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 비유(마13:47-50)

● 혹시 낚시를 해본 적이 있는가? 낚시라는 것이, 그 묘미가 기가막혀 한번 그 손맛에 길들이게 되면, 기회만 되면 낚시가방을 매고 물가로 달려가게 된다고 한다. 우리노회의 어떤 목사님은 얼마나 낚시가 재미있었던지, 수요일 저녁 예배시간도 잊어먹고 낚시를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목사님이 예배시간도 잊어버릴 정도로 낚시는 재미가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우리가 알다시피 고기를 낚는 것은, 수렵시대부터 인류가 생존을 위해 취했던 대표적인 사냥법의 한가지였다. 그래서 수많은 고분벽화에는 고기를 잡는 인간의 모습을 그려놓았다. 헌데 시간이 흐르면서 고기를 낚는 일이 생존을 위한 수렵활동뿐만 아니라 여가활동으로도 인기를 누리게 되었다. 살아있는 고기가 퍼득거리면서 낚싯대에 걸려 올라올 때의 그 생동감! 수십번의 투망질 끝에 묵직하게 걸려 올라오는 고기떼를 확인했었을 때의 쾌감은 확실히 매력 있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기록에 의하면, 수량이 풍부했던 나일강변에 살았던 이집트 사람들의 경우, 낚시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이집트 사람들이 즐겼던 레져(여가활동)였다고 한다. 강태공의 이야기를 비롯 중국의 여러 문헌에도 낚시와 관련된 기록들이 많이 있다.

성경에도 고기와 관련된 얘기들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요나선지자는 하나님의 명령을 거역하고 도망치다, 풍랑 이는 바다에 던져졌으나, 큰 물고기가 삼켜 사흘이나 물고기 뱃속에 지낸 것으로 유명하다. 예수님의 제자들은 대부분 갈릴리 호수에서 고기잡은 어부들이었고, 예수님은 물고기 두 마리와 보리떡 다섯 개로 오천명을 먹이신 기적을 베풀기도 하였다.

이처럼 물고기는 오랜 세월 인간의 삶과 밀접한 관련을 맺어오고 있다. 오늘 저녁에도 동태찌개나 고등어 조림 반찬으로 식사하고 오신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 읽은 본문에 의하면 예수님께서 바로 이 고기를 낚는 비유를 통해 천국의 비밀을 제자들에게 깨우치고 계시다.

● 이 비유는 예수님께서 갈릴리 지방에서 천국복음을 전하실 때, 제자들에게 들려주신 천국 비유 중 마지막에 해당되는 비유이다. 마13장에 보면, 예수님께서는 갈릴리 호숫가에서 모여든 수많은 무리들에게 여러 가지 비유로 천국의 비밀을 가르치신다. 그리고 제법 시간이 흐른 후, 호숫가의 무리를 떠나 제자들과 한 집에 들어가셨는데, 거기서, 제자들에게 앞서 들려주었던 가라지의 비유에 대해 해석해 주시면서, 마지막으로 들려주신 비유가 바로 이 ‘그물 비유’이다.

그런데 이 비유는 13:24-30절(36-43절 해설)에 나타난 가라지 비유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선인과 악인이 공존한다는 사실과, 최후 심판 때 이 둘이 구분되어 심판받는 것에 대해서 교훈하고 있다. 그래서 ‘그물 비유’는 흔히 가라지 비유와 한쌍을 이루는 비유로 생각되어 왔다. 그것은 두 비유가 모두 오직 마태복음에서만 나오고 있는데다가, 두 비유가 구조상으로나 사용된 단어에 있어서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풀무불에 던져 넣으리니 거기서 울며 이를 갊이 있으리라”는 문구가 13:42과 13:50에 똑같이 사용되고 있다. 다음으로 “세상 끝에도 이러하리라(40절과 49절)”, “천사들(41절과 49절)”, “의인들(43절과 49절)” 등이 있다.

그리고 가라지 비유와 그물 비유에서 볼 수 있는 같은 교훈으로는 “불법을 행하는 자들”은 풀무불에 던져 넣고, “의인”은 아버지의 나라에 들어간다는, 즉 알곡과 가라지, 좋은 고기와 나쁜 고기, 의인과 악인의 구별 사상이다. 그리고 이런 구별이 “세상 끝에” 있을 것이며, 그런 구별은 “천사들”에 의해 이루어지게 될 것이라는 내용이다. 또 구별이 있기 위해서는 시간의 경과가 필요하다는 내용, 곧 알곡과 가라지를 구별하기 위해서는 둘의 차이가 분명히 식별될 “추수 때까지”, 그리고 좋은 고기와 나쁜 고기를 구별하기 위해서는 고기가 “가득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사상도 비슷하다. 이런 점에서 그물 비유는 분명히 가라지 비유와 짝을 이루고 있으며, 그래서 한 쌍의 비유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 (47절 읽기) 예수님께서 이 비유를 말씀하실 때는 갈릴리 바다에서 고기를 잡는 어부들을 염두에 두셨을 것이다. 상당수 제자들이 얼마전까지만 해도 바로 그 어부들이었기 때문에, 예수님께서 이 비유를 말씀하실 때, 제자들은 보다 실감이 났을 것이다. 따라서 이 바다는 갈릴리 바다를 가리키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본절에서 바다는 ‘세상’을 상징하는 말로 사용되었다고 볼 수 있다.

