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인물설교(60)  브리스가와 아굴라(롬16:3-4) 

● 신약교회가 태동하던 당시의 역사를 기록한 사도행전을 중심으로 초대교회의 상황을 살펴보면 크게 세 시기로 구분할 수 있다. 1)먼저 유대인과 예루살렘을 중심한 교회 형성기, 2)사마리아와 전 팔레스틴을 중심으로 복음이 전해지던 교회의 과도기, 3)그리고 안디옥을 중심으로 땅끝까지 복음이 전해지던 교회의 확장기인데, 오늘 소개할 브리스가와 아굴라는 교회의 확장기 때 사도 바울을 도와 함께 복음을 전하며 교회를 충성스럽게 섬긴, 신약성경에 나오는 가장 신실하고 아름다운 부부였다.

아굴라는 소아시아 본도 태생의 유대인으로, 장막제조업자였다. 아굴라라는 이름은 ‘독수리’라는 뜻이다. 그 아내 브리스가는 원래의 뜻이 ‘늙다’는 의미인데, 여기서 파생하여 ‘작은 노부인’이란 뜻을 지니며, 로마의 귀족들 사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름이었다. 실제로 로마의 저명한 가문 가운데 ‘브리스가’ 가문이 있었다. 즉 브리스가는 그 이름만으로 볼 때 로마인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브리스길라’는 평소 친근하게 부르는 이름인데, 바울은 ‘브리스가’라는 정식 명칭으로 부르는 것을 좋아했고, 누가는 보다 친근한 이름인 ‘브리스길라’로 부르기를 좋아했다. 그래서 바울서신에서는 ‘브리스가’로, 누가가 기록한 사도행전에서는 ‘브리스길라’로 나온다. 다른 곳에도 보면, 바울은 실루아노라 부르고 누가는 실라라 불렀으며, 바울은 소시바더라 부르고 누가는 소바더라 불렀다.

부부들 가운데에는 아내가 먼저 생각이 나고 나중에 그에게 남편이 있다는 사실이 떠오르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 부부의 이름을 적을 때 꼭 아내의 이름을 먼저 적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브리스가와 아굴라의 이름은 신약에 총 여섯 번 언급되어 있는데, 세 번은 바울서신에, 세 번은 사도행전에 나온다. 그런데 바울과 누가는 그 세 번의 언급 가운데 두 번은 브리스가의 이름을 남편의 이름보다 앞에 두고 있다. 어떻게 해서 이 부부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되었을까?

물론 당시 로마 세속 사회에서 아내 이름이 남편의 이름보다 앞에 나오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었는데, 이럴 경우 그것은 대개 아내의 사회적 지위가 남편보다 높은 경우였다. 요즘도 가끔 그런 경우를 볼 수 있는데, 부인이 사회적으로 명망이 있는 경우, 남편의 이름이 뒤 따르기도 한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의 남편은 윌리엄공인데, 늘 엘리자베스 여왕이 앞서고 윌리엄공은 그림자같이 그 뒤를 따른다.

그렇다면, 앞서 언급했듯이, 브리스가가 로마 귀족가문 출신으로서, 유대인 출신 장막제조업자 아굴라와 비교해 볼 때, 사회적으로 훨씬 높은 계층 출신이었다는 점에서, 브리스가의 이름이 앞서 기록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었고,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초대교회 시절부터 교회 안에서는 이같은 사회적인 지위 때문에 사람을 차별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단순히 사회적인 지위 때문이 아니라, 교회 내에서의 역할과 영향력의 측면에서 아내인 브리스가가 남편인 아굴라보다 더욱 적극적이었고, 활동적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 우리가 추측할 수 있는 것은, 아마도 로마 귀족가문 출신의 브리스가는 우연한 기회에 복음에 접하게 되었고, 로마의 교회에 출석하면서 아굴라를 알게 되어, 그의 독실한 신앙과 인품에 마음이 이끌려, 귀족의 집에서 우상을 섬기느니 차라리 가문은 보잘 것 없지만 믿음이 두터운 아굴라와 고락을 함께 하면서 하나님을 섬기기 위해 그와 결혼한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그녀로서는 분명히 십자가의 길이었을 것이다. 부모의 반대와 핍박, 장래에 대한 불확실성, 참으로 어려운 결단의 순간순간을 경험하였을 것이다. 결국 그녀는 로마에서 시민권을 상실하고 일개 유대인의 가족으로서, 황제 그라우디오의 추방령이 내려졌을 때, 남편을 따라 외국으로 추방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때부터, 궂은일이라고는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부드러운 손으로, 브리스가는 집안의 온갖은 궂은 일은 물론, 남편을 도와 가죽을 수선하며 천막도 만들어야 했을 것이다.

