했습니다. 그 와중에 이스라엘이 애굽에서 탈출하게 되는데, 그게 바로 출애굽(Exodus)인데 B.C. 1446경의 일입니다. 그 때 바로 왕이 아멘호텝 2세(Amenhotep II)였고, 다음 왕은 투트모스 4세(Thotmose IV)인데 장남이 아니라 차남입니다. 아마도 장자 죽음의 재앙으로 죽었기 때문에 차남이 왕위를 이었을 겁니다.

장자 죽음의 재앙이 있던 날 밤중에 이스라엘은 안전하게 애굽을 빠져나갑니다. 어떻게 그게 가능했을까요? 하나님이 미리 어린 양의 피를 문설주와 인방에 바르라고 지시하셨는데, 그대로 순종한 이스라엘 집들은 재앙이 지나갔습니다. 이 날을 기념하는 이스라엘의 절기가 바로 유월절(Passover)입니다.

신약성경은 유월절 어린 양이 바로 예수님을 예표한다고 증거합니다. 고전5:7 “ ... 우리의 유월절 양 곧 그리스도께서 희생되셨느니라”(cf. 요1:29) 그러니까 유월절 어린 양은 예고편이고,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은 본편입니다.

본문에 기록된 유월절에 관한 말씀은 우리에게 세 가지 중요한 원리를 가르쳐줍니다. 각각 예수님의 십자가와 연관성을 갖고 있습니다.

[1] 대속의 원리 : 유월절 어린 양과 예수 그리스도

유월절 어린 양이 이스라엘을 대신해서 피 흘려 죽은 것처럼 예수님께서 죄인들을 대신해서 십자가에 못 박히셨습니다. 이게 바로 대속의 원리입니다.

본문을 보면, 장자 죽음의 재앙을 시행하기 전에 하나님이 모세와 아론을 통해 백성들에게 주신 말씀이 나옵니다. 어린 양을 잡으라고 명령하셨죠. 5절~6절. “5 너희 어린 양은 흠 없고 일 년 된 수컷으로 하되 양이나 염소 중에서 취하고 6 이 달 열나흗 날까지 간직하였다가 해 질 때에 이스라엘 회중이 그 양을 잡고” 그 달 10일에 양을 선택하는데 1년 된 수컷을 고르라고 합니다. 1년이 됐다는 것은 가장 좋은 상태의 양을 고르라는 뜻입니다. 14일까지 두고 본 후에 잡으라는 것은 정말 흠이 없는지 자세히 점검해 보라는 것입니다. 장자가 죽임을 당하는 대신 흠 없는 어린 양이 죽게 되는데, 이게 바로 대속입니다. 대신 죗값을 치르는 겁니다.

우리 예수님도 한창 때인 33세에, 하나님의 아들이기에 당연히 죄가 없으신 가운데 죄인들을 대신해서 십자가에서 피 흘려 죽으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대속의 십자가 혹은 대속의 피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장자 죽음의 재앙 가운데 어린 양의 피가 이스라엘의 장자들을 구원합니다. 13절. “내가 애굽 땅을 칠 때에 그 피가 너희가 사는 집에 있어서 너희를 위하여 표적(sign)이 될지라 내가 피를 볼 때에 너희를 넘어가리니(I will pass over you) 재앙이 너희에게 내려 멸하지 아니하리라” 하나님께서 애굽을 심판하실 때 이스라엘의 집에 어린 양의 피가 있으면 재앙이 넘어갈 것(pass over)이라고 약속합니다. 이게 바로 유월절(Passover) 명칭의 유래입니다.

이 사건은 예수님을 통한 구원을 설명해 줍니다. 모든 인간의 죄인이고, 죗값으로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이 구원하시고 영생을 주십니다. 롬6:23 “죄의 삯은 사망이요 하나님의 은사는 그리스도 예수 우리 주 안에 있는 영생이니라” 여기서 사망은 육체적 사망, 그 후의 영원한 사망도 해당되지만 그 이전에 영적인 사망도 해당됩니다. 즉 죄로 인해 하나님과 단절되어 곤고하고 허무하게 살다가 육체적으로 죽어 지옥의 영원한 고통으로 떨어지는 겁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십자가 대속으로 죄와 사망에서 구원받고 영생을 얻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피를 흘리게 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징그럽고 섬뜩하게 말입니다. 필연적인 이유가 있죠. 피는 생명을 상징합니다. 피 흘림은 죽음을 상징합니다. 죄의 대가가 죽음이니까 대신 피 흘려 죽는 겁니다. 그래야 속죄할 수 있습니다. 히9:22 “ ... 피흘림이 없은즉 사함이 없느니라” 그러므로 벧전1:18~19은 오직 어린 양 같이 죄 없으신 예수님의 피로써만 구원받을 수 있음을 증거합니다. “18 ... 대속함을 받은 것은 은이나 금 같이 없어질 것으로 된 것이 아니요 19 오직 흠 없고 점 없는 어린 양 같은 그리스도의 보배로운 피로 된 것이니라”