갈릴리 호수는 갈릴리 지방에 있는 큰 담수호이다. 이곳은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배를 타고 호수를 건너다니시고, 때로는 호반을 걸아 다니시고, 또 주변의 야산에 오르내리시며 복음을 전하신 유서 깊은 곳이다. 이 호수의 이름은 시대에 따라 여러 호칭이 있는데, 구약시대에는 주로 바다라 불렀고, 호수라고 한 것은 신약시대부터이다. 긴네렛바다, 디베랴바다, 혹은 갈릴리 호수, 게네사렛 호수라고 불리워졌다.

갈릴리 호수는 거의 주위가 300m 이상의 험준한 산지로 둘러싸여 있어, 마치 산중호수와 같으며 그 풍경이 매우 아름답다고 한다. 그리고 호수 연안에는 작은 평지가 있어 사해연안과 달리 호수 주위 전체에 사람이 통행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주위의 산지는 급경사를 이루어, 그 사면에서 불어내리는 바람이 때로는 돌풍이 되어 갈릴리 호수는 자주 큰 풍랑이 일었다고 한다. 갈릴리 호수의 크기는 남북 길이 21km, 가장 넓은 동서폭은 12km, 둘레 45km로 대략 대전광역시 절반 크기에 해당된다. 그래서 호수 이쪽편에서 바라보면 저쪽편이 마주 보인다고 한다. 수심은 제법 깊어 가장 깊은 곳은 평소에도 50m 정도 된다고 한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갈릴리 호수의 수면이 지중해 해면보다 212m나 낮기 때문에 바다로 흘러들어갈 수가 없는데, 헬몬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윗요단강을 거쳐 갈릴리 호수로 들어오면, 아랫요단강을 통해 다시 더 아래쪽에 있는 사해로 흘러들어가기 때문에, 호수가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것이다.

갈릴리 호수에는 많은 물고기가 서식하고 있는데, 예수님 당시에는 갈릴리 호숫가에 사는 사람들이 주로 고기잡이를 했다고 한다. 기록에 의하면, 교통이 편리한 갈릴리 서쪽의 막달라에서 소금에 절여 가공한 염장어를 멀리 로마에까지 수출했다고 한다. 현재도 22종의 고기가 잡히고 있다고 하는데, 그 중에 제일 유명한 고기는 ‘베드로 고기’라고 불리우는 고기(베스)로, 갈릴리 호수를 찾는 순례객들이 즐겨 찾는 생선요리인데, 그것만 전문적으로 하는 음식점들이 갈릴리 호수 주변에 많다고 한다.

물론 이 비유에서 말하는 각종 물고기는 선인이든 악인이든 세상에 사는 모든 종류의 인종과 민족, 사회적 모든 계층의 사람들을 나타내는 말로, 이 세상에는 많은 종류의 사람과 의인과 악인이 섞여 살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서 그물은 그물에 무거운 납을 달아 바다 밑 바닥까지 훑어 대량으로 고기를 잡을 수 있는 큰 예인망을 가리킨다. 그런데 여기서 그물은 세상에서 사람을 낚아 구원하는 사명을 띠고 있는 ‘교회’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특별히 호수 밑까지 훑을 수 있는 예인망이라는 큰 그물을 비유로 든 것은, 모든 종류, 곧 정결한 것과 부정한 것,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을 수 없는 것, 시장에 팔 수 있는 것과 팔 수 없는 것 가리지 아니하고, 그 그물은 잡아 올린다는 말이다. 즉 교회는 처음부터 선인과 악인을 골라내는 작업을 하는 곳이 아니라, 마치 큰 잔치 비유와 같이, 길가에 나가서 모든 사람을 구별하지 아니하고 불러들이는 곳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다시말해, ‘너희가 그물로 고기를 잡을 때 고기를 선택해서 잡을 수는 없다. 너희가 잡는 고기들은 모든 고기들의 혼합이다.’ 마찬가지로, 사람을 낚는 어부들도 그들의 그물을 인간 사회 전체를 향해 널리 던져야 하며, 제자들의 선교활동도 모든 계급과 모든 종류의 사람들에게 차별없이 주어지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교회는 하나님께서 구원하시기로 작정한 사람은 다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포용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 (48절 읽기) 그물에 고기가 가득 잡혔다는 것은 교회의 복음 사역이 완성된 것을 의미한다. 즉 복음이 전파되는 선교의 시대가 마감되고, 이제 그리스도의 심판대 앞에서 선악을 판별할 일만 남은 것이다.

물가로 끌어 내고. 여기서 ‘물가’란 어부들이 그물에 걸린 물고기의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구별하는 장소로, 영적으로는 종말의 심판의 장소를 가리키는데, 시간적으로 볼 때 최후 심판 자리라 볼 수 있다.