지금도 세상의 많은 사람들은 상대의 용모나 지위, 재산, 능력을 보고 결혼한다. 하나님의 자녀들조차도 하나님의 뜻을 받들어 믿음으로 결합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브리스가는 2천년전 이미 믿음으로 그 길을 택했던 것 같다. 그러므로 초대교회 당시 성도들은 그녀의 이름을 브리스길라라는 애칭으로 바꿔불렀지만, 그녀는 품위를 잃지 않았고, 사람들은 자연히 그녀의 이름을 남편 아굴라보다 먼저 부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이들 내외의 가정생활은 행복했을 것이다. 로마에서 추방된 이들은 고린도, 에베소에서도 언제나 함께 움직이고 있으며 후에 로마에 돌아왔다가 다시 에베소에 갔을 때에도 행동을 함께 하고 있다. 신앙으로 결합된 이들 내외는 오직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만이 삶의 유일한 목적이었다. 여기서 우리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성경에서 이들 부부는 단 한 번도 따로 따로 언급된 적이 없는 것으로 보아, 부부가 항상 함께 하나님을 섬기는 데 열심을 보인 신실한 신앙의 소유자들이었음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 브리스가와 아굴라가 성경에 처음 등장하는 것은 행18:2인데, 글라우디오 황제의 칙령에 의해 유대인들이 로마에서 추방될 때, 이들 부부는 고린도로 오게 되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로마의 유대인들이 추방된 것은, 유대인 출신 기독교인들이 로마에까지 진출하면서, 유대인 사회에서 유대교인과 기독교인 사이에 종교적 소요가 잇달아 일어났기 때문에, 주후 49년 글라디우스 황제 치하 때에 모든 유대인들이 로마 시에서 추방당하게 된 것이다.

고린도에 정착한 브리스가와 아굴라 부부는 바울을 만나 함께 거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장막을 만드는 업이 같았기 때문이다. 그들이 로마에서부터 예수를 믿었는지 아니면 바울의 전도에 의해 예수를 믿게 되었는지는 분명치 않다. 다만 사도행전과 바울서신에 기록된 내용만으로 살펴볼 때, 이들이 바울에 의해 개종되었다는 말이 없는 것으로 보아, 아마 고린도에 오기 전에 이미 예수를 믿은 것으로 보인다. 고린도에서 1년 6개월을 보낸 바울은 거기를 떠나 아시아 지역으로 건너가는데, 행18:19에 보면, 여행 도중 바울은 브리스가와 아굴라 부부를 에베소에 머물게 하고, 자신은 안디옥으로 가서, 제3차 전도여행을 떠나게 된다.

바울이 떠난 뒤, 브리스가와 아굴라 부부는 애굽 알렉산드리아 출신의 아볼로라는 유대인 나그네 하나를 알게 된다. 아볼로는 학문이 많고 성경에 능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아볼로는 회당들을 다니며 능한 웅변으로 구약을 강해했고, 구약에 나오는 메시야에 관한 예언들이 모두 예수님 안에서 완전히 다 이루어졌다고 설파했다. 그런데 아볼로가 이해하고 있는 복음에는 몇가지 부족한 점이 있었다. 아볼로는 요한의 세례까지만 알고 있었다. 성령의 세례나 복음의 진리에 대해 모르는 부분들이 많았다. 그래서 브리스가와 아굴라 부부는 아볼로를 데려다가 부족한 부분들을 잘 가르쳐 세워 주었다. 물론 브리스가와 아굴라는 이같은 복음의 진리를 바울을 통해서 배웠을 것이다.

이처럼 자기보다 부족한 사람을 상대가 마음 상하지 않게 잘 이끌어 깨우치고 세워주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들 부부는 아볼로를 이같이 세움으로써 교회는 위대한 사역자를 얻게 된다.

● 오늘 읽은 본문을 볼 때, 바울이 로마서를 쓸 무렵, 브리스가와 아굴라는 다시 로마로 돌아가 있었다. 그때는 새 황제가 등극하여 글라우디오 황제의 추방령이 효력을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 에베소에서와 마찬가지로 로마에서도 브리스가와 아굴라 부부는 자신들의 집을 교회로 제공하고 있었다. 그래서 롬16:5에 보면, 바울은 그 교회에도 문안을 보내고 있다.