대속의 원리를 잘 설명해 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느 농장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주인이 아침이 일어났더니 간밤에 족제비가 다녀갔습니다. 어미닭이 피투성이가 되어 죽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 병아리 10 마리가 삐악거리고 있는 겁니다. 어미닭이 병아리들을 안고 버티자 족제비가 목덜미를 물어뜯어 죽인 겁니다. 어미닭의 죽음으로 병아리들이 생명을 구원한 겁니다. 유월절 어린 양이신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리신 이유가 이와 같습니다.

[2] 믿음의 원리 : 신앙 고백

아무리 대속의 원리대로 어린 양이 피 흘려 죽어도 믿음으로 반응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구원은 믿음으로 신앙고백을 함으로 이루어집니다.

하나님께서 백성들에게 어린 양을 잡은 후 그 피를 바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7절. “그 피를 양을 먹을 집 좌우 문설주와 인방에 바르고” 이스라엘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때, 이 말씀이 쉽게 받아들여졌겠습니까? 아니죠. 누구나 피를 보면 거부감이 생기고 섬뜩합니다. 반감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그대로 순종합니다. 하나님에 대한, 그리고 그 약속의 말씀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문설주와 인방에 피를 바른다는 것은 공적인 신앙고백을 의미합니다. 이스라엘의 집집마다 피를 바를 때 그 모습을 본 애굽 사람들의 반응이 어떠했을까요? 이상하게 여기고 조롱했을 겁니다. “쟤들 뭐해? 고생하고 못 먹더니 머리가 돌았나?” 이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오늘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피 흘려 죽으셨다, 그것을 믿으면 죄 사함을 받고 영생을 얻는다고 말하면, 우리야 이미 믿지만 세상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믿고 공적으로 고백을 하면 구원을 받는 겁니다. 롬10:9 “네가 만일 네 입으로 예수를 주로 시인하며(confess) 또 하나님께서 그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것을 네 마음에 믿으면(believe) 구원을 받으리라”

그래서 교회에서 세례를 줄 때 어떻게 하죠? 말씀 교육을 시킨 후 먼저 문답을 합니다. 개인 면접입니다. 개인적으로 믿음을 확인하는 겁니다. 그리고 예배 시간에 신앙고백을 하게 함으로 공적으로 신앙을 확인합니다. 이 정도라야 그 사람이 확실히 구원받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요1:12도 증거합니다. “영접하는 자 곧 그 이름을 믿는 자들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주셨으니” 개인적으로 예수님의 이름 즉 구세주이심을 믿을 때 비로소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겁니다.

여러분에게 다시 한 번 여쭙겠습니다. 여러분은 예수님이 의로우신 하나님의 아들이심을 믿으십니까? 예수님이 십자가에 피 흘려 죽으신 것은 여러분 자신의 죄를 대신한 것임을 믿으십니까? 예수님이 부활하심으로 여러분을 사망에서 영생으로 옮겨주셨음을 믿으십니까? 이런 질문에 “예!”하고 고백할 수 있으면 구원받은 하나님의 자녀인 것입니다.