앉아서 좋은 것은 그릇에 담고...내어 버리느니라. 그물을 끌러 올린 전형적인 어부들의 작업을 묘사한 것으로 선악을 분별하는 최후의 심판 장면을 상징한다.

● (49절 읽기) 그런데 49절은 우리가 정확히 읽어야 하는데, 이 장면은 세계의 마지막 심판을 묘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교회의 심판을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49절의 내용을 보면, 세상에서 의인과 악인을 구별해 내는 것이 아니라, ‘의인들로부터’ 즉 의인들 가운데서 악인을 구별해 내는 것으로 표현되어 있다. 갈릴리 호수 안에 수없이 헤엄쳐 다니는 무수한 물고기들이 아니라, 교회라는 그물 안에 들어온 고기 가운데서 구별해 낸다는 말이다. 더구나 이 비유는 제자들에게만 주었던 비유이다.

그렇다면, 이 비유는 이미 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교인들에게, 마지막 때에 하나님의 엄정한 심판이 있을 것이므로, 그때 의인으로 분류되도록 깨어 있으라는 메시지이다.

여기서 ‘갈라내어(아포리우신)’란 말은 ‘~부터 끌어 내다’라는 뜻으로, 완전한 격리를 내포하는 말이다. 결국 본절은 최후 심판날에 있을 의인과 악인의 엄정한 분리를 보여 준다. 가라지 비유에서 알곡과 가라지를 구별하듯이, 그물 비유에서도 좋은 것과 못된 것이 구분될 때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비유는 교회 안에서의 의인과 악인의 심판이 관심의 대상이다. 그러나 마태는 그 심판이 “지금 여기서”가 아니라 “세상 끝날에” 있을 것을 가르치고 있다. 알곡과 가라지의 식별이 분명해지는 추수 때에, 그리고 고기들이 “그물에 가득해진 후”, “세상 끝에” 심판이 있게 될 것이고 교회는 어쩔 수 없이 그때까지는 구별이 되지 않은 혼합체로서 계속될 수밖에 없음을 가르치고 있다.

또한 좋은 것과 나쁜 것의 구별, 곧 심판은 마지막 때에 사람들이 아닌 천사에 의해 이루어질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므로 교회 안에서 지금 교인들 스스로 심판을 하는 일은 있어어도 안되고, 또 그같은 일이 불가능함을 경고하고 있다.

앞선 가라지 비유에 보면, 농부들이 곡식 가운데서 가라지를 뽑으려 하자, 주인이 추수때까지 가만 두라고 말한다. 추수 때에 추숫군들이 가라지를 먼저 거두어 불사르고 곡식은 따로 모아 곳간에 넣을 것이라고 말한다. 마찬가지로 그물 비유 역시, 교회 안에서 의인과 악인을 너무 성급히 구별하려는 일은 우리가 할 일이 아님을 분명히 말하고 있는 것이다.

● (50절 읽기) 풀무 불에 던져...있으리라. 42절의 반복으로서 악한 자의 운명이 서술되었다. 이러한 본절은 이 비유의 초점에 해당하는 구절로 이는 마지막 심판 때에 있을 악인들의 영원한 형벌의 상황에 대한 메시야의 힘찬 경고의 메시지라 할 수 있다. 따라서 13:43절은 그물 비유의 종결부분을 대신하고 있다. “그 때에 의인들은 자기 아버지 나라에서 해와 같이 빛나리라 귀 있는 자는 들으라.”

교회는 열려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예수님의 뜻이었습니다. 그러므로 교회 안에 어떤 장벽도 만들어서는 안됩니다. 모든 사람이 들어와 구원에 이르는 기회를 공평하게 제공받을 수 있도록, 교회는 개방적이어야만 합니다. 또한 우리의 복음 사역도, 구별이 있어서는 안된다. 예수님의 명령처럼,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족속으로 제자를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 이것이 바로 주님의 명령입니다.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사람 구별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 복음을 전하는 것이 바로, 복음의 증거자로서 성도들의 자세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최후의 심판 때는 교회 안이라고 심판을 비켜 갈 수 없다는 사실이다. 특히 그물 비유는 교회 안에 있을 심판에 대한 교훈이다. 그러므로 교회에 출석하고 종교활동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말고, 진실하고 신실한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각성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쓸모 있는 고기냐 버릴 고기냐, 선인이냐 악인이냐, 이같은 판단은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라 천사의 손에 맡기신 것이므로, 성도들은 어떤 경우에도 서로 미워하지 말고 정죄하지 말고, 겸손히 서로 섬기며 하나님의 나라를 함께 고대하고 기다리는 믿음의 공동체를 이루어 가야만 할 것이다. 다 주님의 부르심으로 주 안에서 한 형제 자매된 사람들이 아닌가? 얼마나 귀한 만남인가? 이 만남, 이 기회를 어리석게 무산시키지 않도록, 상대방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대로 나도 상대방을 대접하면서, 복되고 아름다운 사랑의 공동체를 만들어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