바울이 로마서를 쓰기 전까지 로마에 가 본적이 없었는데도, 로마서 16장의 내용을 보면 바울은 로마교회의 사정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 분명한 사실이다. 이것은 말할 것도 없이 브리스가와 아굴라가 때때로 바울에게 소식을 전해 주었기 때문이다. 바울은 머지않아 로마로 갈 계획이 있었으므로 아무래도 로마 상황을 알기 원했을 것이고, 이들 부부는 그런 상황들을 바울에게 잘 알려 주었던 것이다.

나중에 바울이 생각보다 훨씬 늦게 로마에 가게 되었을 때, 브리스가와 아굴라 부부가 로마에 살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기록이 없다. 하지만 사도행전 마지막 28장에 보면, 바울이 로마에 복음을 전하기 위해 스스로 죄수의 신분이 되어 로마로 들어갈 때, 로마교회의 교인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먼곳까지 바울을 맞으러 나왔고, 바울은 마중 나온 로마교회의 성도들을 보고 하나님께 감사를 올려드리고 담대한 마음을 얻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브리스가와 아굴라는 마지막까지 사도 바울을 복음사역에 있어 가장 든든한 후원자이자 동역자가 되어 최선을 다한 아름다운 신앙의 부부 사역자들이었다.

● 롬16:4을 다시 한 번 읽자! 바울은 브리스가와 아굴라 부부가 바울 자신을 위해 자기의 목이라도 내어놓았다고 저들의 헌신을 칭찬하고 있다. 참으로 이들 부부는 바울을 위해 이같은 일을 감당했을까? 사도 바울은 고린도에서 브리스가와 아굴라의 집에 머물러 살면서 같이 일했다. 그런데 당시 유대인들은 사도 바울을 잡아 죽이려고 혈안이 되어 있었다. 행18장에도 보면, 유대인들이 바울을 송사하려다 자신들 마음대로 되지 않자, 바울에 동조하고 복음을 받아들인 회당장에게 폭행을 가하는 장면이 나온다. 즉 사도 바울을 돌본다는 것은 목숨까지 위태로운 위험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들 부부는 아랑곳 하지 않고 사도 바울을 도와 주었다. 자신들도 어려운 환경 속에 있으면서도 복음 선포를 하는 목회자를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 준 것이다.

가장 어려웠던 장면은 행19장에 나오는데, 사도 바울이 다시금 에베소로 돌아와 복음을 전할 때, 에베소 극장에서 엄청난 폭동사건이 발생했다. 그때 당시 에베소에서 사역하고 있던 브리스가와 아굴라 부부는 바울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생명의 위험을 무릅썼을 것이며, 바울은 그들의 헌신을 두고두고 잊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바울은 “저희가 내 목숨을 위하여 자기의 목이라도 내어놓았을 것이라”고 사의를 표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바울의 만년에도 이들 내외는 에베소에 다시 돌아가서 교회의 기둥 역할을 한 것 같다. 바울은 젊은 디모데에게 이 큰 교회의 책임을 맡겼다. 바울은 이들 노부부가 이 교회에 있기 때문에 마음 든든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이들 내외는 모든 재물을 주께 바치고, 자기 집도 교회로 바쳤다. 그리하여 이들의 헌신과 봉사는 여러 교회 신도들에게 많은 감화를 주었다. 이들은 천막 제조를 업으로 하고 여기서 생긴 수입은 큰 돈은 아니지만 아낌없이 복음 사역을 위해 바쳤다. 사실 저들의 본업은 전도와 교회에의 봉사이고, 천막 제조는 이를 위한 부업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이들 내외의 생활은 남에게 그리 화려하게 돋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저 뒤에서 묵묵히 목회자를 도와주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을 따름이다. 그러나 교회는 이런 신도가 있어야 건전하게 성장 발전할 수가 있다. 오늘날에도 교회의 목회자들에게 있어 이들 같은 부부를 만나는 것은 큰 행복이 아닐 수 없다. 우리 동산교회에도 브리스가, 아굴라와 같은 아름다운 부부가 많이 나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이같은 자기희생과 헌신의 생애야말로 존귀한 성도의 모습일 것이다.

신앙으로 결합된 브리스가, 아굴라 부부의 이러한 헌신은, 자신들에게 베풀어 주신 하나님의 은총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복음에 대한 열정에서 비롯되었다. 그리하여 이들 부부의 이름은, 시대를 뛰어넘어 복음이 전해지는 온 세계 만방에 아름답게 아름답게 전파되어지게 된 것이다. 사도 바울이 순교한 이후에도 이들은 많은 이방 교회를 도우며 복음을 전하다 순교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무쪼록 가정마다 이같이 부부가 함께 신앙 안에서 조화를 이뤄 복되고 아름다운 이름을 남길 수 있기를 기원한다.