[3] 새로운 삶의 원리 : 감사, 성결, 소망

구원받은 후에는 그 이전과 다른 새로운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런 뜻에서 하나님이 이스라엘에게 월력을 바꾸라고 말씀하셨습니다. 2절. “이 달을 너희에게 달의 시작 곧 해의 첫 달(=아빕 월)이 되게 하고” 그 당시 애굽의 월력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것을 버리고 새로운 월력을 쓰라는 겁니다. 출애굽 하던 그 달을 시작으로 삼으라는 겁니다. 즉 1월로 삼으로는 것인데, 아빕 월으로 불렀습니다. 양력으로 3월~4월에 해당됩니다. 아빕은 ‘곡식의 새싹’을 의미하는데, 곧 새 생명이 움트는 봄에 해당됩니다. 새롭게 출발하라는 겁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수 믿고 하나님의 자녀로 거듭나면 그 때부터 새로운 인생이 시작됩니다. 역사적으로 예수님의 탄생 이전과 이후는 B.C.와 A.D.라고 하듯이 개인적으로도 예수님을 믿기 전과 믿은 후에 달라지는 겁니다. 컴퓨터를 리셋 하듯이 새로운 삶을 살아야 합니다. 고후5:17 “그런즉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 것이 되었도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8절~10절에서 교훈해 줍니다. “8 그 밤에 그 고기를 불에 구워 무교병과 쓴 나물과 아울러 먹되 9 날것으로나 물에 삶아서 먹지 말고 머리와 다리와 내장을 다 불에 구워 먹고 10 아침까지 남겨두지 말며 아침까지 남은 것은 곧 불사르라” 양의 고기를 먹되, 혹시 남으면 불에 태우라는 것은 성물이므로 잘 처리하라는 겁니다. 어린 양은 예수님을 가리키므로 예수님과 연합되어 살라는 겁니다. 이제 내 마음대로 살지 말고 예수님과 함께 동행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양 고기를 먹는 유월절 의식이 예수님의 십자가 이후 성찬식으로 이어집니다.

쓴 나물을 먹으라는 것은 애굽에서 고생하던 시절을 기억하라는 겁니다. 예수님을 믿고 구원받기 전 과거의 내 모습을 기억하라는 겁니다. 얼마나 헛되고 헛된 인생을 살았었나, 얼마나 곤고했나를 생각해 보고 구원받은 것을 감사하라는 겁니다. 6.25 때 주먹밥 먹기 행사를 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입니다. 찬송가 「나 같은 죄인 살리신」(Amazing Grace)을 작시한 존 뉴우튼은 노예선 선장 출신으로 사악하고 방탕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수 믿고 변화됐습니다. 나중에는 목사까지 됐습니다. 그는 구원받은 게 얼마나 감사한지 과거를 잊지 않으려고 평생 노예 옷을 입고 설교했다고 합니다. 저와 여러분도 구원 이전을 기억하고 구원받은 것을 삼가야 합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예수 믿은 게 얼마나 감사한지 감격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지금 예수 믿지 않고 산다면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상상해 보면 너무 감사합니다. 우리는 항상 구원 받기 전 올챙이 시절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무교병을 먹으라는 것은 성결한 삶을 살라는 겁니다. 무교병은 누룩이 없는 떡인데, 누룩은 죄악을 상징합니다. 육신의 정욕과 안목의 정욕으로 살던 과거를 청산하고 이제 세상과 구별된 거룩한 삶을 살라는 겁니다. 물고기는 바닷물 속에 살지만 짠 물에 절여지지 않습니다. 이와 같이 세상 속에 살아도 세상과 구별된 삶을 살라는 겁니다.

그리고 11절을 보면 유월절 음식을 먹을 때 주의 사항이 있습니다. “너희는 그것을 이렇게 먹을지니 허리에 띠를 띠고 발에 신을 신고 손에 지팡이를 잡고 급히 먹으라 이것이 여호와의 유월절이니라” 행장을 갖추고 먹으라는 겁니다. 신속히 나아갈 태세를 갖추라는 겁니다. 이제는 애굽을 돌아보지도 말고 가나안 땅을 향해 전진하라는 뜻입니다.

우리도 마찬가지 예수님을 믿고 일단 하나님의 자녀가 되면 천국 백성으로 천국을 소망하며 살아야 합니다. 이 세상에서는 나그네 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벧전2:11 “사랑하는 자들아 거류민과 나그네 같은 너희를 권하노니 영혼을 거슬러 싸우는 육체의 정욕을 제어하라”

이 세상은 거쳐 가는 곳입니다. 천년만년 살지 못합니다. 우리가 들어갈 천국을 소망하면서 세상에 집착하며 세상 풍조 가운데 살지 말고 천국에 들어가서 주님 만날 때 기쁨이 가득할 수 있도록 거룩하게 헌신하며 살아야 합니다.

여러분, 금주는 고난주간입니다. 유월절 어린 양이신 예수님의 십자가 은혜를 묵상하면서 다시 한 번 분명한 신앙고백으로 하나님의 자녀 되었음을 확신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제는 새로운 피조물로 감사하며 성결하며 영원한 천국을 소망하며 살아가는 저와 여러분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